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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충북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책임연구원·경영학박사

철 모르던 어린 아이일 때는 마음만 먹으면 세계를 놀라게 할 유명한 과학자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어른이 되면 나도 TV에 나오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러다 과학자가 되려면 공부를 매우 잘 해야 하고, 내신도 관리해야 하고, 학원도 가야하고 과외도 받아야 하는, 매우 많은 과정과 공을 들여야만 될 수 있을까 말까 한 상황을 깨닫게 된다.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이런 상황을 깨닫게 되는, 한없이 허탈하기만 사춘기와 맞닥들이는 것이다.

야근을 밤 먹듯이 해도, 직장 선배님들과의 회식으로 술이 덜 깬 상태여도 신입 직원들의 눈빛은 초롱초롱 살아있다. 가끔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게 되어도 '뭔가 이유가 있겠지'하는 마음으로 군소리 않고 넘어가며 회사를 믿고 희망을 품는다. 그렇게 정신없이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 조금씩 눈꺼풀의 콩깍지가 벗겨지고 회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들에 대해 "왜?"라는 질문이 자주 떠오른다.

입사하고 2~3년차가 되면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단점과 불합리한 시스템들만 자꾸 떠오른다. 처음부터 정확한 방향을 잡아서 일을 시작하면 훨씬 수월 했을 일들이건만, 과장님께 맘에 들게 자료를 작성하면, 차장님께서 맘에 들지 않는다시며 수정하라 하시고, 드디어 차장님 맘에 들게 자료가 완성되면 이제는 부장님이 맘에 들지 않는다 하신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일을 해야 하지?" 라는 회의가 들기 시작하고, 나도 나중에 승진을 하고 후배가 생기면 꼭 닮고 싶었던 과장님의 능력을 자꾸만 의심하게 된다. 과장님 지시라면 무조건 토 달지 않고 시키는 대로 했었는데, 이제는 어차피 차장님이 맘에 들지 않으실 것을 감안해 처음 만드는 자료는 그리 많은 공을 들이지 않고 작성하게 된다.

어렵사리 일찍 퇴근하고 싶은 직원들을 간신히 모아놓고 회식이라도 하게 되면, 눈치껏 일찍 집에 도망(?)가는 팀원들이 늘어나고, 몇 명 남지 않은 회식자리를 끝내고 계산을 하는 과장님 뒷모습이, 예전에는 그리도 크고 넓게 느껴졌던 그 뒷모습이 이제는 왠지 쓸쓸해 보이기만 한다.

"내가 이러려고 토익에 자격증에 힘들게 공부했나?"하는 자괴감도 들고, 그러다 보면 다른 회사로 옮겨 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가도 그만두자니 다른 직장도 별반 달라 보일게 없고, 계속 다니자니 왠지 모를 답답함이 느껴진다. 직장인들도 입사한지 2~3년차가 되면 혼자만의 방황이 시작되는, 직장인들의 사춘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려면 청소년기가 필요하듯이 한 단계 딛고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방황하는 시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만약 이런 방황의 시기가 찾아온 사람이라면 "드디어 나도 사춘기구나. 올 것이 왔구나"하며 받아들여야 한다. 괜히 "나는 끈기가 없는 사람인가?", "나는 열정이 없는 사람인가?"라며 자책할수록 방황의 시기는 더욱 오래 가게 된다. 다시 한번 열정을 불태워 보겠다고 폭풍 야근을 시작하거나, 팀을 살려보겠노라고 팀원들과 폭탄주를 들이켜 본들 몸만 상하게 된다.

직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장과 행복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직장이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직장에 쏟아 부었던 시간과 열정을 '나'를 위해서 쏟아 부어야 할 때 이다. 젊다고 대충 넘어갔던 건강검진도 받아보고, 영양제도 챙겨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낸 에너지를 직장이 아닌 직장과 분리된 '나의 삶'에 투자해야 한다.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들과의 시간도 늘려야 한다. 직장인도 사춘기가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사춘기가 찾아오지만, 사춘기에 평생 머물러 있는 사람은 없다. 직장생활에 회의가 들고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면 이런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며, 그런 사춘기를 겪는 동료가 있다면 너그럽게 이해 해 주고 기다려 주는 미덕이 필요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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