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혜진

충북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책임연구원·경영학박사

숨이 멎어 버릴듯한 긴장감을 안고 들어간 면접장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하기 그지없는 답변들로 채워졌던, 다시 생각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부끄러운 면접을 거쳐 드디어 고르고 고른 내 사진이 들어간 사원증을 받은 날이 불현 듯 떠오른다. 드디어 첫 출근하는 대망의 아침, 며칠 전부터 골라놓은 옷을 구겨지지 않게 조심조심 챙겨 입고, 머리모양은 괜찮은지, 피부상태는 괜찮은지, 내 몸에서 좋은 냄새는 나는지... 해도 뜨기 전부터 준비를 마치고는 9까지 출근 하면 된다는 회사 관계자분의 말에, 신입사원의 부지런함을 보여드리려 8시가 되기도 전에 출근했더니, 깜깜한 사무실은 아직 문이 굳게 잠겨있어, 사무실 문이 열릴 때까지 회사 주변을 서성이던 첫 출근 하던 날 아침. 분명 이 날만은 온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 내가 온 세상을 바꾸리라는 원대한 꿈도 그다지 멀어 보이지 않는 그런 아침이었다.

한 시간 정도 간단한 업무 관련 교육을 받고, 드디어 나의 선배님이 주신 첫 임무는 열장 정도 되는 보고서 내용을 찬찬히 읽고 잘 숙지하면서 다섯 부 복사 해 드리는 일이었다. 이정도 쯤은 일도 아니라는 듯 자신만만하게 보고서를 받아들고 드디어 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평화로운 분위기는 잠시, '복사시작'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복사기에서 엄청난 굉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모두의 이목이 복사기로 집중되고, 나의 선배는 놀란 눈으로 다가와서 문제를 살피시더니, 아뿔사! 클립으로 묶여진 보고서를 클립을 제거하지 않은 채로 복사기에 밀어 넣어 버렸던 것이다. 한 장씩 읽어 들어가야 하는 복사기의 롤러가 클립을 만나 굉음을 내는 동안 나는 정말 쥐구멍이라고 있으면 숨어버리고 싶을 만큼 부끄럽고 창피했다. 첫 출근하던 날 아침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나의 자신감은 저녁 퇴근시간 무렵,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존재라는 느낌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후로도 나의 선배는 심심치 않게 사고(·)를 치는 나를 갓난 아이 다루듯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고 가르쳐 주시느라 나보다도 더 많이 분주하시고 바쁜 나날을 보내셨다.

요즘,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많음은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힘들게 취업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이슈화 되어 있는 듯하다. 젊은 친구들을 채용하는 기업체 사장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요즘 젊은이들은 끈기가 없고 이기적이라 그렇다고들 하신다. 취업하자마자 퇴사한 친구들에게 왜 퇴사했냐고 물어보면, 선배들이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라는 식의 강압적인 분위기가 싫어서 그만둔다고들 한다. 하나의 현상을 두고 채용하는 쪽과 채용당하는 쪽의 입장이 이리도 다르니, 이를 어찌 해결 할 수 있을까...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기업을 움직이는 사람은 머리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일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젊은 친구들을 채용한 사장님들은 이들의 가슴에 무엇이 있는지 헤아리고, 이들이 가슴으로 일할 수 있도록 이해와 배려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정말 힘든 과정을 거쳐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도, 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내가 속한 회사가 성장해야 한발 더 그 꿈에 다가갈 수 있음을 유념하고, 나는 조직에 얼마나 적합한 사람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성찰해야 할 것이다.

나를 가르치고 챙겨주셨던 그 선배는 앞으로 이 회사에서 많이 배우고 자리 잡아서 10년이 지나면, 그땐 막내인 내가 승진도 하고 능력도 쌓아서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씀을 자주 해 주시면서, 본인이 알고 있는 노하우들을 아름아름 전수(?)해주셨다. 아주 운 좋게 훌륭한 선배님을 만난 것이 나의 행운일 수도 있지만, 좋은 선배를 또는 좋은 후배를 만나는 것이 그저 행운이라 생각할 것이 아니라, 회사를, 조직을 움직이는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게는 좋은 선배가, 또는 좋은 후배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