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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옥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달력에 빨갛게 표시된 설날 연휴가 큰 바위처럼 무겁게 느껴지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다. 명절은 친지와 가족이 함께 보내는 즐거운 시간 이라기보다는 해야 할 큰 숙제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남편은 팔남매의 장남이고, 나는 팔남매의 장녀로서 맏이끼리 잘도 만났다.

남편과 나는 설날이 돌아오면 차례준비보다 세배봉투 준비에 바쁘다. 큰아빠, 큰엄마, 큰고모부, 큰고모, 큰아들, 큰며느리 등 호칭에 큰자가 많이 붙다보니 설날 세배 돈에 대한 주변의 기대도 크다. 그래서 나름의 법칙과 원칙을 잘 지켜야 한다.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아이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조카들의 분포가 다양해서 일률적으로 세배 돈을 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잊고 있지만 아이들은 정확하게 지난해의 일을 기억해 내고는 원칙이 틀리기라도 하면 항의(?)를 한다.

부모님께 드리는 봉투부터 꼼꼼히 이름을 쓰거나 순서대로 잘 보관했다가 나누어 주어야 혼란이 없다. 때로는 중학생인줄 알고 액수를 정했는데 어느 새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 되었다고 해서 놀라고 용돈봉투 준비를 다시 할 때도 있다. 해마다 조카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머리가 커져서 금액도 증액을 해야 한다. 30년 가까이 해오다 보니 이제는 남편과 손발이 척척 맞는다. 시댁에서는 주로 내가 담당을 하고 친정에서는 남편이 그 일을 맡는다. 명절을 위하여 별도의 지출 계획을 미리 세우지 않으면 가계부가 엉망이 되기 일쑤다.

차례와 세배가 마무리 되면 친지들이 먹고 즐기는 일이 며느리들을 분주하게 만든다. 음식 준비는 당일 고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며칠 전부터 해야 하는 일이라 마음고생이 크고 힘든 일이다.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식사하는 일을 도와야 하는데 식구가 많다보니 그 일이 장난이 아니다. 언젠가는 점심때가 되어서야 며느리들이 아침식사를 한 적이 있다. 식사 끝나면 쉴 새 없이 설거지 하고 후식 내와야 하고 뒷정리 하면서 부엌을 떠나지 못했다. 나는 요즘 아래 동서들이 많아 비교적 부엌일에서는 벗어났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힘들다. 시어머니께서 내게 늘 알아서 하라는 말씀을 하시기 때문이다. 그 알아서 하는 일이 시키는 일 하는 것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명절에 일이 많아 힘들다고 푸념 할 일만은 아니다. 점점 핵가족화 되어가는 마당에 피를 나눈 여러 형제들이 모여 복닥거릴 수 있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명절이 일 년 내내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형제들이 매일 모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삶이 바쁘고 힘들어 늘 모이자고 해도 모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있을 때 잘 해라는 말이 있듯이 기회가 주어질 때 잘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터득해야 할 것 중 하나는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과 기술이다. 삶의 큰 기쁨도 아픔도 아주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 다가오며, 우리를 세우는 사람도, 우리를 무너뜨리는 사람도 가까운 데 있기 때문이다. 멀리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위대하게 만드는 사람도 모두 가까운 이웃이며 형제들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며느리들이여!

친지들이 모일 수 있는 가정이 있고 근로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은 분명 남다른 축복이고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이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음의 징표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으리. 이제 고향에서 받은 명절의 기를 삶의 원동력으로 삼아 내일의 희망이 용솟음치는 임진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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