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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옥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KBS 아침마당에서 밥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 가족이 함께 밥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할 수만 있어도 청소년의 좋은 성격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귀에 들어왔다.

요즘 청소년들은 가족과 함께 밥상에 둘러앉아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 크나큰 문제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친구들과의 풀리지 않는 고민이나 학교에서의 어려움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을 기회가 없어서 극단의 생각을 하고 때로는 이 세상을 등지기도 한다. 부모님께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을 기회를 만들지 못해서 방황하고 혼자 해결하려다가 원활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일을 저지르는 안타까운 일이 생기는 것이다.

부모님들 또한 가정 경제를 책임지고 어려운 일상생활에 시달리다 보면 생각처럼 자녀들과 함께 시간 보내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어떤 가족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또 어떤 부모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 유지 때문에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등등 이런 저런 이유로 가족이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가족도 서로의 직장생활을 핑계로 함께 식사를 자주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아침 출근 시간이 서로 다르고 저녁 귀가 시간 또한 다 다르기 때문에 함께 식사하는 건 한 달에 서너 번에 불과하다. 휴일이 되어 함께 식사하고 싶어도 아이들은 평소 못했던 늦잠을 자느라 한 낮이 되도록 이불속에서 나오질 않는다. 아이들의 방에 시선을 보내도 아랑곳 하지 않아 할 수 없이 남편과 짧은 식사 시간을 끝내곤 하지만, 어쩌다가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으면 많은 이야기로 금방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서로의 직장에서 있었던 다양한 이야기들이 스스럼없이 나오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고민들을 털어 놓으면 저절로 해결책이 나오기도 한다. 따뜻함이 묻어나는 밥상을 마주하여 가족이 둘러앉으면 서로의 정이 돈독해짐을 금방 느낄 수 있다. 굳이 사랑한다고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생각해보니 나의 유년은 참 풍요로웠다. 물질이 풍부해서가 아니라 주변 환경이 더 할 수 없이 좋았다고 생각된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부모님, 여러 형제들, 시골의 넉넉한 인심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우리들의 바른생활 스승이었다. 그 때는 매일 매일 온 가족이 함께 둥그런 상에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식사 후 할 일들을 이야기 하곤 했었다. 자연스럽게 부모님은 밥상머리 교육으로 훈육하셨고, 우리는 매일 부모님과 주변의 관심을 받으며 자랐다. 비록 먹을거리가 풍부하지 않았어도 서로 함께 했기 때문에 궁핍함을 덜 느꼈던 것 같다. 가족들이 정답게 밥상에 함께 둘러앉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고 행복한 일인지 요즘 새삼 느낀다.

나는 TV의 '시골 밥상'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어린 날 우리 집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다시 그 시절로 되돌아가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자연의 소산물로 소박하게 요리하여 만들어지는 음식을 보면 눈물이 날만큼 옛날이 그리워진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자연이 담긴 음식을 만들어 먹이고 싶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런 음식의 매력을 모를 뿐만 아니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햄버거, 피자, 치킨 등에 익숙해져서 엄마가 해주는 요리 보다는 인스탄트 음식을 더 좋아한다. 한편으로는 번거로운 요리를 하지 않으니 편하지만 생각하면 안타깝고 속상한 일이다.

아이들이 한번 잘못된 길로 나가면 바르게 되돌리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건이 망가지면 다시 새 것으로 사면되지만 인성이 삐뚤어지면 인생이 끝날 때까지 고생이다. 해결책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기 마련이다. 요즘 부쩍 청소년 범죄와 학교 폭력이 늘어난다고 야단이다. 해결책 없다고 요란떨기 보다는 각 가정마다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자주 갖도록 노력한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주 간단해 보이는 온가족이 함께 따뜻한 정이 묻어나는 밥상에 둘러 앉아 식사하기. 참 쉽고도 어려운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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