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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충북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책임연구원·경영학박사

 한 티비 프로그램에서 100여 명의 어린 아이돌 지망생들이 어떻게든 눈에 띄어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사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경쟁을 통해 1등을 뽑는 프로그램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시청자가 직접 아이돌 멤버를 선발하는 이 프로그램은 화면에 등장하는 아이돌 지망생 얼굴 밑에 순위가 표시되고, 매 주 미션을 수행하면서 순위가 바뀐다.

 우리는 얼굴 밑의 숫자를 보고 '아 쟤는 곧 떨어지겠구나', '쟤는 살아남겠네'하며 순위로 그들을 기억한다.

 매우 잔인하다. 어떻게 그리 쉽게 사람에게 순위를 매길 수 있을까.

 낮은 랭킹을 기록한 아이돌 지망생은 평생 저 숫자 때문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같은 반 친구도 성적은 10등, 외모는 7등, 집안의 재력은 20등 하며 이런저런 잣대로 순위를 매긴다. 기가 찰 노릇이다.

 사실 줄 세우는 문화는 비단 요즘 아이돌만의 문화는 아닐 것이다.

 직장에서는 성과로, 실적으로 줄이 세워지고, 취미생활에서도 온갖 순위를 매겨 경쟁한다.

 아무리 참여에 의의를 둔다해도, 나에게 '순위'가 매겨지는 순간 평정심을 찾기란 매우 힘들 것이다.

 낮은 순위를 받으면 좌절에 빠지게 되고, 높은 순위가 매겨지면 그 자리를 유지하고 더 높은 순위를 받기위해 더욱 진지하게 경쟁에 참여한다.

 사실 이 때문에 낮은 순위에 있는 사람도, 높은 순위에 있는 사람도 궁극적으로 행복해지기는 힘들다.
 대학도 랭킹이 매겨지고, 기업도 순위가 매겨진다.

 사회가 어찌 돌아가는지 분석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 많은 지수와 지표들이 우리가 알 수 없는 다양한 분야들에 대해서도 줄을 세운다.

 물론 줄 세우기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줄세우기 때문에 생기는 과열 경쟁 때문에 랭킹에 참여하게 된 본래의 목적이 무엇인지 불분명해 지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예컨대 대학에 입학하는 목적은 관심 있는 학문을 공부하기 위함이거늘, 성적으로 줄 세워진 학생들은 대학 순위에 맞춰 입학한다.

 대학들은 또한 본인 대학의 취업률을 자랑하며 신입생들을 불러 모으기 바쁘다.

 교육을 위한 장기적 투자보다는 단기적으로 신입생을 모으기 위한 근시안적인 대책들로 전략이 수립된다.

 근시안적 전략들로 운영되는 조직은 결국 각자의 상태를 살피고 성찰함으로써 성장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과, 다른 조직과 비교하고 경쟁함으로써 조직의 존재 가치를 증명 받게 된다.

 건전한 경쟁은 인간을 긴장하게 함으로써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모든 경쟁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 단계 한 단계 높은 순위로 오르기 위해 힘을 쏟는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승진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회사원도,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도, 지금보다 더 나은 성과를 얻게 됨으로써 노력에 보상을 받는다.

 건전한 경쟁은 인간에게 분명히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할 것이다.

 순위 밖에 있는 사람들과 순위 안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손가락질 한다.

 '그들만의 리그'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좋은 아파트 순위, 돈의 순위, 외모 순위, 다이어트 순위… 이 세상에 순위는 여전히 넘쳐나고 새로 생겨난다.

 도대체 왜 이런 것 까지 순위를 매겨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순위들이 너무나 많다.

 다만 바라는 것은 기부 순위, 봉사 순위처럼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을 주는 순위들이 더욱 주목받고 도드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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