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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자

봉정초등학교 교감

모처럼 구름이 없고 맑더니 서쪽 하늘엔 붉은 노을이 보입니다. 강물은 산 그림자를 싣고 흐르고 별을 몰고 돌아오는 어둠에 등불 하나 둘 켜지 듯 그렇게 일년이 지난 모양입니다.

바람이 앞장서 길을 내면, 후드득 떨어지는 시간의 여운이 그리움처럼 사라져 갑니다. 먼 하늘을 돌아 닿은 시간의 길에, 때 지난 달력을 뜯어내며 내년을 기다리는 오늘입니다.

한 장 남은 달력에 31일 날짜가 마지막 잎새처럼 달랑거립니다. 비바람에도 안간힘을 쓰며 떨어져 나가지 않으려 하지만,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쳐도 끝내는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듯이 세월은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세상일에 비추어 나 자신도 돌아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덜 가진 것에 목말라 욕심냈고, 상처 입을 것이 두려워 움츠렸으며, 주위를 돌아보는 것에 인색해 그저 살아내기 급급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빅토르 위고가 '죽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고 진정 살아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다' 라고 했던가요· 올 한 해 진심을 다해 살아본 날이 얼마나 될까 되짚어 봅니다.

어려서 한때는 시간이 남아돈다는 생각에 일상이 무료하고 지루하기도 해서 어서 어른이 되었으면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세월이 지나면, 인생은 저절로 하나씩 길을 잘 찾아가려니 했으며 삶은 알아서 원하는 대로 잘 가려니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삶은 불확실해 헤매고 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 있는지, 가는 길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또 어떤 모습으로 가고 있는지 모르는 채 가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그래도 참 먼 길을 걸어왔습니다.

일생을 살아간다는 무엇일까요· 무엇을 얻기 위해서, 아님 버리기 위함일까요? 그 해답을 얻지 못한 채 올 한해도 지나가지만, 행복, 기쁨을 혼자 누리기 위해서가 아님은 분명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에 불빛하나 밝히고 산다고 합니다. 알 수 없는 인생길을 걷다보면 때로는 절망으로 좌절하기도 하고, 주저앉기도 하지만 길을 멈출 수 없는 것은 작은 등불 하나 마음에 밝혀 있어 헤쳐 나갈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과거의 일은 내 인생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법륜스님의 말처럼 인생은 시작과 끝이 있는 듯 보이지만 본래 시작과 끝이 없어서 늘 흘러가는 물처럼 우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 있습니다.

인연의 삶은 둘러싼 사람들로 인해 채워지고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만들어지듯이, 아침이 밝아오는 것은 누군가의 길을 밝히기 위함이었으며 밤이 오는 것은 고단했던 몸을 풀어 주기 위함이라지요.

올 한해가 다 갔습니다. 오늘 밤이 지나고 나면 늘 그러듯이 내일은 또 태양이 뜨겠지요. 그렇다고 어제의 태양이 오늘의 태양과 다르지는 않지만, 내년은 올 한해와 다르게 늘 깨어있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떠오르는 해를 봅니다. 이 햇빛이 오늘 오는 처음의 빛이기에 설렘을 가득 담고 바라봅니다. 2015년 저물어 가는 한해의 끝자락에서 이루지 못한 것은 남겨두고 또 다른 미완을 새로운 희망으로 심어봅니다.

하늘에 비상하는 새들의 날개 짓이 어우러지는 붉은 여명이 가득찬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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