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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자

봉정초등학교 교감

애들아~ 여름방학이다! 학교는 아침부터 북적인다. 개인 사물함을 정리하고 집으로 가져갈 학용품이 든 가방은 며칠 전부터 묵직하다. 이미 짐을 다 옮겨 놓은 아이의 가방은 가뿐하지만 미쳐 못 가져간 아이는 무거운 가방을 들고 낑낑대며 울상이다. 그래도 얼굴엔 웃음꽃 활짝 피었다.

여름방학이 되면 아이들은 집에서 무엇을 할까· 학교는 도서실을 개방하고, 방과후학교도 열어놓고 맞벌이나, 기타 등등의 사연으로 집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친구들을 위해 돌봄 교실도 열어 놓는다. 방학은 했지만 방학도 아닌 그냥 어정쩡한 방학은 맞는 아이들이 있어 학교는 문을 닿질 않는다.

예전에는 방학이 되면 하루 일과 중 거의 대부분은 밖에서 즐겁고 신나게 놀았다. 개울에서 벌거벗고 물장구를 치기도 했으며, 심심할 때쯤이면 곤충채집 한다고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고, 그도 지칠 때면 과수원 지키는 친구 따라 원두막에 올라 낮잠을 잠자기도 했다.

그래도 그 중 여름방학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멱 감는 일일 것이다. 장마가 지나면 마을 앞 미호천에는 흙탕물이 맑아지고 수량도 풍부해진다. 따끈한 8월의 태양이 내리쬐는 햇살아래 친구들과 물장구도 치고 다이빙을 한다고 물막이 보 위에서 온몸은 내던지다 보면 배가 고프고 허기가 진다. 그러면 누구랄 것도 없이 친구를 꼬드겨 참외밭으로 향한다. 원두막에선 친구 할아버지가 목침을 괴고 졸고 계신다. 우리는 이때만큼 간이 떨려본 적도, 이때만큼 진지한 적도 없는 것처럼 숨소리조차 죽이며 참외밭 10m전부터 살금살금 낮은 포복 자세로 기어간다.

가끔 할아버지의 끙 하시며 돌아눕는 소리에 들킬까 두려워 온몸을 납작 엎드린다. 드디어 참외밭에 다 달았다. 친구가 제일 먼저 자기 집 참외를 따는 것을 신호로 우리는 커다랗고 노랗게 익은 참외를 따서 줄행랑을 친다. 후다닥 뜀박질 소리에 옅은 졸음에서 깨신 할아버지는 곰방대를 휘저으며 눈을 부라리고 쫓아오신다. 얼굴은 검게 그을렸고 하루해는 뉘엿뉘엿 저물어간다. 배고파 집으로 돌아갈 때쯤, 걱정하시는 엄마 얼굴이 겹쳐 보인다. 사립문에서 마당을 살피면, 마당에는 모깃불이 타오르고 평상에는 감자와 옥수수가 따끈하다. '밥은 먹고 놀아야지' 하는 엄마 소리에 집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애호박을 넣은 된장찌개를 보리밥에 넣고 싹싹 비벼먹는다. 꿀맛이다. 그제서야 밤하늘이 보인다. 마당 한가운데는 쑥을 태우는 모깃불을 전등 삼고, 마른 쑥내를 향기 삼아 평상에 누우면 밤하늘엔 무수한 별빛이 쏟아지고 귓전엔 할머니 옛날이야기가 가물거린다.

학교가 텅 비었다. 북적이는 아이들은 보이질 않고 선생님들은 새로운 교수·학습 및 전문지식을 연마하기 위해 연수를 떠났다. 간간히 우당쿵쾅 공사하는 소리가 요란하지만 방학이 끝나면 학교는 깨끗한 모습으로 아이들을 반길 것이다. 여름방학 동안에 국어, 수학 공부만이 공부가 아님을 알고 학교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체험을 통해서 몸과 마음이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아이들이 돌아와 운동장이 소란하고 교실에 재잘거림이 끊이질 않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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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인프라 역할 선도"

[충북일보]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인프라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동일(56) ㈜키프라임리서치 대표는 준공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국내외 관계자들의 방문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오송캠퍼스에 관심을 갖고 찾아온 미국, 태국,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등의 신약·백신 개발 관계자들의 견학이 줄을 잇고 있다. 김동일 키프라임리서치 대표가 청주와 바이오업계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지난 2020년 7월이다. 바이오톡스텍의 창립멤버인 김 대표는 당시 국내 산업환경에 대해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든 제조업이 아닌 대한민국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는 산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BT(바이오테크놀로지)와 IT(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라는 두 개의 큰 축이 보였다"며 "이가운데 BT가 글로벌 산업 경쟁력이나 발전 정도·세계 시장 진출 정도로 봤을 때 타 산업 대비 훨씬 경쟁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오히려 기회가 더 많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BT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업계에 뛰어들었을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는 실제로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바이오 분야의 회사들은 국내시장·제네릭 분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