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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자

봉정초 교감

떠나는 길은 언제나 설레고 즐거움을 동반한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곳을 만난다는 점에서 말이다. 동경하던 곳을 목적지로 정했다면 흥분과 설렘이 삐져나오지 않도록 애써 마음을 추슬러야 할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행을 떠나보면 처음엔 생경하던 것들이 차차 익숙해지기도 하고 그곳에 또 다른 삶이 있으며 그들도 나와 같은 삶을 사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인도여행이 그러했다. 혼란스럽다는 인도! 온갖 탈것들이 뒤섞인 도로엔 오토바이와 자전거 릭샤들이 즐비하다. 산더미만한 짐을 싣고도 신기할 만치 쓰러지거나 부딪치지 않고 틈사이로 지나는 짐꾼들의 손수레는 또 어떠한가? 그러나 여행이 끝나갈 무렵 나는 깨닫게 되었다. 이모든 것들이 나름의 질서를 만들고 있음을….

거리엔 한눈에 보아도 가난한 이의 버거움이 덕지덕지 묻은 누추한 차림의 엄마와 그 품에 매달려, 퀭한 눈망울 가득 울음을 담은 아이의 모습이 여기저기다. 해가 중천에 뜨도록 길바닥에 널브러져, 잠든 것인지, 아님 그냥 할 일이 없어 누웠는지 모를 노숙자들에서 시간이 멈춰진 인도의 모습이 보인다.

어디가 벽이고 어디가 문이지 도통 분간이 안가도록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들과 창문들마다 주렁주렁 널려있는 낡은 빨래들도 뿌연 매연과 더불어 이 또한 인도를 나타내는 것이리라.

인도는 문명의 발상지인 만큼 유적지도 많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뒤 불법을 최초로 전했다는 사르나트 녹야원, 아이러니하게 인도인들 중 불교를 믿는 이들은 소수라서 그런지 무너진 잔해만이 남아있지만 다메크탑을 도는 순례자들의 기도는 애절하다.

인도 북부 찬델라왕조의 수도였던 카주라호! 야자란 뜻의 '카주'와 갈림길이라는 뜻의 '라호'가 합성된 지명이라고 하는데 서부사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화려하고 정교한 조각으로 장식되었다.

긴 수로의 끝에는 사랑으로 빚어낸 '찬란한 무덤'이 있다. 바로 타자마할! 네 귀퉁이에 첨탑을 배치해 대칭을 이룬 타지마할은 순백의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신비롭고 정갈하며 장엄하기 그지없다. 또한 연못에 비치는 타지마할을 보면서 시공을 초월한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인도에는 3대 성이 있는데 레드포트, 아그라포트, 그리고 자이푸르의 암베르성이다. 하늘과 바람과 별의 도시인 자이푸르의 암베르성은 규모 면에서 다른 성에 비해 조금 작은 거 같지만 그 화려함은 전혀 뒤지지 않는다.

절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성에는 크고 작은 건물과 방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여인들이 숨어 지냈다는 방이다. 그 방에 가기 위해서는 한사람이 겨우 지날 정도로 좁은 통로를 지나야 하는데 벽면에 조각된 아름다운 색채의 꽃과 나비를 보면서 답답함을 이겼을 여인네들의 한숨이 들려오는 듯하였다.

우리 여행을 가이드 한 사람은 인도인 아론이다. 기회가 된다면 히말라야에 가서 살고 싶다는 그는 인도를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한다. 아시아에 속하지만 서로 다른 인종과 종교, 사고방식이 존재해 한마디로 '인도는 이렇다'라고 꼭 집어 설명할 수 없다는 뜻 일 게다.

세계 4대 문명의 하나인 인더스 문명과 함께 힌두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의 영향으로 독특한 문화유적이 존재하는 인도! 거대한 국토만큼이나 다양한 생활방식과 가치관이 공존하는 묘한 매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여행을 좀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은 가보고 싶어 한다.

셰릴 스트레이드는 멕시코에서 캐나다까지 종주를 마치고나서 '인생이란 얼마나 예측 불허의 것인가. 그러니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둘 수밖에….' 라고 되뇌였다고 한다. 나도 이제 감동의 여운이 깊었던 인도를 잠시 내려 놓으려한다. 그러면 어느샌가 곁에 와 있는 인도를 만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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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