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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자

봉정초등학교 교감

무심코 올려다 본 밤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반달만이 제 세상인양 비추고 있다. 이제 얼마만 지나면 일 년 중 제일 풍요롭고 포근하다는 추석이다.

들녘에는 곡식과 과일들이 익어가고 사방으로 흩어졌던 식구들이 찾아드는 고향 나들이에 정쟁이라도 하듯 온 나라가 술렁일 것이다.

추석은 먼동이 트면 살며시 그리움 속으로 들어간다. 아침 햇살이 번져갈 때 대문을 활짝 열고 객지에서 돌아올 자식을 맞이하시기 위해 온종일 서성이던 엄마 모습이 아련한 추억으로 되새김질한다.

마당 여기저기에는 걷어 들인 곡식이 바삭 말라가고 햇살이 남아 있는 귀퉁이에서 구부정히 홀로 앉아, 붉은 고추를 다듬는 모습은 아직도 자식 걱정에 시름 찬 모정이다.

추석은 자식들 입안으로 넣어주고픈 마음에 며칠 동안 들판에 나가 동부를 거두고, 솔잎으로 싸, 솔향기 가득한 송편을 쪄내던 엄마의 검게 그을린 얼굴이다.

호박고지, 가지말림, 무말랭이, 고구마, 등 주변에 있는 것들을 삶고, 찌고, 깎아서 널어놓느라 풀기 빳빳한 햇살아래 바삐 가는 가을을 묶어 두고 저녁 그늘이 생겨서야 구부정했던 허리를 펴는 엄마의 고된 추석이다.

추석이 다가오면 엄마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해 보였다. 그중 제일 먼저 하던 일이 동동주를 담그는 거였다. 술밥을 만들어 누룩으로 발효를 시키고 방에 이불을 덮어주면 며칠 뒤 어느새 방안에서는 향긋한 술 냄새가 나는데,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런 맛이라고 아버지는 힘주어 말씀하셨다.

콩을 불려 맷돌로 갈고, 큰 가마솥에 장작불을 때어서 두부도 만들었는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누르지 않은 순두부에 매콤한 간장을 얹어 먹는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5일장도 풍성했다. 지금은 시골에도 큰 슈퍼가 있어서 장도 예전만 못하지만, 예전에 장에 가면 과일이나 생선이 수북이 쌓여 있어서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장마당의 시끌벅적함에 명절 분위기는 덩달아 달아올랐었다.

꼬깃한 지폐를 허리춤에서 꺼내어 분주히 추석장을 보고 추석빔은 키보다 한 뼘은 더 크게 샀지만 알록달록한 새옷을 입고픈 마음에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새털처럼 가벼웠다.

이처럼 어린 시절 추석은, 마을 장정들이 돼지를 잡고, 떡메를 치는 소리가 담을 넘으며, 여인네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송편을 만들며 나누는 정담에 익어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도 있듯이, 추석은 햇곡식과 잘 익은 과일로 조상님들께 예를 다하고 성묘를 하며 가족들과 나누어 먹을 수 있는 민족의 최대 명절이다.

이제 곧 추석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동을 할 것이다. 방송에서는 추석연휴를 맞이하여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보름달 아래 이웃들과 송편을 나누며 강강술래 하던, 그 풍경을 아닐지라도, 연로하신 부모님 생각에 마음 한구석 아련해지고 귀성에 서두르는 추석이었으면 좋겠다.

힘든 삶에 조금은 지치고 힘들었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 친척들 생각하며 고향 가는 길엔 둥근 보름달만큼이나 행복한 추석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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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