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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자

봉정초등학교 교감

가만히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조용히 눈감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콧등이 찡해지고, 목이 메는 이름이 있다. '엄마',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보내셨다고는 하지만 힘들고 고된 삶에 지쳐 몸조차 가누기 힘들게 쇠약해진 엄마를 보면, 언제나 가시 찔린 손끝처럼 따끔거리는 통증으로 다가온다. 가슴 저리게, 때론 아련하게 눈시울부터 젖게 한다.

울 엄마는 부잣집 맏딸로 자랐다. 일철엔 도우시는 분들로 집안이 북적일 만큼 농토도 많았었고, 먹고 싶다면 그 당시 귀한 김이랑, 소고기는 수시로 먹을 만큼 경제적으로도 넉넉했다. 워낙 딸들이 안 되는 집안이었고, 내리 4명의 자식을 잃고 건진 첫 자식이었기에 더 많은 사랑을 받으셨으리라. 특히나 아프신 엄마를 업고 자장가를 불러주며 밤이 늦도록 앞마당을 서성이셨다는 외할아버지를 회상하실 때면 엄마는 예닐곱 계집아이로 돌아간 듯 눈가에는 아스라이 물기가 번지곤 했다.

아버지, 막내아들로 태어나 곡괭이 한번 잡아보신 적이 없을 정도로 귀하게 자라셨고 공부만 하시던 분이다. 몸이 약했다고는 하나 결혼을 하고도 집안에서 책이나 읽을 뿐, 가족을 건사할 힘도 의욕도 없으셨다. 그러나 장이 서는 날이면 막걸리 냄새를 풍기며 아버지는 사립문으로 들어오신다. 어디서 그런 힘이 생기는지 우렁찬 목소리로 우리 5남매를 불러 모으시고 매번 같은 말씀을 하신다. 대부분 5~60년대의 혼란기를 거치며 잃어버렸던 농토나 누리던 것들에 대한 한탄스런 이야기였다. 늘 술 한 잔을 걸치고 휘적휘적 걸어오시던 모습, 낡고 헐은 앉은뱅이책상, 그리고 빛바랜 책 몇 권이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이다.

엄마는 신 새벽 찬서리를 맞으며 장사를 나가셨다가 밤이슬이 내리면 우리들 머리맡으로 돌아오셨다. 정말 부잣집에서 고이고이 사랑만 받으셨던 분이 맞나 싶게, 억척스럽게도 돈이 되는 일을 마다않고 다하셨다. 봄부터 가을까지 밭으로, 논으로 품삯을 벌고자 일을 하셨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에는 보따리 장사를 하셨다. 어느 가수가 부른 홍시라는 노래를 들으면, 동뜨기 전 집을 나서는 엄마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고무신을 신으실 때, 어릴적 누렸던 그 풍요로움도, 받았던 외할아버지의 포근한 사랑도 다 잊고 오로지 자식들 입에 넣어줄 따뜻한 밥 한 그릇 만 기억하셨으리라.

친구네 집 선반 위 꿀단지가 아득하다.

얼굴엔 땟국물 주루룩, 집안엔 냉기만 감돈다.

상장을 들고서 알아주는 이 없음에 어둠에 던진다.

골목길 어귀에 들려오는 익숙한 발자국 소리

어둠이 밀려간다.

품에 안기면 알 수 없는 냄새에

바람이 내꺼다. 별들도 내꺼다.

달빛에 엄마는 한숨을 턴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울엄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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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인프라 역할 선도"

[충북일보]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인프라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동일(56) ㈜키프라임리서치 대표는 준공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국내외 관계자들의 방문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오송캠퍼스에 관심을 갖고 찾아온 미국, 태국,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등의 신약·백신 개발 관계자들의 견학이 줄을 잇고 있다. 김동일 키프라임리서치 대표가 청주와 바이오업계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지난 2020년 7월이다. 바이오톡스텍의 창립멤버인 김 대표는 당시 국내 산업환경에 대해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든 제조업이 아닌 대한민국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는 산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BT(바이오테크놀로지)와 IT(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라는 두 개의 큰 축이 보였다"며 "이가운데 BT가 글로벌 산업 경쟁력이나 발전 정도·세계 시장 진출 정도로 봤을 때 타 산업 대비 훨씬 경쟁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오히려 기회가 더 많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BT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업계에 뛰어들었을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는 실제로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바이오 분야의 회사들은 국내시장·제네릭 분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