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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자

봉정초등학교 교감

며칠 전, 시골 마당을 쓸었더니 봄은 여기저기 수줍은 얼굴로 내밀고 있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지루한 겨울이 이제는 봄한테 자리를 내어 주려나 보다.

아무리 춥던 날씨도 누그러진다는 경칩도 지나고 춘분까지 지났으니 봄은 이미 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봄은 우리에게 기대감을 준다. 낯설지만 새로운 기쁨을 기대하게 한다.

변화가 없는 일상은 내일도 오늘과 같을 것이라는 생각에 지루하지만, 대지에 솟아나는 생명의 태동은 환희를 동반한다.

그래서 바람 따라 실려 온 봄은, 또 다른 세상을 행해 떠나는 계절이다.

언제, 어떻게 봐도 좋은 상당산성을 지인들과 함께 주말에 다녀왔다. 주차장에 차를 대려 들어서니 이미 봄을 맞이하기 위해 온 사람들로 이미 가득 찼다. 산성 오르막길을 따라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에선, 이미 벚꽃은 후두둑 피어나고 연산홍은 붉게 물들었으리라.

3월내내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었던 것들이 이름 모를 풀냄새에 씻기듯 사라지고, 대지가득 솟아오르는 봄기운에 모든 것이 아득하게만 보인다. 간간히 굳게 서있는 아름드리 소나무 밑에선 작은 속삭임이 번지고, 언덕길을 오르니 공남문은 세월을 비껴간 듯 우뚝 서있다.

사색에 잠기며 고요함과 안정을 주는 것 중에 솔바람 소리만 한 것이 또 있을까· 성벽을 따라 걷노라면, 솔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바람결 하나하나가 세다시피 손끝 마디마디로 스치고, 성벽을 따라 발길을 옮기면 이끼긴 돌덩이 하나하나에서 그 옛날 산성을 거닐던 그들과 마주서게 된다.

내가 살던 곳에서는 낮은 구릉에 진달래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연한 분홍빛을 띠고 꽃잎은 백일 된 아기의 볼처럼 예뻤지만 작은 바람에도 부러질 듯 흔들렸다 .

겨울이 지나고 햇살 좋은 봄날이면, 엄마는 집안의 모든 창을 들어내어 창호지를 발랐는데, 내가 하는 일은 뒷산에 올라 진달래꽃을 따오는 것이었다. 그럼 엄마는 따온 진달래꽃을 창호지 속에 넣어 모양을 내곤 했는데, 보리밥조차 먹기가 어려웠던 시절에 엄마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치였으리라. 이제 꿈속에서나 동네 아줌마들과 화전을 부치실, 그 꽃 같던 엄마는 팔순이 되셨다.

꽃샘추위도 지나면, 무심천 둑을 따라 길게 늘어선 가로수 길엔 앞 다퉈 벚꽃이 피어날 테고 그 아래 개나리도 피어나리라. 산에 들에, 농부의 정원에도 봄이 온 것처럼 학교 화단에도 봄소식은 들려오겠지· 운동장을 가르며 뛰노는 아이들 웃음소리에 놀란 목련이 사알짝 고개를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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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