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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자

봉정초등학교 교감

매케한 공기, 비릿한 냄새, 여기저기서 쉴새없이 울려대는 경적소리에 내가 알았던 '신들이 사는 나라, 인도'가 맞나 싶게 정신이 혼미해진다.

장장 9시간을 날아 온 인도, 그 시작과 끝을 생각하며 비행기 트랩에서 내렸다.

어둠이 내려앉은 델리공항에 소란함이 인다. 그 커다란 공항에 사람들로 가득 차 빈구석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 온 여행객과 그들을 맞이하는 여행사 직원들, 그리고 여행객을 실어 나를 버스와 오토바이, 릭샤들로 공항은 온통 북새통이다. 인도는 무엇을 보여주고 깨닫게 하기위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일까?

공항을 나서자 제일 먼저 초점 잃은 늙고 비루한 개 한마리가 우릴 따른다. 며칠을 굶었는지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도 없이 꼬리를 흔들며 우리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마치 앞으로 보게 될 길거리의 수많은 걸인들처럼….

단꿈과도 같은 여행이었다. 교육청에서 5년간 장학사로서의 임무를 마치고 학교현장으로 돌아간 우리 동기들은 첫 여행지를 인도로 정했다.

쉼 없이 바쁘게 살아온 일상에서 벗어나 세상과의 만남, 다른 문화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관용적인 가치관을 다시 정립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해가 지는 갠지스를 보신 적이 있는지, 자전거 릭사를 타고 갠지스로 향한다. 버스와 트럭, 오토바이, 릭샤, 그리고 사람들로 뒤엉켜 부딪칠 듯, 아슬아슬하게 거대한 물결처럼 갠지스로, 갠지스로 흘러간다.

갠지스 강변에 뿌자 의식이 치러진다. 구도자의 독경과 요령소리에 모두들 두 손을 모은다. 저토록 간절하게 얻고자하는 것은 무엇일까? 온몸에 알 수 없는 전율이 일고 덩달아 여행객의 몸도 떨려온다.

나룻배에 오른다. 사공은 이런 일에는 이골이 난 듯 천천히 우릴 데리고 갠지스를 거슬러 오른다. 강변에 불이 타오른다. 어두워지는 강변에 장작불이 활활 타오른다.

누구나 할 거 없이 저곳이 죽은자를 화장하는 곳임을 짐작한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맡아 본 냄새에 가까이 갈수록 왠지 모를 두려움과 뭉클함에 눈길은 저절로 머문다.

강변을 따라 여러 군데서 화장을 한다. 우리네와 다르게 세상을 떠난 이들과 이별하는 모습이다. 장작더미위에 시신을 올려놓고 기도를 하며 타고 남은 재를 갠지스 강물에 흘려보내면 망자가 천상을 간다고 한다지?

소가 어슬렁거리며 가파른 강변을 내려온다. 개들도 모여드는데 누구하나 제지하거나 쫒는 사람이 없다. 장례식에 초대 받은 사람들처럼 그들도 자리를 차지하고서 죽은자와 이별을 한다.

인도에서 태어난 이들은 갠지스에서 죽음을 맞는 것이 최고의 기쁨이라고 했던가?산 것이 무엇이고 죽음이 또 무엇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저녁, 갠지스 강물 너머로 해가 진다.

수많은 순례자들이 찾아드는 성지이자 그들의 안식처인 갠지스, 죽음이 임박한 사람들이 찾아드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갠지스, 죽음을 삶의 한 방편으로 받아들이며 윤회를 믿기에 그들에겐 두려움이나 공포가 없다.

늙은 노인과 젊은 청년이 생명수와도 같은 갠지스 강물에 몸을 담근다. 몸을 적시고, 머리를 감고, 손을 올리며 기도를 드리고, 또 그 물을 마시고, 양치를 한다.

여행객 시선으로 보자면 오물과 쓰레기들이 둥둥 떠다니고 시체를 태운 재들이 섞인 너무나도 혼탁한 물이지만 인도인에게는 그 자체가 구원의 수단이며 신앙이고 성스런 물인 것이다.

길거리에 소도 신이 되는 나라 인도! 요란하게 울리던 경적소리도 이제는 어둠에 잦아들고 갠지스 강물만 무심히 흐른다. 유행가 가사처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지만 갠지스에 와서 나는 마음 하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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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