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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자

봉정초등학교 교감

올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습니다. 찜통 같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무더웠던 날씨도 시간 앞에 무릎을 꿇고 이젠 끝자락에 서있네요. 들녘에는 바람이 흩어져 불볕을 누그러뜨리고 거둘 것들은 제각기 익어가고 있습니다.

아침 바람이 수채화물감을 풀어 놓은 듯 맑은 9월 아침입니다. 벌써 8월이 갔음을 실감하기도 전에 9월이 내 달리는걸 보면 시간은 멈추는 법을 모르는지, 무더웠던 여름은 서서히 가을에 자리를 내어주고 아침으로는 선선한 바람도 불어옵니다. 꽃잎에, 나뭇잎에, 풀잎에, 영롱한 이슬이 맺히는 9월입니다.

가는 여름, 오는 가을 사이에 아직은 어디가 여름인지, 어디가 가을인지 모를 이시간이 참으로 좋습니다. 아쉬운 듯 발길 멈추고 돌아보면, 사위어가는 옥수수 대공에 머물다 실바람 스치듯 흔들리며 여름은 떠나갑니다.

아직 한낮은 뜨겁고 햇빛 쨍쨍하지만 불어오는 소슬한 바람은 이부자락을 여미게 하고, 고요한 밤, 풀벌레 수군거림에 가을이 묻어납니다. 아마도 가을을 재촉하는 빗줄기 몇 차례 내리고 나면 살갗에 스치는 바람도 한결 선선할테고, 텃밭에 초록빛도 여위어가겠지요.

그렇게 한 해가 바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9월입니다. 벌써 올 한해, 두 계절을 보내고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합니다. 투명한 바람으로 매미소리 잦아들고 귀뚜라미는 별빛처럼 청아하게 새벽으로 스며듭니다.

어느 시인은 말합니다.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물결이 출렁이며 흘러가듯 9월이 온다고....

고요가 흐르는 달빛에 8월이 저뭅니다. 여름이 지나갑니다. 봉숭아꽃도 그 수수함을 잃고, 산과 들에는 가을꽃이 하나 둘 피게 될 것입니다. 뒷산 따라 들국화 향기 그윽하고, 달빛 아래 메밀꽃이 흐드러지면 억새꽃은 산등성이마다 덮여서 사람들을 유혹하겠지요.

누구인들 한때 내리쬐는 태양아래 젊음이 녹았던 적 없었을까 만은, 가을이 시작되면 무작정 버스에 몸을 싣고 싶은 충동에 흔들리기도 합니다. 가을엔 매끄럽게 달리는 아스팔트길 보다는 흙길 따라 덜컹거리는 완행버스가 더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뽀얀 먼지를 뒤로하고 달리는 버스에 몸을 실으면 제법 여행기분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가을이면 케케묵은 낡은 책꽂이에서 시집을 꺼내어「별 헤는 밤」을 읽다가, 코스모스 입에 물고 파란 하늘 바라보던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제방둑에 앉아 '바이런'을 노래하는 친구는 길 떠난 지 오래고, 이젠 그녀의 흔적은 꿈속에서도 보이질 않습니다. 가끔 기억해내려 애써도 영 떠오르지 않던 얼굴이 가을 밤 문득 떠올라 둥근달에 걸리면 어디선가에서 그녀도 그 시절을 생각하겠지요.

학교는 온종일 활기에 넘칩니다. 여름 내내 공사하느라 먼지가 쌓였던 학교는 선생님들의 수고로 말끔해졌고 복도에는 오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역시 학교의 주인은 학생들입니다. 생기 잃었던 학교는 운동장, 교실 모두 깨어나 아이들을 맞이합니다. 오랜만에 듣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유독 반가운 개학날, 들꽃처럼 싱그러운 아이들을 맞으며 가을을 불러봅니다. 9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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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