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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숙의 거기 뭐가 있는데? - 이집트 - 람세스Ⅱ세의 신전 아부심벨

람세스2세 家를 만나다

  • 웹출고시간2010.12.30 18:48:2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아스완의 나일강과 사막 그리고 펠루카

소라야! 영원한 신들의 도시 룩소르를 떠나 한낮의 햇살이 눈부신 도시 아스완에 왔어.

아스완은 아부심벨로 가는 거점도시면서 이집트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황금, 암석, 상아가 특산품이래. 기자의 피라미드, 룩소르의 두 신전에 있는 오벨리스크 등의 돌들이 모두 이곳의 최상급 화강암으로 지어졌다니 나일강이 아니면 상상도 못할 일이야. 나일강이 없으면 이집트도 없는 거나 다름없어.

아스완으로 오는 길에 두 개의 신전을 봤어. 이집트 신전 중 보존상태가 가장 양호하고 카르낙 신전에 버금갈 정도로 큰 '이드푸'신전은 매의 형상을 한 호루스 신에게 바쳐진 신전으로 외벽과 탑문이 원래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 웅장한 기둥에 남아있는 상형문자와 부조는 몇 천 년이 흐른 지금도 아름답고 선명해. 호루스신의 석상 두 개가 문 양쪽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

콤 움보 신전

또 악어머리 형상을 한 소벡 신과 호루스 신을 함께 모신 '콤 움보' 신전은 높은 언덕 위에 있어서 그 웅장함이 더 뛰어난 것 같아. 한 신전에 두 신을 모시는 신앙과 건축형태는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볼 수 있대. 눈도장만 찍고 나오다 보니 신전으로 부서져 내리는 햇살이 어찌나 맑고 쾌청한지 푸른 나일강과 함께 멋진 그림이 되어있더구나.

참, 소라야! 여기는 관광객을 보호한다고 '콘보이'라고 하는 총 든 경찰이 두 명씩이나 같이 버스를 타고 다녀.

◇ 미완성 오벨리스크

미완성 오벨리스크

42도를 가리키는 온도계를 보고 버스에서 내리니 온몸에 불이 붙는 것 같아. 넓디넓은 화강암 채석장으로 오르는 길이 몇 백리는 되는 것 같았으니까.

이 커다란 미완성 오벨리스크는 핫셉수트 여왕 시절에 만들던 거래. 나무 쐐기를 박아 만들기는 한다 해도 길이가 무려 42m나 되고 무게가 1200t이나 되는데 이걸 어떻게 옮기겠다는 건지… 하긴 여기서 캐낸 돌들이 룩소르와 카이로로 가서 신전이 되고 피라미드가 되었으니 고대 이집트인들의 능력은 도대체 어느 정도인거야.

소라야! 저것 봐. 몸체에 금이 쫙~ 간 거 보이지? 이 오벨리스크가 완성됐다면 기네스북에 올랐을 거야. 저렇게 몇 천 년을 누워 지낸 게 안돼 보이기도 하지만 완성품이 되어 이리저리 약탈당하지 않고 이렇게 누워서 고향을 지킨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 세계에 퍼져있는 형제들을 찾아오는 숙제는 언제 하려나… 달란다고 선뜻 주기나 할까?

소라야! 문화재의 생산국과 소유국 논쟁은 언제 풀릴까? 답답하지? 붉은 노을이 나일강을 물들일 무렵 작은 섬에서 누비안식 저녁을 먹었어. 이름은 잊었지만 닭볶음탕 같은 요리가 입맛에 맞더군. 특히 화덕에 구운 넓적한 빵 '아이시'는 곡물 맛이 그대로 살아있어 씹을수록 고소했어.

◇ 사막을 지나다

아부심벨 신전으로 가는 길.

새벽 3시에 일어나 30분 동안 후다닥 눈꼽을 떼고 도시락을 받아 버스에 올랐어. 아부심벨로 가는 길은 개별행동이 안되기에 모든 관광버스가 한 곳에 모여서 함께 출발해. 그것도 새벽 4시와 11시. 하루에 두 번을 함께 들어갔다가 두 시간 구경하고 일제히 나와야해. 꼬리에 꼬리를 문 관광버스와 승합차가 100여대는 되는 것 같아.

어제의 그 콘보이 경찰 두 명과 함께 졸린 눈을 부비며 출발. 어둠을 헤치고 가는 동안은 눈을 붙이기도 했지만 태양은 떠오르자마자 이글거리기 시작했어.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깐 내리면 후끈하고 숨이 막히니… 끝없이 펼쳐진 모래밭….

사막의 신기루.

소라야! 난 오늘 사막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났어. 내 키보다 더 큰 선인장이 여기저기 자라거나 가끔 오아시스에 들러 목마름을 해결하고 아름다운 열대의 풍광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거든. 그런데 가도 가도 보이는 것은 누런 모래뿐, 외길로 뻗어있는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어지럽도록 가물거리고 삭막한 사막 한 가운데를 달리는 버스도 더위에 지쳐서 골골거리며 얼마를 달렸을까.

소라야! 저 멀리 시야 끝에 바다가 출렁거려. 지평선 끝에 하늘과 맞닿은 곳, 거기에 찰랑거리는 바다 보이니? 섬도 떠 있잖아. 바다가 아름다운 건 섬이 있기 때문이고 사막이 아름다운 건 저 신기루를 만들어낸 작열하는 태양이 있기 때문일 거야.

아스완 하이댐과 나세르호수.

영국인에 의해 건설된 아스완댐에서 6㎞ 위에 러시아의 원조를 받아 높이가 111m, 둑길이가 3.6㎞나 되는 하이댐을 만들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거대한 인공호수 '나세르호'가 생겨났어. 이 댐이 생기면서 이집트는 경제적 효과를 많이 얻었지만 유네스코에서 보면 높아진 수위 때문에 엄청난 문화재의 훼손이 불 보듯 보인거야.

소라야! 이상하지 않니? 자국의 문화재를 아랑곳하지 않은 이집트와 이 문화재를 구하겠다고 세계의 50여 나라가 돈을 모아 대역사를 벌인 것이… 어쨌든 유네스코 덕분에 한 개의 무게가 30t이나 되는 도막 3500 여개로 잘라서 200m 뒤로 옮기면서 강바닥에서 60m를 높였대.

◇ 아~ 아부심벨

대신전

47도나 되는 살인적인 더위와 싸우며 푸른 나세르 호수를 끼고 돌면 고대 이집트미술의 가장 위대한 걸작품이라고 하는 두 개의 신전이 깎아지른 듯한 사암절벽에서 그 위용을 뽐내고 있어. 사람을 압도하는 크기에 관광객들의 탄성이 터져 나오고 사진을 찍느라 난리법석이야.

대신전은 람세스 2세 자신의 신전으로 키가 20m나 되는 좌상 4개가 나세르호수를 굽어보고 좌상 사이의 벽감에는 태양신 '라-호라크티'여신이 있어. 위에는 22마리의 원숭이가 앉아서 태양신을 경배하고 있네. 저기 훼손된 좌상은 기원전 27년에 생긴 지진으로 파손된 거래. 발치에 있는 작은 조각상은 왕비들과 자식들이고…

대신전 내부 모습 (사진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람세스2세 입상, 포로를 끌고가는 벽화, 지성소, 태양신 벽화)

내부로 들어가면 서양미술사의 첫 장에 나오는 고대 이집트 벽화가 3000년 세월의 무게를 이기고 선명하게 나타났어. 지금 당장 화랑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예술작품이야. 람세스 2세의 입상 8개가 자신의 戰功벽화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모습. 왕비가 파라오에게 연꽃을 바치는 그림과 상형문자들.

양쪽의 기둥 사이 좌우로 뚫린 여러 개의 방을 지나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람세스2세를 포함한 4개의 작은 좌상이 있어. 여기가 바로 일 년에 두 번, 지평선에서 솟아오른 아침 햇살이 이들의 얼굴을 서서히 비춘다는 지성소야.

소신전

대신전과 이웃한 소신전은 람세스 2세가 총애하던 왕비 네페르타리와 사랑과 행복의 여신 하토르를 경배하기 위하여 세워진 것으로 정면에는 4개의 람세스 2세와 2개의 네페르타리 조각상이 있고 역시 발치에는 6명의 자식들이 서있어. 내부에 있는 6개의 열주에는 하토르여신상이 새겨져 있고 람세스 2세와 네페르타리의 행복한 모습의 벽화가 많이 남아있어.

태양이고 싶었던 람세스 2세가 남긴 100 여 명이나 되는 자식들의 후손은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이 화두를 잡고 생각했어. 두 시간이 금방 지나고 이제 집으로 갈 일만 남았네. 문명의 타임캡슐을 타고 날아와 건조한 사막냄새를 흠뻑 맡고 가.

소라야! 지금까지 먼 길을 함께 해줘서 고마워.

◇ 이집트 에필로그

아부심벨 대신전

이집트에는 죽음과 연결된 고집스럽고 신비로운 무엇이 있다. 죽음은 삶의 일부이고 삶의 축이었다. '나일강 물을 먹은 사람은 반드시 나일강으로 돌아온다'는 속담을 믿을 것이다. 다시 가서 하얀 돛이 펄럭이는 펠루카를 타고 나일강을 느껴보고 싶다. 죽은 자가 산 자를 먹여 살리는 나라. 아프리카의 사막에 숨어있는 비경 하나를 가슴에 품었다.

~shukran (슈크란)~

송영숙의 여행이야기를 마치며

아부심벨 대신전과 소신전 앞에서

거기 뭐가 있어서 자꾸 가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도 굳이 대답을 하라면 거기에 또 다른 '나'가 있어 데리러 갔다 온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설레임으로 꽉 찬 가슴을 안고 떠나서 하나하나 내려놓으며 비우고 채우고 또 비우고… .얻어오는 여행이 아닌 비우고 오는 여행이 좋습니다. 돌아올 곳이 없다면 그건 방랑이지만 난 돌아올 곳이 있으니 마음을 다 비우고 돌아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문득문득 그때 생각을 하면서 혼자 미소 지을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지금까지 8개월 동안을 여행가도 아니고 작가는 더더욱 아닌 평범한 할머니에게 귀한 지면을 내어주신 충북일보와 못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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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