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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숙의 거기 뭐가 있는데 - 러시아, 물과 빛의 도시, 피터의 땅(5)

  • 웹출고시간2010.07.01 18:54:4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소라야! 오늘은 그야말로 러시아 예술에 푸욱 빠지는 날이야.

모스크바가 러시아의 심장이라면 이곳은 당연히 러시아의 머리에 해당하지 않을까·

어제의 넵스키대로를 타고 이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에 도착했어.

<그리스도 부활성당>


그리스도 부활성당

현관 입구에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묘사한 그림이 있어서 그리스도 부활성당이라고 한대.

알렉산드르 2세가 겨울궁전에서 돌아오다가 암살당한 곳에 아들인 3세가 세우고 암살자도 이 자리에서 처형하여 피의 성당이라고도 한다는군. (소라야! 알렉산드르 2세...알지· 알래스카를 미국의 49번째 주로 만들어준 사람.)

모스크바의 바실리사원을 모방하여 지었다지만 화려하진 않아. 파스텔톤의 돔 장식이 단아하고 품위가 있어.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진 이 성당은 가장 러시아적이고 건물외관이 정말 아름다워.
갈색의 벽돌과 대리석, 세라믹타일과 유리, 그리고 돌로 지어졌대.

다양한 색상의 모자이크가 훌륭하여 모자이크 성당이라고도 불러. 이스탄불의 소피아성당에서 본 예수의 모자이크와 아주 비슷한 모자이크 타일의 이콘들이 화려함과 정교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어. 건축물이라기보다는 화려하고 거대한 조각 작품을 보는 것 같아. 내부에는 러시아에서 산출되는 광물, 보석 등으로 황금테두리장식을 한 이콘들을 볼 수 있어.

<에르미타쥐 국립박물관>

네바강을 따라 길게 자리잡은 이 박물관은 피터대제부터 제정러시아 황제들의 겨울궁전이었어.

에르미타쥐 전경

어젯밤, 환한 밤풍경을 보고 또 보느라 잠을 설치긴 했지만 200년간의 화려했던 황제의 시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에르미타쥐에 반해버렸어. 대영, 루브르와 함께 3대박물관으로 꼽는 이유를 알 것 같아. 이 건물의 담록색 외관과 하얀 기둥이 물가에 서있는 청초한 여인 같아.

1057개의 방, 117개의 계단, 2000개의 창문, 170개가 넘는 조각상. 거기에 미술관에는 말로만 듣던 화가들의 명품이 125점이나 있어. 어마어마하지 않니· 눈은 호사했지만 따라주지 않는 머리가 고생을 좀 했지. 젊은 여인이 늙은 남자에게 젖을 먹이는 그림(이 그림 이야기를 나중에 알았어)을 보고 그림도 시처럼 난해하군..하고 독백을 했었지.

옛 것들을 잘 보관하여 오늘날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고 국익에도 일조를 하며 나라의 우수성을 알리기도 하니 얼마나 좋은가... 잠시 부러워하며 많은 방들을 둘러 보는데 인파에 밀리고 사진 찍느라 부산하고 시간에 쫓기고....정신이 없었어.

에르미타쥐 내부

마치 베르사이유 궁전을 보는 것처럼 착각이 들기도 했는데 <황제들의 방>에는 공작석이라는 초록색의 돌과 금으로 된 아름드리 기둥이 이채로웠고 아무런 공명장치가 없는데도 연주를 하면 저절로 웅장하게 울려 퍼진다는 음악실은 정말 특이하고 놀라웠어.

황금기둥이 즐비한 무도회장. 바닥의 문양과 천장의 문양이 똑같고 황제의 상징 쌍두독수리가 포효하는 게오르규홀. 나폴레옹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228명 장교들의 초상화로 가득찬 승전의 방.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의 방. 특히 르느와르의 방에서 만난 회개하는 마리아의 그림에서는 금방 눈물이 후두둑 떨어질 듯 했어.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죽이려하는 렘브란트의 그림 <돌아온 탕자>의 아버지의 손. 그 양손이 서로 다름을 처음 알고 나니 많은 聖畵들이 예사로 보이지 않았어. 넌 알고 있지· 왼손과 오른손의 의미를....그 외에 남의 나라 문화재들로 꽉 채워진 부끄러운 방도 많이 있었지. 침략자들만이 갖는 전리품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배짱들을 비웃어 보았지만 왜 속이 답답했는지 몰라.

오래도록 이곳의 잔영이 남아있을것 같아.정말 놀라운 박물관이야.

<순양함 오로라호>

오로라호

소라야! 이 오로라호는 참 할 얘기가 많대.

7000t급의 엄청 큰 이 배는 1900년에 진수식을 하고 1904년에 러일전쟁에 참전했으나 포 한번 쏴보지 못하고 패전한 배야.

또 1917년 10월에는 겨울궁전을 향해 공포탄을 쏨으로서 볼세비키혁명의 시작을 알렸대. 험난한 역사를 지닌 채 1988년 이후 지금은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어. 말없이 서서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 배. 남해에 잠들어 있을 우리의 거북선은 언제 깨어나 훌륭한 박물관이 될까·

저 많은 포문은 어디를,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건너편에 설치된 삼성광고판이 유난히 눈에 띄는구나.

이삭성당 내부

<이삭성당>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이 아니라 러시아의 정교회 聖人 <이사악카이 달마스키>를 기념하여 지었는데 피터대제와 생일이 같다는군. 사진에 봐. 차와 사람이 얼만하게 보이나...

파리에서는 에펠탑이 어딜 가나 보이더니 여기서는 이 성당의 돔이 어딜 가나 보이더라.

48개의 붉은색 원기둥은 핀란드에서 운반해온 화강암이래. 이 성당을 지은 건축가가 죽을 때 이 뜰에 묻히고 싶다고 유언 했지만 러시아 정교인이 아니라고 거절했다네. 그들이 얼마나 원칙을 중요시하는지 정에 끌려 약해지는 우리가 배워야할 것 같지·

늪지대이기 때문에 바닥에 13,000개의 나무기둥을 놓고 그 위에 대리석판을 깔고 지었다는데 저 붉은색 기둥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 기둥 하나를 세우는데 128명의 장정들이 45분간 씨름을 해야 할 수 있었대.


성당의 모자이크 이콘

황제의 성당이라서 말과 소를 전혀 이용치 않고 모두 사람의 손으로만 지었는데 이 성당 역시 내부에는 많은 이콘화와 모자이크, 부조들로 뒤덮였어.

천장에 은으로 조각된 비둘기 보이지· 정말 멋져. 햇살이 부드럽게 퍼지며 이콘을 어루만지는것 같아. 촬영금지지만 모두들 찍기에 나도 살짝살짝 조금 찍었어.

이삭성당 천장

스탈린군이 공격해 왔을 때 금빛 돔에 페인트칠을 하기도 하고 풍선으로 만든 전투기를 만들어 다른 곳으로 유인하여 폭격을 면하게 했대.

사람들이 목숨 바쳐 지켜낸 성당이란 소리를 듣고 보니 아름답다 못해 처절해 보였어. 기둥마다 총상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러시아 최고의 국보급 유적임에 틀림없어.

그 외에 카잔성당도 보았어. 종이로 만들어서 양끝을 안으로 구부린 듯한 아치형으로 지어졌는데 로마에서 본 베드로 성당과 아주 비슷해. 94개나 되는 기둥이 1m 간격으로 서서 사람을 압도하는 성당이야. 이 성당이 완성된 후, 나폴레옹전에서 승리를 했대. 성당 안에는 영광의 트로피와 탈취한 군기들이 펄럭이고 있다는군.

<예카테리나 궁전>

예카테리나여제

피터대제를 말하면서 '예카테리나여제'를 빼놓을 수 없어. 러시아인도 아닌 독일의 공녀가정략결혼으로 시집와서 황제가 되기까지 곡절이 많았더라구. 어쨌든 그녀의 눈앞에서 러시아의 문화가 꽃필 때 백성들은 얼어붙은 동토에서 가장 참혹한 시대를 살며 죽어갔대.

소라야! 저 궁전의 화려함을 봐. 흰색과 푸른색의 외관이 아주 깔끔하고 단정한 여인 같아. 금으로 번쩍이는 내부는 화려하다 못해 눈이 시리더라. 호박이라는 보석으로 치장된 방은 정말 입이 벌어졌어. 아~~~.놀라울 뿐. 할 말이 없다. 좀 쉬었다가 차근차근 보고 싶었지만 인파에 밀리고 시간에 쫓겨서 어지럽게 발자국만 남겨놓고 나오려니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 그렇지만 행복감이 충만한 하루였어. 왜냐구· 명화와 보석 속에 빠진 날이었으니까.

이제 피터의 땅과도 이별할 시간이야. 부랴부랴 저녁 도시락을 챙겨들고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핀란드의 헬싱키를 잇는 기차 <시베리우스>호에 몸을 실었어. 가도 가도 보이는 건 들판이구나. 정말 넓다. 산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 군데군데 작은 통나무집과 싱싱한 채소들이 자라고 있는 텃밭이 보이는데 그게 바로 '다차'라고 하는 러시아사람들의 별장이래.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금요일 오후가 되면 시외로 나가는 바람에 길이 막힐 지경이래.

기차 안에서 돌아보니 어제 오늘의 여정이 꿈속처럼 느껴졌어. 유럽을 동경하던 피터대제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음도 알게 되고.... 소라야! 내가 찍어놓은 발자국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난 이곳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잊지 못할 것 같아. 기차 안에서 국경을 넘어 핀란드 땅으로 들어서니 똑같은 하늘, 똑같은 나무인데도 왜 그렇게 맑고 환하고 친근감이 들었는지....나만 그랬을까· 오후 4시 30분에 출발한 기차는 5시간 20분 만에 핀란드 땅 중앙역에 도착했어. 오늘도 환한 밤에 또 두터운 커텐을 치고 자야겠어. 헬싱키의 밤을 느껴볼 사이도 없이 .....

<상트페테르부르크 에필로그>

네바강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펼쳐지는 이 도시풍경은 손대지 않아도 멋진 그림엽서다.

겨울이면 하얀 설경이, 여름이면 하얀 밤이 물과 빛의 도시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준비되어 있는 국민들 앞에는 뭐니 뭐니 해도 순수하고 인간적이고 열정을 가진 지도자가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러시아에는 신이 내려준 세 가지의 축복 '풍부한

천연자원과 삼림, 아름다운 팔등신의 여인들, 세계인의 술 보드카' 가 있고 또 세 가지의

저주 '혹독한 추위와 눈, 못생기고 게으른 남자들, 그리고 독주 보드카'가 있다고 한다. 러시아의 현실을 한마디로 콕 집어 말한 유머가 참 재미있다. 물과 함께 발전한 이 도시를 보며 우리의 젖줄 무심천도 청주시민이 누리는 축복에 첫 번째로 꼽힐 날이 오기를 바라며 러시아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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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