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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숙의 거기 뭐가 있는데? - 러시아, 그 붉은 심장에 서다(2)

폴란드 독립 영웅 '미닌과 포자르스키' 동상 우뚝
15세기 만들어진 대포와 200t 넘는 '황제의 종'도
115m 참새언덕서 모스크바 시내전경 '한눈에 쏙'

  • 웹출고시간2010.05.13 18:21:5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붉은광장 내 위치한 굼(GUM) 백화점

소라야! 바실리 사원을 나와서 옆으로 돌면 그러니까 입구에서 보면 오른쪽(동쪽)에 궁전같은 백화점 GUM이 있어. 국영백화점이라는 뜻의 러시아어 첫 글자로 지어진 이름인데 수입명품을 파는 백화점이래. 사회주의국가에 있는 명품백화점. 좀 이상하지 않니· 과시용인가· 아무튼 최신식의, 최고의 백화점이야. 카운터의 총길이가 2.5Km나 되고 3층 건물에 천장을 유리로 만들었으니… 자유로운 영혼들이 붕붕 떠다니고 있더구나.

광장의 북쪽에는 붉은색의 역사박물관이 있어. 러시아 고고학 자료와 제정 왕조의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는데 나는 겉모습만 보고 왔어. 아쉽게도…

미닌과 포자르스키 동상

광장에는 많은 동상이 있는데 모스크바 동상 중 걸작으로 꼽힌다는 '미닌과 포자르스키'의 동상에 눈에 가더라. 두 사람은 폴란드로부터 모스크바를 해방시키는데 크게 일조한 영웅이래. 동상이 역동적이고 참 잘 만들어졌어.

구원의 탑

또 모스크바의 표준시를 알리는 대형시계가 달린 스파스카야탑(구원의 탑)도 있어. 15분 간격으로 종이 울린다는데 난 왜 못 들었는지 몰라. 런던의 빅밴은 들었는데… 이 탑은 많은 성탑들 중 제일 아름답고 중요한 탑이래. 황제들이 외국 사신을 맞이하거나 전쟁을 위해 출병하는 군사들이 황제의 축복을 받기위해 출입하던 곳이니까. 탑 꼭대기에는 러시아황실의 상징인 쌍두독수리가 루비별을 달고 비상하고 있지. 저 루비별 안에는 5000볼트의 전류가 흐르고 있어서 마치 스스로 빛을 내는 것 같대. 풍향에 따라 360도 회전도 하고 시계의 무게가 25톤, 긴 바늘의 길이가 3.28 미터래. 상상에 맡길게. 하루에 두 번 태엽을 감아 밥을 준다는군.

15세기에 만들어진 '황제의 대포'(왼쪽)와 '황제의 종'

그리고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것들도 있어. 한 번 볼래? 15세기에 만들어진 대포. 한 번도 발사된 적 없는 불쌍한 대포. 소라야, 저 대포알이 발사는 될까? 이름은 거창하게도 짜르(황제)의 대포. 또 하나는 짜르의 종이야. 200톤이 넘는데 깨졌어. 만드는 중에 불이 나서 물을 끼얹었더니 깨졌다네. 저 깨진 조각의 무게만도 7톤이래. 그렇지만 종으로서의 임무를 해보지 못한 불쌍한 종이야. 구리에 금 72㎏, 은 525㎏ 이나 들어갔대. 동전으로 통통 튕겨봤더니 그런대로 맑은 소리 가 나더군. 쏠 수 없는 대포, 소리 없는 종. 모두가 권력을 잃은 황제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어. 우리네 인생사 같기도 하고.

◇ 우스벤스키 사원

우스벤스키 사원

크레믈린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성모승천사원이야. 똑같은 황금빛 양파머리가 5개인 이 사원은 황제의 대관식이 열리던 곳이래. 저 돔은 후퇴하는 나폴레옹 군대에게서 빼앗은 금 300㎏과 은 5톤으로 만들었대. 오! 승리자의 축배를 신에게 올리나이다… 뭐 이런 건가봐. 어찌보면 신을 빙자해 개인을 과시하려고 이런 어마어마한 궁전들을 지은 게 아니겠니?

그런데 여기에 우리의 흔적도 있더라구. 얘기를 듣고 보니 열강의 변두리에 있던 대한제국이 다시 보이더라. 슬프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1896년,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민영환, 윤치호 선생 일행이 참석했대. 그런데 갓을 벗어야만 들어가는데 이 분들이 거부했다네. 그래서 밖에서 기다렸다는군. 끝나고 만났겠지?

우스벤스키 사원 내부에 이콘

1000 여명의 화공이 200 여 년 동안 온 벽면에 그림을 그렸대. 천연염료로… 모두 5단으로 그렸는데 1단 예수의 탄생부터 5단 사제의 문까지 문맹자가 많을 때 그린것이어서 그런지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이해가 쉽더구나. 맨 위가 1단이고 바닥이 5단이야. 이상하지? 하느님의 눈으로 보기 때문이래. 화려하진 않지만 세월의 무게가 얹혀서인지 안온해 보였어. 그런데 이 건물을 지은 이반 3세도 사원을 설계한 건축가를 투옥시켜 죽게 했다는군. 이유는 하나. 똑같은 건물을 짓지 말라고…

성모수태고지사원

또 천사 가브리엘이 성모 마리아에게 예수의 잉태를 알려준 의미를 담고 있는 '성모수태고지사원'이 있어. 규모는 좀 작지만 황실용 사원답게 내부는 굉장히 화려하대. 크고 작은 9개의 황금빛 돔 지붕이 멋지지· 십자가도 특이하고. 5개의 은색 돔으로 1655년에 지어졌다는 '12사도사원'은 깔끔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사원이야. 지금은 17세기의 미술작품과 보석, 가구 등 생활사 박물관으로 변했어.

크레믈린 대회궁전

참. 이 광장에 유일한 현대식건물이 있어. 구소련시대때 공산당전당대회를 하던곳. 바로 대회궁전이야. 삼각형으로 된 기둥이 인상적이야. 지금은 볼쇼이 제2극장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국제회의를 하는 곳이래. 그 외에도 많은 건물이 있지만 이제 광장 밖으로 나가보자.

소라야, 난 크레믈린을 나서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 '저들은 왜 이방인이 대통령 집무실 앞마당을 활보하게 만드는 걸까?'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열린 공간을 부러워하는 걸까?' 음~~. 너도 내 생각과 같지?

피터대제 동상(왼쪽)과 여우와 두루미 동상.

궁을 빠져나와 오른쪽으로 돌면 성벽 밖에는 모스크바강이 흐르고 거기에 이솝우화에 나오는 두루미와 여우, 곰 등 수많은 얘기의 주인공들이 멋진 조각품이 되어 우리를 동심의 세계로 빠지게 하는구나.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하며 하나씩 들려주는 이솝우화가 정말 실감날 것 같지 않니? 우리 무심천에도 이렇게 해놓으면 참 좋을 텐데… 참 부럽다!!


난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서도 양산을 받쳐 들었는데 우와~~ 저 강변을 봐. 햇볕이 그리운 사람들이 일광욕하느라고 난리가 났어. 신기하지· 영화장면 같지 않니? 그리고 어딜 가나 만나는 동상들… 가는 곳마다 거대한 동상이 서서 이국의 여인을 압도시키는데 처음에는 '누굴까' 기대하면서 얘기를 들었는데 나중에는 시큰둥해졌어.

모스크바 강 옆에 크레믈린을 등지고 선 그 유명한 피터 대제의 동상. 포효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해. 푸틴대통령이 세웠는데 높이가 자그마치 100m란다. 손에는 황금 두루마리를 번쩍 들었네. 다음에 만날 사람이니 그냥 가자.

◇ 참새언덕과 모스크바 대학교

참새언덕에서 본 모스크바

칼국수에 칼이 없듯 참새언덕에 참새는 없고 연인들과 관광객, 그리고 노점상만 있더구나. 왜 레닌언덕이었던 것을 참새언덕이라고 공식명칭을 만들었을까? 궁금하지?

미하일 볼가코프의 소설 '장인과 마리가리따'에 등장하는 언덕배기에서 따온 이름이래. 참새랑은 전혀 상관없는… 그렇지만 참 재미있지 않니? 모스크바에서 젤 높은 115미터나 되는 언덕 이름이 아주 작은 참새언덕이라니…

모스크바는 전 면적의 60%가 녹지이며 산이 없다더니 여기서 내려다보니 정말 넓은 평원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더구나. 산은 우랄산맥에나 가야 볼 수 있대. 우리는 옆에다 산을 끼고 사는데…

국립 모스크바 대학교

언덕에서 보면 스탈린의 명으로 세워졌다는 7개의 고딕 건축물의 첨탑에서 빛나는 햇살이 눈이 부신데 그 중에 제일 높고 멋진 건물이 바로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야. 좌우 대칭이 정말 끝내주지 않니· 앞에 있는 동상은 설립자야.

전공과목도 300여개가 넘는데 모두가 순수학문 분야라니 놀랍더라. 이 대학교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10명이 나왔어. 대단하지· 옛날에는 철학과가 제일 인기였는데 지금은 법대가 최고래.

변호사가 인기직종이고… 3만 5천 여 명의 학생이 열공하는 대학 주변에는 술집도 없고, 찻집도 없고, 오직 자작나무와 사과나무 숲길에 잘 다듬어진 잔디와 정원만 있어. 5월엔 하얀 사과 꽃이 구름처럼 피어오르고 가을엔 빨간 열매가 일품이래.

또 1980년에 소련의 아프카니스탄 침공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보이코트 하는 바람에 반쪽짜리 올림픽을 치른 주경기장의 둥근 스타디움도 보이지?

마트료시카

화려한 기념품을 파는 노점상에서 바실리사원 미니어쳐를 샀어. 드디어 내 손안에 들어왔지. 깜찍한 바실리 사원이… 바실리사원보다 더 화려한 '마트료시카'도 있어. 행운과 다산을 상징하는 인형인데 한 개의 속에 8~9개가 포개져 있어. 꺼내면 또 나오고 꺼내면 또 나오고… 너도 어디선가 보았을 거야. 자작나무로 만들었는데 옛날에는 양념통으로 쓰였대. 화려한 색깔에 매료되기는 하지만 너무나 무표정한 큰 눈과 빨간 입은 섬짓하기도 해. '프라토즈'라는 스카프를 두른 여인은 얼굴은 똑같지만 옷의 색깔이 모두 다르구나.

참, 빼놓을 뻔 했네.

참새언덕을 보고 아르바트 거리로 가다가 만난 우리의 LG. 아예 LG다리라고 불린다는 아주 긴 다리를 봤어. 원래 이름은 '긴 돌다리'인데 러시아인들도 아예 LG다리로 부른대.

모스크바의 명물이 된이 다리 광고는 40년 계약을 했다니 지금도 펄럭이고 있을 거야. 다리난간 44개에 펄럭이는 로고.

무심천 대교의 난간이 몇 개지? 44개가 되나 한번 세어봐야겠어. 대교에도 가끔 기념 엠블렘이 펄럭이는 걸 봤는데…

자랑스런 우리의 기업들이 눈물겹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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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