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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숙의 거기 뭐가 있는데 - 노르웨이 푸른 빙하를 향하여

  • 웹출고시간2010.08.19 19:10:4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소라야! 점심을 먹으면서도 우리는 비겔란의 조각품을 논하느라 바빴어. 제목이나 해설이 없어서 난해했다는 얘기와 예술을 이해하고 예술가를 인정해주는 이들의 안목을 칭찬했어. 난 자연과 예술이 조화롭게 만나면 얼마나 풍요로워지는지를 알았고....

이제 바이킹을 볼 차례야. 바이킹=해적선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그런지 좀 으스스해. 긴 배를 타고 뿔이 달린 투구를 쓴 사람들이 불쑥 나타날 것만 같아. 8세기부터 11세기 후반까지 악명을 떨치던 바이킹족들은 스칸디나비아 지방에 정착해 살았는데 그 역사를 제일 잘 간직한 곳이 노르웨이래. 그들도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자니 어쩔 수 없이 그랬을 거야. 굶어 죽을 순 없으니까.

<바이킹 박물관>

바이킹박물관 전경

박물관 앞에는 콜롬부스가 미대륙을 발견하기 500년 전에 바이킹들이 미대륙을 발견했다는 것을 고고학적으로 입증한 '안네 스티네'부부의 흉상이 있어. 그래서 이 박물관은 바이킹의 후예들인 이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곳 일거야. 빨간 지붕의 건물에 아름다운 은빛 곡선이 있어서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맨 앞에 전시되어 있는 '오세베르그'호를 상징한 거였나 봐.

오세베르그호의 곡선과 조각 모습

여기 전시되어 있는 3척의 선박 중 대표격인 '오세베르그'호는 800년대부터 약 50여 년간 여왕의 전용 선박이었고 여왕의 유해와 함께 수장되었다가 1904년 오세베르그 지방의 피요르드에서 발굴되었대. 소라야! 저 곡선 좀 봐. 날렵하고 우아하지? 뱃면에 부조된 조각도 섬세하고 아름다워. 마치 커다란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아. 다른 두 척의 바이킹배도 크고 멋져 보여. 그 옛날의 용맹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

오슬로 왕궁 그리고 카를 요한의 청동기마상과(위) '카를 요한 거리'

시간 없다는 가이드의 재촉에 시내로 나와서 '카를 요한 거리'를 구경했어. 약 1.5㎞정도의 보행자 전용도로야. 거리 끝에는 왕궁이 있고 국립극장, 대학교, 상가, 레스토랑 등이 있어 늘 관광객이 붐빈대. 매년 12월 10일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사람들이 묵는 그랜드 호텔도 보여. '카를 요한'이라는 왕은 스웨덴의 왕이자 이곳 노르웨이를 지배했던 사람이래. 저 왕궁도 스웨덴 왕가가 살던 곳으로 지금은 노르웨이 국왕의 관저로 사용되고 있어. 왕궁 앞에는 '카를 요한'왕의 청동기마상이 떠~억 버티고 있네. 참으로 알 수가 없어. 이곳 사람들의 마음을… 난 지난 35년의 역사도 지워버리고 싶은데 말이야.

미욋사 호수

왕궁 뒤에 있는 멋진 공원을 돌아 버스에 올랐어. 아쉽지만 이제 피요르드를 향해 북으로 달릴 차례야. 창밖으로 보이는 예쁜 집들과 초원이 이제 낯이 익었는지 아니면 피곤한 건지 모두들 조용한데 갑자기 와~~하는 소리에 놀라 창밖을 보니 정말 깜짝 놀랄만한 호수가 펼쳐져있는 게 아니겠니· 하늘이 구름과 함께 호수에 풍덩 빠져 버렸어. '미욋사호'라고 유럽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인데 길이가 자그마치 약 120㎞래. 서울에서 우리 청주까지 계속 호수를 끼고 내려온다고 생각해봐. 대단하지?

호수를 끼고 얼마나 달렸을까 Little Hammer(작은 망치?)란 뜻의 재미있는 이름의 작은 마을이 나타났어. 바로 '릴레 함메르'야. 이 작은 마을에서 어떻게 올림픽을 치뤘는지 신기해. 기억나니? 바로 우리나라 김기훈 선수가 최초로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거· 저기 스키 점프대를 봐. 까마득하지?(버스에서 찍은거라 창문이 비쳐 나왔어.)

페르퀸트가 살던 집 (노르웨이 전통가옥)

이곳엔 또 솔베이지가 백발이 되어 페르퀸트를 기다리던 그 집이 남아있어. 소라야! 우리 이 영화 보러 대전까지 갔었잖아. 영화를 보면서 눈물 흘렸던 기억나지? 지금도 별장을 지을 때는 이렇게 짓는 사람들이 많이 있대. 자작나무껍질로 지붕을 덮고 흙을 얹어 놓으면 자연스럽게 풀과 이끼가 자라서 보온효과를 얻을 수 있대.

버스에서 들려주는 솔베이지의 노래를 들으며 달리고 달려 '돔보스'까지 약 6시간 걸렸어. 밤 10시가 넘었지만 환한데다가 밖에서 천둥치는 듯한 물소리가 들리니 그냥 잘 수가 있어야지. 마당을 지나 오솔길로 접어드니 아~!. 소라야, 여기가 바로 선경이지 뭐니. 둥글둥글한 바위,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 피어오르는 물안개, 진초록의 나무들, 그리고 울긋불긋 야생화......카메라 없이 나간 걸 후회하며 실컷 보고 들어와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어. 물론 두터운 커텐을 치고…

맑은 햇살과 달콤한 바람이 코끝을 간질이는 아침이야. 소라야! 드디어 노르웨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피요르드와 빙하를 보기위해 한발자국 나왔어. 이곳 트론하임은 오슬로, 베르겐 다음 가는 노르웨이 제 3의 도시야.

니다로스의 요새의 예쁜 대포

10세기 초, 바이킹 왕조시대에 전성기를 보냈고 1300년경까지는 '니다로스'라고 불리며 이 나라의 수도였대. 높은 언덕의 요새에는 옛날에 이 도시를 방어하던 진지와 성벽 그리고 대포가 그대로 남아 있어. 꼭 우리의 강화도 광성보에 오른 느낌이야. 저 하얀 벽과 초원, 그리고 점점이 박힌 초록 풀밭의 노란 민들레꽃, 검은 지붕과 푸른 하늘, 맑은 바람이 과거엔 고달팠지만 지금은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 같지 않니· 너무너무 예뻐서 많이 찍었으니까 한번 봐. 정말 아름답지?

요새에서 본 트론하임 전경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트론하임 시내풍경 또한 예술이야. 소라야! 나는 이곳 노르웨이가 정말 맘에 들어. 어딜가나 맑은 물과 우거진 숲이 있고, 거기에 그림같이 앉아있는 집들 그리고 달콤한 공기.... 촌색시처럼 참~한 모습으로 서있는 옛날 왕궁의 모습도 친근해 보이지?

니다로스 대성당

<니다로스 대성당>

트론하임에서 대표적인 관광지인 이 성당은 1300년대에 완성되었대. 길이가 100m, 폭이 50m로 중세시대에 지어진 건물로는 북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래.

북유럽의 전설적인 바이킹왕인 '울라프'의 무덤 위에 세워졌는데 이 왕은 북유럽지역의 이교도들을 기독교로 개종시킨 사람으로 성인 반열에 올라 추앙받고 있대. 지금까지 국왕의 무덤으로 사용되어왔고 19세기 초부터는 국왕의 대관식을 거행하는 곳으로 이용되고 있대.

물론 현재의 국왕도 1991년에 이곳에서 성대하게 대관식을 했대. 이 성당은 오슬로에서 본 조각공원의 주인공 바로 그 '비겔란'의 작품이래. 성당 전면에 새겨져 있는 저 사람들은 역대 노르웨이 국왕과 주교들인데 석 줄로 가득 새겨져 있어. 정말 웅장하고 화려하지?

소라야! 저기 정면에 둥근 꽃이 보이지? 밖에서 보면 잘 안보이던 스테인드 글라스가 호화찬란한 장미꽃으로 피어있어. 얼마나 예쁜지 몰라.

구 시가지의 수상가옥

구시가지라 불리는 곳은 중세 분위기가 물씬 나는 것이 조용하고 아늑해 보여. 서로 어깨를 대고 늘어선 수상가옥들도 다정해 보이지? 파란 하늘과 흰구름, 그리고 하얀 요트들이 빨강, 주황, 연두색의 집들과 어울려 동화 속 마을처럼 보여. 바다지만 피요르드이기 때문에 파도칠 일이 없어서 저렇게 안전하게 살고 있대.

소라야!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생각나니? 지붕이 있는 다리를 찍으러 온 사진기자와 중년 여인의 이야기… 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니델바'강에 그 다리와 비슷한 다리가 있다고 해서 모두들 가슴을 설레며(?) 갔어.

중세의 다리

중세의 다리답게 고풍스런 다리를 보며 영화 속의 로맨스를 상상했어.

벌써 오후 3시. 노르웨이는 북쪽(Nor)+길(Way)이니 크고 작은 호수를 뒤로 하고 북쪽으로 얼마나 달렸을까. 달리는 버스 차창에 대고 아무데나 찍어도 그림이 되는 경치도 질릴 때쯤 갑자기 탄성이 터져 나오는 바람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거기에는 바다에서 솟아난 듯 선명한 무지개가 폭포에 걸려 있었어. 어렸을 때 본 바로 그 무지개가… 폭포가 나올 때마다 우와~! 하고 함성을 질러 대니 이건 시작일 뿐이라고 말하네.

자꾸만 커지는 기대감을 안고 드디어 선착장에 도착했어. 버스를 탄 채 배를 타고 내리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기억도 안나. 셀 수 없이 타고 내리고 타고 내리고…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게 여러 번 타고 내리는 카페리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는 거야. 마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태우곤 했으니까. 알고 보니 어디서나 카페리는 30분과 정각에 출발하는 걸로 되어있기 때문이래. 선착장에는 하얀 앞치마에 하얀 머리 수건을 두른 아가씨들이 체리를 팔아. 탱글탱글하고 통통한 체리가 먹음직스러워서 여러 번 사먹었어. 얼마나 맛있었는지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

소라야! 노르웨이의 피요르드는 수심이 수십 미터는 보통이고 100~200m가 넘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터널을 뚫을 수가 없는데 간혹 수심이 얕은 곳은 터널을 만들기도 한 대. 물기가 배어나오는 어두운 터널은 그리 유쾌하진 않았지만 노르웨이에서 제일 먼저 개통했다는 긴 해저터널(내 생각엔 10리가 훨씬 넘는 것 같아)을 빠져 나오니 아름다운 해안마을이 나타났어.

크리스티안 순드 마을모습

이곳이 바로 '크리스티안 순드'야. 인구 2만 명의 작은 도시지만 다리로 연결된 3개의 섬이 유명한 휴양지라서 선착장에는 대형 쿠르즈선과 많은 요트들이 즐비하게 정박해 있어. 대낮같이 환하니 호텔로 들어갈 기분이 아니어서 해안가를 산책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그림 같은 풍경들을 사진에 담았어. 10시쯤 내일을 위해 쉬어야겠기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 예쁜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방에서 잠을 청했어. 물론 환한 밤에…

소라야! 내일이 기대되지? 난 아무래도 오늘밤 꿈에서 빙하타고 내려온 둘리를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잘 자.

~~탁 (Ta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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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