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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숙의 거기 뭐가 있는데 - 러시아, 물과 빛의 도시, 피터의 땅(4)

  • 웹출고시간2010.06.10 21:22:1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상트페테르부르그 시내

소라야! 드디어 피터의 땅이야.

상트페테르부르크(러) =세인트 피터스 버그(영)=성스런 피터의 땅(한). '상트뻬쩨르부르그'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난 간단하게 '피터'로 할게. 구 소련시절엔 '레닌그라드'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곳이야. 모스크바에서 두 시간여 만에 도착한 이곳의 첫인상은 완전 유럽이구나. 핀란드만으로 흘러드는 네바강 어귀의 삼각주에 42개의 섬들이 365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대. 물의 도시, 백야의 도시, 문화예술의 도시, 러시아 제2의 도시답게 8,90년 된 건물들이 즐비하여 고풍스런 멋이 풍기는데 완전 러시아 속의 유럽이야.

영국에서 보던 화려한 조각들과 부조들을 벽에 붙여 장식한 18세기의 바로크풍 건물들....알지· 1990년에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대. 200 여개가 넘는 궁전, 600 여개의 박물관과 미술관, 800 여개의 성당....정말 대단하지 않니· 산이 없는 도시에 불쑥불쑥 솟은 첨탑과 성당의 지붕들이 스카이라인을 멋지게 디자인하고 있는 도시야.

피터는 정실의 아들이 아니었기에 일찌감치 유럽으로 나가 문물을 익혔대. 신분을 숨긴 채 열심히 공부하고 돌아와 이복누나인 소피아공주를 내몰고 실권을 잡아 황제가 된 뒤, 자기가 존경하는 사도성인 '베드로'의 이름을 따서 '상트페테르부르크'라고 했대.

그리고 200여 년 동안(1703~1918) 유럽을 향한 창으로 러시아가 대제국으로 성장하는발판이 되었지.

네바강의 현대간판과 도심 속 설치 된 LG에어컨

여기에도 넘쳐나는 우리의 삼성, LG.그리고 현대....

우리나라의 위상을 세워주는 대기업에 감사하며 옛날 황실의 저택에서 아주 럭셔리한 점심을 먹었어. 마침 우리나라 여행객 3팀이 모였는데 현지가이드들이 모두 음악학도(지휘,피아노,성악)들이어서 자연스럽게 라이브 음악회가 되었지. 이국땅, 그것도 문화예술의 도시에서 듣는 우리 가곡들이 더없이 아름답고 가슴 뿌듯했어.

차로 이동할 때마다 모래시계의 삽입곡이었던 白鶴이라는 슬픈 음악과 백만송이 장미를 들었어. 난 의미를 잘 몰랐었는데 알고 들으니 마음이 차분해지더구나. 구 소련시절, 피로 얼룩진 역사 속에서도 많은 문화의 꽃을 피웠으니 총칼에도 무뎌지지 않는 것이 바로 예술혼 인가봐.

<황제의 여름궁전>

大路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넵스키대로는 곧고 넓게 그야말로 쫘~악 뻗은 도로야.

유럽의 길은 모두 로마로 통한다더니 여기의 길은 모두 이 대로로 통하는 것 같아.

여름궁전 전경

인파에 밀리듯 도착한 이곳은 황제의 여름궁전이야.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그 기념으로 세웠다는데 황금색의 벽과 금빛으로 빛나는 지붕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瑞氣가 쇤부른 궁전에 댈게 아니더구나. 전에 오스트리아의 여름궁전 쇤부른을 보았을 때는 베르사이유보다 좋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곳을 보니 여기가 최고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어. 궁전의 지붕 양끝에는 神權을 의미하는 십자가와 황제를 의미하는 쌍두독수리가 얹혀 있어.

피터대제의 실질적인 권위 즉 내가 최고다~를 나타내는 게 아니겠니·

이 대단한 궁전은 소박하게도 위 공원과 아래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나뉘었어, 아래 공원은 핀란드만과 연결되어 그가 얼마나 바다 건너 땅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아. 금빛 조각상과 분수의 시원한 물줄기는 마치 하나인 듯 조화롭고 가로세로 정렬된 나무들은 마치우리를 위해 열병식을 하고 있는 듯 했어.

여름궁전 내의 삼손분수

많은 분수 중에서 제일 압권인 것은 6미터짜리 거대한 <삼손분수>야.

분수를 둘러싸고 있는 계단 위의 조각들은 모두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이래. 그런데 왜 하필 이스라엘의 장사 삼손일까· 이유는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날이 바로 삼손의 탄생기념일이어서 그랬다네. 실제로 사자의 입을 찢었다는 삼손의 팔다리 근육은 어마어마해.

삼손은 러시아, 사자는 스웨덴을 상징한대. 그 당시 스웨덴은 핀란드, 노르웨이 등 을 다 차지했던 강국이었는데 피터가 얼마나 차지하고 싶었으면 폴란드, 핀란드, 독일을 빼앗아야 한다고 유언까지 했을까....

'펜싱분수' '팡파르분수' '오리분수'...등 재미있는 분수들이 많더구나.

끝이 안 보이는 숲길. 자작나무와 전나무...... 넓디넓은 녹지.......

네바강변의 일광욕

아름다운 정원은 정말 세계 제일이야. 네가 봐도 그렇게 생각할 거야. 인위적이지 않은 꾸밈이 공원다워. 울창한 숲 속으로 걷다보면 발트해를 바라볼 수 있는 해안으로 나가는데 거기엔 바다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이 있어. 나도 들어가고 싶었는데 워낙 물을 무서워하다보니 용기가 없어서 못했어. 정말 후회돼. 내가 또 언제 여길 오겠나 싶어서.... 오르락내리락 네바강변을 지나다보면 여기도 많은 사람들이 일광욕을 하고있어. 얼마나 햇빛을 그리워하는지 안쓰러울 지경이야. 우리땅 대한만국에 태어났음을 감사하며 살아야겠어.

<바실리섬>

42개의 섬 중 가장 큰 섬인 바실리 섬에는 참 유명한 게 많더구나. 우선 피터폴 요새를 보자. 피터는 베드로, 폴은 바오로를 뜻하는데 이곳은 피터대제부터 알렉산드르3세까지의 유해가 안치된 곳이고 적의 공격으로부터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세워진 거래.


121m나 되는 요새의 황금첨탑에는 이 도시의 수호신인 아기천사 '미카엘'이 있는데 무게가 자그마치 550㎏이라니 놀랍지 않니· 8~12m나 되는 두꺼운 성벽 안에는 감옥도 있는데 첫 죄수가 누구였는지 아니·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피터대제의 아들이었대.

아들의 죄도 용납할 수 없는 강한 개혁의지로 이 도시를 건설했음을 알 수 있어. 요새의 안쪽에는 피터폴 성당이 있어. 러시아의 정교회는 로마 카돌릭과 다른 점이 있더라구. 우선 십자가 모양이 다르고, 성호 긋는 방향도 반대고. 미사도 서서보고, 찬송가의 반주는 없는 거래. 바실리사원에서 본 아카펠라가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뒤늦게 이해를 했지.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로스트랄 등대야. 등대가 뭐 대단하냐구· 봐. 180년간 네바강을 지켜온 등대가 두 개 있는데 기둥에 뱃머리를 달았어. 해전에서 승리하면 노획한 전함의 뱃머리를 가져다 장식하는 풍습이 있대. 등대에는 각각 헤라와 제우스상이 있어. 또 피터대제의 좌상도 안볼 수 없지. 참으로 묘한 좌상이야. 잘 봐. 몸의 비례가 어떠니· 이상하지·

그렇지만 이 동상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닳고 닳은 저 무릎 보이니· 넵스키대로를 따라 끝 쪽으로 가면 뱀을 짓밟고 선 피터대제의 '청동기마상'이 있어. 어떻게 저런 모습으로 중심을 잡아 세워놓을 수가 있을까, 조각기술이 정말 놀랍지· 프랑스 조각가가 12년이나 걸려 만들었대. 손녀딸 예카테리나2세가 자신이 할아버지의 적통임을 알리려고 만들었는데 막 뛰어오르려는 말을 보면 그 역동적인 힘이 나에게 전해지는 것 같아.

피곤한 다리를 끌고 여름에만 배를 띄울 수 있다는 네바강 유람선을 타보기로 했어. 러시아 전통 의상을 입고 춤을 추며 노래를 들려주는 무희들과 어울려 우리의 월드컵 구호 <대-한민국>을 외치고 아리랑, 만남...등의 노래를 부르며 한 시간이 넘도록 피로를 풀고 배에서 내리니 서쪽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더군. 시계를 보니 어머나...세상에. 아직도 환한 10시 10분이잖아.

네바강의 노을

우리는 일몰을 보기위해 강변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어. 아~~~! 11시가 되니 서서히 물들어 가는 저 하늘. 일출은 순간이지만 일몰은 여유가 있어서 좋더라. 붉게 지는 저녁노을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이국땅에서 새삼 느껴본 하루였어.

호텔로 돌아가는 길, 환한 한밤중(말이 되나·)에 넵스키대로를 달리며 보니 줄지어 선 성당들이 조명을 받아 예술의 도시임을 새삼 말해주고 있었어. 자정이 되면 '백야야경투어'가 있다는데 우리는 그걸 못해서 정말 서운했어. 내일 이곳의 진수를 보는 고된 일정이 있기에 오늘밤도 두터운 커텐을 치고 환한 밤을 보내야 할 것 같아. 안녕. 잘 자. ~~쓰바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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