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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숙의 거기 뭐가 있는데? - 러시아, 그 붉은 심장에 서다(1)

맑은 햇살 받으며 나타난 동화 속 궁전 같은 바실리사원

  • 웹출고시간2010.05.06 19:29:5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소라야. 이번엔 정말 가고 싶었던 북유럽으로 가.

전에는 그저 일상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여행이란 걸 했다면 지금은 미지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게 좋아서 자꾸만 떠나고 싶은 것 같아. 거기에 뭐가 있기에 자꾸 가냐구?

글쎄.....뭐가 있어서 보러 간다는 것보다 난 그 낯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그들의 공기를 함께 마신다는게 좋아.어쨌든 오늘부터 열흘 간 나와 함께 나가보자. 미지의 세계로....

오늘 오전, 잔뜩 찌푸린 하늘이 불안해 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출발하려고 큰 며느리 차에 올라타는데 비가 억수로 쏟아졌어.여행 중에 맞을 비를 다 맞고 간다고 좋게 생각하며 터미널에서 일행을 만나 인천공항을 향해 힘차게 출발했지.오후 4시 반에 비행기에 몸을 싣고 모스크바에 도착하니 우리 시간으로 새벽 2시가 넘어 있었어.

모스크바 시간으로는 밤 9신데도 대낮처럼 환하니 잠을 어떻게 잘지 걱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설렘과 기대로 올 것 같지 않은 잠인데 어떻게 청해야 할지… 두터운 커텐 속에 부푼 가슴을 묻고 모스크바의 첫날밤을 얌전하게 보냈어. 오늘 밤부터 열흘 간 백야와 정면대결 할거니까…

삼성 광고판

태극기가 펄럭이는 호텔 앞마당 분수광장에서 올려다 본 하늘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었어. 왜냐구? 전에 우리는 ‘철의 장막’이니 뭐니 했잖아. 오늘 구경할 크레물린과 붉은 광장을 생각하면서 내가 이곳에 서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지. 유럽의 시가지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건축물들이 즐비한데 왜 그리도 을씨년스럽게 보이는지… 이건 순전히 내 감정이겠지?

눈을 돌려 마주친 첫 번째가 뭔지 아니? 우리 동네에서 보던 그거 있지? SAMSUNG!!! 우리의 삼성,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얘… 눈물이 핑 돌더라. 나중에 들었는데 그게 러시아에서 가장 크고 가장 비싼 간판이래. 크레믈린 궁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라서 S자 하나 올려놓고 반대에 부딪혀 1년 만에 완성했대.

◇ 끄라쓰나야 쁠로싸지 광장

'붉은 광장' 전경

이름이 생소하지? 바로 크레믈린 광장이야. ‘아름다운 광장’이라는 뜻을 가진 곳이지. ‘끄라쓰나야’가 ‘붉은’이라는 형용사로 쓰이면서 다른 나라에 The Red Square로 소개되어서 붉은 광장이 됐대. 난 웃음이 나왔어. 나는 붉은 색이 피를 상징하는 줄 알았거든.

광장은 뭘 하는 곳일까? 우리의 여의도광장, 프랑스의 콩코드광장, 중국의 천안문광장… 광장에는 역사가 숨어 있잖아. 무시무시한… 이 광장에서도 엄청난 일들이 일어났겠지? 전쟁과 음모, 학살… 여의도 광장이 공원으로 탈바꿈한 것은 참 잘한 일이야. 그렇지?

삼위일체탑(들어가는 문)

‘크레믈린’은 러시아어로 ‘성벽’을 뜻한대. 붉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이곳에는 9개의 궁전과 성당, 탑, 망루, 동상 등이 있는데 지금은 대통령 관저와 정부 기관의 사무실로 쓰고 있대.

정문에 들어갈 때는 작은 핸드백과 카메라만 허용되는 곳이야. 그리고 반드시 러시아 가이드가 동행을 해야만 되고…

관람객이 통과하는 문은 크레믈린의 망루인 삼위일체 탑이야. 20 여개의 탑 중 80 미터로 제일 높은 탑이야. 옛날에는 탑 지하를 감옥으로 사용했대.

나폴레옹의 60만 대군이 들이닥친 '3위일체의 탑 (트로츠카야)' 아래에 서니 말발굽소리와 함성이 들리는 듯 하기도 했어.

전쟁으로 물든 과거… 우리가 겪은 만큼 남들도 겪은 역사의 수레바퀴.

옛날에 그랬듯이 지금도 그 수레바퀴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할퀴며 돌고 있는 건 왜일까? 그게 얼마나 슬프고 나쁜 건지를 다 알면서… 안 그래?

구원의 탑 시계와 레닌묘, 대통령 집무실 모습. (사진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그리 넓지 않은 광장 한 켠에 그러니까 서쪽에는 러시아의 國父 레닌의 묘가 있어. 우리도 죽어서 가는 곳이 서방정토라고 하던데 맞지? 여기도 서쪽이 그런 가봐. 그런데 입장객들의 줄이 얼마나 긴지 아니? 구불구불… 꼭 이태리의 원형극장에 들어가려고 섰던 그 줄하고 똑 같더라. 우리의 일정에는 원래 없었기에 체념하고 중국 자금성에서 본 모택동 묘를 상상하며 돌아섰지 뭐…

◇ 바실리 사원

바실리 사원

러시아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나를 젤 흥분 시켰던 게 바로 이 사원이야. 동화 속의 궁전 같은 아름다운 모양과 현란한 색깔에 반해서였을 거야. 그걸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몰라. 맑은 햇살을 받으며 내 눈 앞에 나타난 사원은 색채의 향연장이었어. 어쩌면 원색들이 저렇게 찬란해 보이는 건지 보고 또 봐도 감동이었어. 9개의 높고 낮은 양파모양의 지붕은 저마다 다른 모양과 색깔로 뽐내고 있어.

이 사원은 이반 4세가 몽골의 ‘카잔 칸’을 항복시킨 기념으로 집 겸, 궁전 겸, 교회로 5년 만에 완공했는데 건물을 다 짓고 나서는 다른데 가서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물을 짓지 못하게 한다고 설계자의 눈알을 뽑고 보냈단다.

이야기를 듣고 올려다 보니 사원 지붕의 반짝임이 서러워 흘리는 눈물 같았어. 그런데 잘 봐. 어딘가 균형이 안맞지? 그런데도 이렇게 아름답게 보이는 건 왜지? 불균형이 주는 비대칭의 아름다움인가?

지금은 붉은 광장의 아니 모스크바의 상징물이 된 바실리 사원은 주머니에 넣어오고 싶을 만큼 예쁘고 신기해.

그런데 사원 안으로 들어서면서 얼마나 실망을 했는지 몰라. 작은 규모의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통로는 좁고....9개의 탑이 각각의 내부를 가진 독립된 공간이면서 회랑과 계단으로연결되었어. 아름다운 소리에 끌려 들어간 방에서 운이 좋게도 찬양대를 만났지 뭐니.완전 아카펠라 중창이야. 교회의 높은 천정으로 울려퍼지는 그 화음은 정말 최고였어.소름이 돋도록 말이야.

이건 비밀인데…사실은 그 찬양대들이 모두 젊은 남자들이었어. 뽀얀 얼굴들이 얼마나 잘생겼는지 침이 꼴딱 넘어가더라.

사원의 이콘화.

이 사원에는 많은 이콘화와 프레스코화가 있다고 하잖아. 자작나무 껍질에 천연염료로 그린 그림이래. 러시아에서는 聖像을 ‘이콘화‘라고 한다는군. 고흐도 있고 렘브란트도 있고… 하지만 나의 명화감상 안목은 수준 이하여서 ‘음~~끄덕끄덕~~음~~' 일색으로 돌고 나왔지.

소라야, 다음엔 모스크바의 중심사원인 ‘성모승천사원’에서 만나.~~쓰바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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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