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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숙의 거기 뭐가 있는데? 이집트- 도시 올드 카이로

이슬람 국가서 기독교 흔적을 엿보다

  • 웹출고시간2010.12.09 16:46:0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카이로 타워가 보이는 타흐릴광장.

소라야! 여기는 이슬람국가인 이집트에서 유일하게 기독교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이야.

카이로는 현대적인 건물과 쇼핑몰이 있는 모던 카이로, 이슬람사원과 현지 시장이 많은 이슬라믹 카이로 그리고 여기 약 10%도 못 되는 기독교인들이 찾는 올드 카이로. 이렇게 세 구역으로 나뉘는데 이 올드 카이로는 '콥틱 카이로'라고도 불러.

콥틱이란 말은 이집트기독교인을 지칭하는 말이야. 이슬람 지배 이전에는 전부가 기독교인이었지만 지배 이후 이집트인들이 이슬람으로 개종하게 되면서 이집트인들의 종교가 기독교과 이슬람으로 구분되기 시작했대.

난 기독교인이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성지순례 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좁은 골목길 풍경이 우리의 60년대 모습과 비슷해서 그런지 좀 지저분하기는 하지만 아늑하고 조용한 곳이야.

◇ 공중교회

공중교회

올드 카이로에는 콥트 시대의 옛 교회들이 여럿 남아 있는데, 이들은 4세기말에서 5세기 초에 건립된 것과, 10세기에 재건된 것들로 교회마다 특징을 가지고 있어.

이집트에서 가장 유명한 교회는 '무 알라카'라고 하는 공중에 떠있는 교회야. 로마황제가 만든 바빌론성채의 문루 위에 세워진 교회로 지상으로부터 약 6m 떨어진 상태라는 거야. 좁은 골목을 가다가 만난 하얀색 교횐데 24단의 계단을 사이에 두고 대칭형 건물로 지어졌어. 아래의 12단은 이집트의 12부족을, 위의 12단은 12제자를 뜻한다는데 앞에서 열심히 세며 올라가던 서양여인이 위에서 '트웰브"하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어.

안으로 들어가면 오묘한 향내가나고 역대 콥트 교황의 사진이 걸려있어. 홀 한가운데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대리석 분수대가 있고 바닥에 투명유리판을 깔아 아래가 비어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교회 아래로 골목을 따라 내려가면 서기 4세기경에 만들어진 성서 13권을 비롯해 300~600년 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성모 마리아상, 예수상 등 전 세계 기독교 학자들에게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콥틱박물관이 나와. 또 종교분쟁 시 이슬람교도들로부터 교회를 보호하기 위해 회교사원과 비슷한 둥근 지붕을 한 성 조지교회는 유럽의 성당처럼 화려한 내부를 가지고 있어.

성 조지교회

지하에 있는 아기예수 피난교회라는 곳도 갔는데 어린 예수와 마리아 그리고 요셉이 헤롯왕의 박해를 피해 3년 6개월 동안 피신해 있었대. 12개의 기둥에 성화가 그려져 있는데 가롯 유다의 기둥은 유난히 붉게 보였어. 이집트의 콥트 신자들은 1400 여 년간 지속된 이슬람의 치하에서 무거운 세금과 온갖 박해, 약자로서의 고통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신앙을 이어오고 있어.

소라야! 이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손목에 십자가 문신을 새겨 주면서까지 그리스도의 삶을 살아가도록 각성시켰대.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 신앙을 지켜온 원동력이 되었을 거야. 대단하지?

◇ 모하메드 알리 모스크

시타텔 요새에서 본 카이로 시내.

십자군으로부터 카이로를 지키기 위해 1176년에 지어진 이슬람군의 요새 시타텔에는 군사박물관과 유명한 모스크가 많이 있어. 모하메드 알리는 그리스 출신으로 이집트 내 알바니아 군단의 사령관으로 있다가 쿠테타로 이집트 왕이 되어 이집트 근대역사의 숭고한 지위를 차지한 사람이야. 시타텔요새의 중앙에 위치한 이 모스크는 2개의 높은 첨탑(84m)과 거대한 돔이 시선을 끄는 아름다운 모스크야.

모하메드 알리 모스크

소라야!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본 블루 모스크 생각나니? 거기는 첨탑이 6개였지만 모스크의 모양은 거의 똑같게 보여. 내부에는 많은 등과 샹들리에가 달려 있고 주위를 둘러싼 스테인드글라스도 화려하고 아름다워.

입구에는 모하메드 알리 왕의 하얀 대리석관이 있어. 마당 한쪽에는 프랑스 정부에서 받은 큰 시계가 있는데 모하메드 알리 왕이 룩소르신전에 있던 오벨리스크를 프랑스에 선물하고 답례품으로 받은 거래. 내가 보기에는 시계가 멈춰있는 것 같은데 콩코드광장의 분수 사이에 우뚝 서서 세계의 관광객을 맞고 있는 그 오벨리스크랑 비교하면 시계가 너무 초라해보여서 마음이 짠~하더구나. 조상의 흔적을 쑤욱 뽑아 준 사람이나 그 무겁고 큰 돌을 4000㎞나 떨어진 곳으로 5년씩이나 배에 싣고 간 사람이나 참 대단한 사람들이야.

모스크 외곽으로 나가면 카이로 시가지와 나일강, 기자의 피라미드까지 보이는 웅대한 조망이 펼쳐지는데 정말 장관이야. 주변에는 많은 모스크가 더 있는데 카프라왕의 피라미드에서 떼어낸 화강암으로 지었다고 해서 유명세를 타는 '핫산 모스크'. 이슬람의 상식을 깨고 여성(모하메드 알리 왕의 며느리)이 세운 '리파이 모스크'도 있어.

◇ 고고학 박물관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

부랴부랴 점심을 먹고 찾은 곳은 붉은색 이층건물 고고학 박물관이야. 한낮의 따가운 햇살과 매연 그리고 사람들의 열기로 이미 지쳤지만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를 실제로 본다는 기대로 얼마나 설레었는지 몰라. 한 유물을 10초씩만 보아도 6개월이 걸린다는 곳. 건물 앞에는 스핑크스가 버티고 있고 네모난 작은 연못에는 종이를 만드는 파피루스와 수련이 있는데 파피루스는 하이집트를, 수련은 상이집트를 뜻하는 식물이래. 겉모습으로 봐서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데 무려 15만점의 고대유물이 전시되어 있다니 놀랍지?

람세스2세와 부인 네페르타리 석상.

소라야! 대만의 고궁박물관에 갔을 때 그 엄청난 양의 유물에 놀랐잖아. 기억나지? 10m가 넘는 람세스2세 부부의 거대한 입상이 반겨주는 1층에는 왕조의 연대에 따라 전시되어 있는데 이집트역사는 너무나 복잡해서 뭐가 뭔지 모르겠더군. 이집트의 많은 유물들이 제가 있어야 할 곳을 잃고 대영박물관과 루브르 박물관에서 방황하고 있는데도 이렇게 많으니 세계최대의 고고학박물관이라는 말이 실감나. 유물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우리의 박물관처럼 관람자의 입장을 배려하여 일목요연하게 전시한 게 아니고 그저 이렇게 늘어놓을 테니 알아서 보라고 하는 것 같아. 마치 창고처럼… 진품을 대영박물관에 뺏기고 유일하게 가짜로 전시중인 로제타석을 보는 것도 참 답답했어. 밖에서 떠돌고 있는 우리의 많은 유물들도 빨리 제자리로 돌아와야 할 텐데 말이야.

소라야! 이집트 3대 미녀로 알려진 네페르티티 왕비(아크나톤왕의 비) 기억나니? 황금비율을 지닌 현대적 미인이라고 불리는 흉상은 독일에 있고 여기에는 두상이 있는데 이 미녀의 의붓아들이 바로 투탕카멘이야. 투탕카멘의 전시실은 2층에 있어. 9살에 즉위하여 18살에 죽은 소년 파라오는 이집트역사에 아무런 업적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그 유명한 황금 마스크의 주인공이야. 이 어린 파라오의 유물이 이렇게 화려하고 많은데 다른 파라오들은 어떠했을까?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좌측)와 독일에 있는 네페르티티 왕비의 흉상.

휘황찬란한 황금부장품들. 황금의자, 황금관, 황금빗, 황금인형… 그나마 황금마스크는 유리관에서 조명을 받고 전시되어 있지만 다른 것들은 열악한 전시실 환경 때문에 제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어. 미이라를 전시하는 특별 전시실에는 수천 년 전의 파라오를 직접 볼 수 있어. 투트모트, 람세스 등의 파라오들과 왕비들 11구의 미이라가 누워있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라니…

소라야! 나는 삶 속에서 죽음을 보았고 죽은 자는 죽음 속에서 삶을 보았을 이 만남을 어떻게 말해야 좋을까? 50여개나 되는 전시실을 반나절도 안 되는 시간동안 돌며 눈도장만 찍고 나오려니 정말 섭섭해서 자꾸만 뒤돌아봤어. 2013년도에 피라미드가 있는 기자지역에 그랜드이집트박물관이 완공된다니 지금보다 더 어마어마하겠지?

나일강변의 석양.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나일강변의 모습은 여행객의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힘겹게 넘어가는 저 태양은 내일 또 이글거리며 나를 괴롭히겠지· 이집트는 물론 아프리카에서 제일 긴 나일강은 펠루카(관광유람선)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를 따라 오늘도 그저 묵묵히 흐르고 있어.

소라야! 내일은 이집트의 옥외 박물관이라고 하는 룩소르로 갈 거야. 우리 멋진 신전에서 만나자. 안녕.

~~shukran (슈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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