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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숙의 거기 뭐가 있는데? 이집트 - '옥외 박물관' 룩소르

나일강 끼고 동쪽엔 신전 서쪽엔 무덤…산자와 죽은자의 도시

  • 웹출고시간2010.12.16 23:36:1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룩소르 시내의 야경

한때는 인구가 10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번성했던 도시지만 지금은 인구 2만 명의 관광특구 룩소르는 현존하는 이집트 고대 유적 중 약 60%가 모여 있어 옥외 박물관이라고 부른대. 지금도 여기저기 발굴현장이 많고 땅을 파기만 하면 미이라가 나온다는 얘기가 있어. 룩소르는 우리나라의 '경주'와 비슷해. 소라야! 그리스 사람들은 이곳을 테베라고 불렀고 아랍사람들은 룩소르(궁전)라고 불렀어. 룩소르는 나일강을 양쪽으로 끼고 동쪽에는 신전이, 서쪽에는 무덤이 있어. 사람이 죽으면 강을 건너 서쪽으로 간다고 생각한 것이 우리랑 같아.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약 670㎞ 왔으니 거리상으론 청주에서 서울을 두 번 왕복하는 거리쯤 될까? 버스엔 냉방시설이 되어있어 괜찮지만 잠시 내리기라도 하면 따가운 햇살에 몸이 익을 것 같아. 버스 안의 온도계가 45도를 가리키고 있어. 밖은 불가마 속 같은 찜통이지만 하늘은 우리나라의 가을하늘보다 더 맑고 높아. 이따금 나일강 주변을 지날 때 보이는 사탕수수밭과 대추야자나무의 초록 이파리는 얼마나 반갑고 시원한지 가슴이 확 트이는 듯해. 흙벽돌로 쌓은 성냥갑 같은 집들은 창문도 없고 지붕도 없어. 집이 완성되면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철근이 삐죽삐죽 나온 채로 그냥 산대. 1929년 이후, 비가 한 번도 오지 않았다니 그럴 만도 해. 어쩌다 보이는 창문은 꼭 책받침 만 해. 얼마를 달려 왔는지 현대식 건물이 보이기 시작하고 드디어 여자들이 보여. 나처럼 펑퍼짐한 아줌마 두 명을 봤어. 지금까지 남자들만 봤는데 그런데 소라야! 참 이상한 게 있어. 남자들은 치렁치렁 긴 하얀 옷을 입었는데 여자들은 검은 천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푹 덮었어. 흰옷을 입으면 조금은 시원할 텐데 말이지.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더구나. 오늘은 룩소르에 남아있는 4개의 신전 중에서 두 곳과 박물관을 보자.

◇카르낙 신전

카르낙 신전의 전경과 오벨리스크(오른쪽)

아몬신전으로 잘 알려져 있는 카르낙 신전은 오늘날까지 인간이 만든 최대 규모의 신전이며 '피라미드' '왕의 계곡'과 함께 이집트 3대 볼거리 가운데 하나로 꼽힌대. 신왕조시대의 파라오들이 아몬신을 숭배하기 위하여 2300여 년 동안 계속 건립되고 해체되고 복구되면서 그 화려함이 더해진 거대한 신전이야. 앞쪽이 가장 최신의 건물이고 안으로 들어 갈수록 오래된 건물이래. 저 성채처럼 높다랗게 보이는 전면을 봐. 외부의 침입자를 경계하던 작은 성문을 탑문이라고 하는데 모두 12탑문까지 있어. 마치 인간의 눈처럼 뚫려있어. 18만평이나 되는 신전은 중앙에 아몬신전이 있고 좌우로 부인 무트신전과 아들 콘슈신전으로 나뉘어져 있으니 이 세 사람을 위한 신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양머리를 한 스핑크스

제1탑문을 들어서면 양머리를 한 스핑크스들이 양쪽으로 길게 도열해 있는데 이 참배길은 2㎞ 떨어진 룩소르 신전까지 이어진대. 제2탑문에는 람세스2세와 부인 네페르타리의 거상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어. 가장 압권인 곳은 중앙의 대열주실이야. 아름드리 기둥 134개가 숲을 이룬 대열주실은 장엄하고 황홀하고 신비로워.

람세스2세와 부인 네페르타리 석상과 대열주실

소라야! 저 생생한 조각과 채색은 4000여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믿을 수가 없어. 134의 1은 풍요를, 3은 강함을, 4는 온 세상을 상징한다는데 이 열주실을 거닐었을 파라오들에게도 부족한 게 있었을까? 파라오의 막대한 권력과 부를 짐작할 수 있는 저 화려한 열주에 이걸 온 몸으로 만들었을 사람들의 얼굴이 겹쳐 보이는 내가 너무 휴머니스트인걸까? 소라야! 카이로의 고고학박물관 앞에 있던 파피루스와 수련 생각나지? 둥근 열주는 연꽃줄기를, 위에 둥글게 펴진 모습은 파피루스의 꽃을 형상화했대. 상하이집트인들의 결속을 다지는데 파라오들이 얼마나 고심을 했는지 알 수 있어. 서로 정적관계이던 투트모스 3세와 합셉수트 여왕의 오벨리스크가 나란히 서있고, 고대 이집트시대에 그리스 정교회와 이슬람사원으로 사용된 흔적도 남아있는걸 보면 긴 역사만큼이나 아픔도 컸음을 알 수 있어. 제6탑문을 지나면 아몬신의 지성소가 있는데 일출과 일몰 때는 햇살이 지성소 안까지 들어온다니 정말 놀라워.

카르낙 신전의 훼손된 모습(왼쪽)과 카르낙 신전의 성스런 호수

지성소 밖에는 제사장들이 종교의식을 행하기 전 목욕재계하던 성스러운 호수가 있고, 설 자리를 잃고 훼손되어 누워있는 오벨리스크와 여기저기 떨어져 뒹구는 돌무더기들이 앙코르왓에서 본 모습과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지....

카르낙 신전의 딱정벌레 석상과 석상을 돌며 소원을 비는 사람들

고대 이집트인들이 신성한 동물로 여겼던 딱정벌레 석상을 돌며 소원을 비는 동서양사람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심사관들이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을 세계문화유산 1호로 지정한 뒤에 와서 보고 1호가 아닌 2호로 지정하는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고 해. 정말 대단한 유산이야.

◇룩소르 신전

룩소르 신전 아멘호테프3세 광장의 열주

카르낙 신전의 부속신전으로 규모는 작지만 이집트의 신전 건축물 중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손꼽히는 신전이야. 카르낙 신전에 살고 있는 아몬 신이 오페트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성스런 배를 타고 이곳으로 와서 11일 간의 축제를 즐기는 곳이었대. 나일강을 굽어보는 룩소르의 위용은 여행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매력이 있어. 온전하게 남아있었더라면 얼마나 대단할까....고대 이집트 제18왕조의 아멘호테프 3세가 건립했고 그 후 제19왕조의 람세스 2세가 증축했대.

외롭게 서있는 오벨리스크

소라야! 저 정면에 짝을 잃고 외롭게 서있는 오벨리스크를 봐. 양쪽에 당당하게 있었더라면 얼마나 더 웅장했겠니. 그걸 왜 줬을까? 보기에 너무 안타까워서 발길이 떨어지질 않아. 람세스 2세의 큰 석상이 있는 대탑문을 지나면 아멘호테프 3세의 기둥들이 빽빽하게 자리잡은 열주실이 또 장관이야.


탑문을 하나하나 지날 때마다 마주치는 거대한 석상들은 누구든 그 앞에 선 자들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어. 가는 곳마다 람세스 2세의 조각상이야. 지금은 두 개의 좌상만 남아있는데 원래는 4개의 입상이 더 있었대. 카르낙 신전까지 이어진 위풍당당한 스핑크스들이 원래 730여개가 있었을 거라고 추측한다니 두 신전의 위용이 어땠는지 상상을 해 봐. 이 유산들이 모두 복원되면 다시 와서 보고 싶어. 여기에도 로마인들이 군영으로 쓴 흔적과 기독교 벽화가 남아있고 한 옆에는 이슬람 사원이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어. 우리의 고조선 시기에 지어진 건물이 이렇게 남아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해. 떠나기가 아쉬운 곳이야.

◇룩소르 박물관

룩소르 박물관 전경

룩소르 신전과 카르낙 신전 중간에 있는 박물관으로 룩소르와 인근 지대에서 발굴된 각종 유물들을 전시해 놓았어. 물론 카이로의 고고학박물관보다 규모는 작지만 현대적이고 세련된 시설로 각 유물에 관한 안내 설명이 여러 나라 말로 표시되어있고(우리 한글은 아직 없어) 쾌적해서 찬찬히 관람하기가 참 좋아.

룩소르 박물관의 악어모습을 한 파라오

카메라는 물론 소지품을 맡기고 들어가면 영상실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전시실로 가게 되어있어. 황금으로 된 소머리의 하트로여신상과 잘 생긴 아멘호테프 3세 석상 등 22개의 석상이 있는데 이 석상들은 룩소르 신전의 비밀장소에서 발견된 것들이래. 2층에는 투탕카멘의 보물 일부와 지난 2004년에 미국에서 반환한 람세스 1세의 미이라가 있어. 그 외에 장신구, 그릇, 가구 등의 5000년 이상 된 유물들이 많아.

소라야! 오늘 두 신전에서 본 조각이나 부조들 중에 재미있는 거 못 봤니? 사람들이 얼굴만 옆모습이고 몸은 정면을 향하게 표현한 거..... 꼭 내가 어릴 적에 그린 그림 같아. 하루 종일 땡볕에서 목을 뒤로 젖히고 올려다봐서 그런지 목이 뻐근해. 우람한 기둥과 석상들에 치인 내 몸뚱이가 왜소해지지나 않았는지 걱정도 되고. 소라야! 내일은 서쪽의 계곡으로 가서 파라오들의 무덤을 볼 거야. 우리의 계곡과 어떻게 다를지 기대해.......잘 자.

~~shukran (슈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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