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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숙의 거기 뭐가 있는데 - 러시아, 그 붉은 심장에 서다 (3)

'빅토르 최' 추모의 벽 아르바트 거리 명물
지하 180m까지 내려가는 길고 긴 지하철
푸쉬킨 부부 동상 앞 사랑의 맹세석 '눈길'

  • 웹출고시간2010.05.27 17:57:2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아르바트 거리

아르바트 거리

소라야, 모스크바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이 거리는 러시아 젊은이들의 혼이 숨 쉬는 곳이고 예술의 거리야. 서울의 명동과 인사동을 합쳐놓은 곳이라고 보면 돼. 전통과 자유로움과 어수선함이 묘하게 섞여서 예술이 되는 거리.

푸시킨 부부 동상

'생활이 그대를 속이더라도...'의 푸시킨이 아름다운 신부 나탈리아와 살던 신혼집도 있어. 저 아름다운 신부로 인해 얼마나 많은 결투와 핍박을 받았는지 알지? 결국엔 아내의 정부가 쏜 총에 맞아 죽었다는 얘기… 얼만 큼이 진실인지 연구해보진 않았지만 죽도록 사랑한건 사실이니까 존경할 수 있어. 작가가 아닌 여인의 남자로서도 백점 만점에 백점이잖아. 그치? 영국에는 세익스피어가 있고 독일에는 괴테가, 대한민국에는 조정래(순전히 내 생각임)가 있다. 그럼 러시아엔 당연히 푸시킨이 있다. 맞지?

푸치니 부부 동상 앞 맹세석

동상 앞 보도블럭에는 모자이크처럼 된 맹세석이 있어. 연인들이 와서 사랑의 맹세를 하고 사인한거래. 참 묘하다. 나탈리아가 바람을 피웠는데...거기다 대고 맹세를 한다는게 난 이해가 안가더라. 이상하지?

러시아의 많은 문인들이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라서 그런지 거리 전체가 문화재라고 말하는군. 악사들이 연주하는 재즈음악을 배경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갖가지 모습으로 그림처럼 지나가며 너울거리고,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 앞에서 얼음이 되어 있기도 하고,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소년들, 노천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연인들, 친구들, 그리고 나. 모두 풋풋한 젊음을 보이고 있어. 나도 온 몸으로 기를 받았지 뭐니.

추모의 벽

러시아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영혼이 숨 쉬는 아르바트 거리 한쪽에는 우리에게 조금 익숙한 이름을 딴 거리가 있어. 바로 '빅토르 초이'야.100미터도 채 안 되는 골목에 빅토르 초이의 성전(?)이 있는 거야. 이름하여 '추모의 벽'.

어찌보면 울긋불긋 낙서판 같지만 '초이를 사랑 한다.' '초이는 영원하다'... 같은 내용들이라고 해. 한 구석에는 누가 갖다 놓았는지 싱싱한 장미꽃도 놓여 있고, 담뱃불이 향처럼 피어오르고 있었어. 빅토르 초이는 한국인 3세로 아버지 쪽이 고려인이고 어머니가 러시아계래. 락밴드 '키노'를 이끌었고 글도 쓰고 영화를 직접 감독하고 출연까지 했었대. 그의 노래 모두는 4장의 앨범으로 나왔는데 그 앨범 모두가 러시아 젊은이들의 가슴에 강하게 자리 잡았고, 명실공히 러시아 대중음악에 큰 획을 그었다고 한대. 1991년 33세의 젊은 나이에 자동차 사고로 요절하자 그의 팬들이 추모의 글과 그림을 적어놓은 것이 이렇게 훌륭한 벽화가 되어 아르바트 거리의 명물이 되었대. 그의 노래와 이야기는 신화가 되어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니 가슴 뭉클하지 않니? 자랑스럽고…

러시아 외무성

아르바트거리 뒷편에 아주 멋진 건물이 보여서 찍었는데 러시아 외무성 건물이래. 아주 고풍스러워.

◇ 러시아의 명물 지하철


좀 우습지만 우리는 그 유명한 지하철을 타보기로 했어. 어디를 가려고 탄 것이 아니라 지하철을 맛보기로 했다는 거야. 지하 180 미터까지 내려가는 길고 긴 고속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거야. 경사 25도쯤 될까· 뒤돌아보면 끝이 아스라하게 보이고, 올려다보려면 턱을 바짝 치켜 세워야해. 그리고 얼마나 빠른지 손을 놓으면 앞으로 튀어 나갈 것만 같았어. 한마디로 화려하기도 하지만 견고함과 웅장함이 사람을 압도했어. 지하철 광장은 마치 고궁이나 박물관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조용함. 책을 읽는 젊은이들.....난 그 젊은이들을 보면서 러시아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했어. 적어도 저들이 있는 한 지나온 역사를 되풀이하진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으니까.

◇ 볼쇼이 극장

볼쇼이 극장

저녁을 먹고 우리는 본토의 발레를 보기위해 서둘렀어. 가슴을 두근거리며 갔지.8개의 기둥이 받치고 선 지붕에는 예술의 신 '아폴론'이 4 마리의 우람한 말이 끄는 전차에 서서 호령을 하고 있더군. 이 네 마리의 말은 러시아의 예술이 세계 방방곡곡으로 나가라는 뜻 아닐까· '볼쇼이'는 '크다'라는 뜻이래. 그러니까 '큰 극장' '큰 발레단'이라는 뜻이지. 나는 발레계의 대부쯤 되는 사람인 줄 알았지 뭐니.

모스크바 여행 하면서 나의 무식이 자꾸만 탄로나서 큰일이야.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럴지 걱정이 앞서지만 어쩌겠어. 할 수 없지 뭐. 그냥 가는 거야. 이대로 쭈~욱.

우리는 거금을 내고 '호두까기 인형'을 관람했어. 난 백조의 호수를 보고 싶었는데....세계인들이 가득 모였어. 우리 한국 관광객들도 많고.

어떻게 알았냐고?있잖아. 큰 목소리....어쟀든 관람객들의 열기는 대단했어. 설레는 가슴을 진정하며 본 호두까기 인형. 눈송이가 하늘하늘 떨어지는 배경에서 수십 명의 단원이 추는 군무는 정말 인상적이었어. 마리와 왕자의 2인무 또한 몸짓 밖에 없음에도 감정이 잘 전달되는 것 같고.
화려함과 날렵함 그리고 재미까지… 열광하는 관광객들 틈에서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어. 내가 너무 문외한이라서 그랬는지 한동안 몽롱~~했었는데…

이렇게 모스크바의 하얀 밤은 깊어가는구나.

제국주의와 사회주의를 거친 나라. 러시아. 민족과 문화는 유럽이지만 서유럽과는 또 다른 유럽.
보드카 없이는 잠 못 이루는 백야와 긴 겨울의 추운 날씨 빼고는 부러운 게 많은 나라야.

글씨는 알파벳을 제멋대로 뒤집어 놓아 뭐하나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지만 우리에겐 절대로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란 걸 피부로 느꼈어. 이제 '피터의 땅'으로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해. 소라야, 아름다운 도시 피터의 땅에서 또 만나자. 안녕.

모스크바여, 안녕.

◇ 모스크바 에필로그

역사의 도전과 현대의 명품이 공존하는 곳. 자신들의 위대한 유산과 기독교적 기원이 넘쳐나는 곳. 몽골의 칸에게, 프랑스의 나폴레옹에게, 독일의 나치군에게 짓밟혔던 크레믈린. 박물관이나 궁궐에서 보게 되는 과거 제정 러시아의 찬란한 문화유산. 광대한 국토와 풍부한 천연자원 그리고 국민들의 높은 지적 수준. 선진국이 되기에 무엇 하나 빠질게 없는데 현실은 왜 이럴까?

어쨌거나 모스크바를 한마디로 줄인 말은 이거다. "영하 40도의 추위는 추위도 아니며, 40도의 술은 술도 아니고, 40㎞의 거리는 거리도 아니다.

~~쓰바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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