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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7.06 17:00:32
  • 최종수정2023.07.06 17:00:32

김순구

(전)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감정평가사

"내 인생을 오롯이 쏟아부은 전(全) 재산입니다. 이게 잘못되면 살길이 막막합니다. 왜 내 말은 안 들어 주고, 당신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당신들 생각만 이야기합니까? 화가 납니다." 보상평가 현장에서 만난 물건 소유자의 푸념이다. 현장은 늘 소란스럽다. 소유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감정평가사는 묻고 싶은게 많아서다.

물건 보상을 위해 현장 조사를 나갔다. 환지 방식의 도시개발사업지구에 있는 지장물(사업에 필요 없는 물건)만 하는 거라 큰 걱정을 안 했다. 정해진 조서 목록에 맞춰 물건을 확인하고, 가격을 판정하면 된다. 이번 사업지구는 복잡한 물건도 없어 보였다. 그리 어렵지 않은 일로 쓱쓱 일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미리 준비된 가격자료를 챙기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현장? 가끔 정치권도 '현장에 답이 있다'라며 현장의 중요성을 말하곤 한다. 실제 그러는지는 몰라도. 감정평가는 꼭 현장을 확인해야 한다. 반드시 임장활동을 수반해야 가격을 판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업이다. 물건의 특성 때문에 더욱 그렇다. 같은 물건이라도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진영 단감이, 음성 복숭아가, 무등산 수박이 다른 것보다 더 값이 나가는 것도 이런 연유다. 지역적 환경이 물건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어떤 경우는 경작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곤 한다. 인삼이 대표적이다. 전문용어로 물건이 가지는 지역성과 개별성이다.

소유자들이 가지고 있는 내 것의 가치는 다른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 땀이 배어있어 애지중지하다 보니 더욱 그렇다. 내 자식이 예뻐 보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 집 애들 키워 학교 보내는데 일등 공신인 내 몸 같은 과수나무, 온 정성으로 키워온 농작물을 지키려고 둘러친 울타리, 비가 오면 피하고 뜨거운 햇살 아래 지친 몸을 잠시라도 쉬게 하려고 꼼꼼하게 만든 두세 평 크기의 농막, 여러사연을 가진 손때 묻은 물건들에 대한 소유자들이 가지는 주관적 가치와 이를 객관화하여 공정하게 평가하려는 감정평가사와의 대화는 그래서 더 소란스러운 듯하다.

감정평가사들은 시험에 합격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때 습득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선배를 통해서 경험도 체득했다. 끊임없는 교육으로 학설과 이론에도 충실하다. 현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올바른 가격을 찾아내기 위한 도구를 더 많이 갖기 위해서다. 같은 물건도 현장에 맞게 해석될 때 올바른 가격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필자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혼꾸멍이 났다. 물건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화를 낸다. 그리한 것은 아닌데 그리 비쳤다니 잘못된 것 같다. 설익은 지식으로 아는 척하고 전문가 인양 자랑하려 한 것은 아닌지 반성했다. 소유자들의 땀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답을 낼 수 있을까. 사뭇 숙연해지며 긴장도 되었다.

내야 할 세금이 얼마인지 알려주는 사람들, 다투는 사람들을 대신해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사람들, 물건상태를 살펴보고 가격을 결정해 주는 사람들. 모두 다른 사람의 상황을 들여다보고 결정을 도와주는 전문가들이다. 모두 국민에게는 필요한 사람들이다. 다만, 국민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땀의 가치를 이해할 때만 그럴것이다.

얼마 전 학교폭력 문제로 힘든 법정 싸움을 해오던 학부모가 담당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재판에서 패한 일이 있었다. 국민은 공분했다. 전문자격사로서 국민을 진심으로 대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을 가지게하는 사건이었다.

나는 늘 삭제 버튼을 가지고 다녀야겠다. 진심보다 편견과 고루한 지식이 우선하려 한다면 언제든 누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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