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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6.11 19:01:43
  • 최종수정2023.06.11 19:01:43
[충북일보] 전세 포비아(전세 공포)가 전국을 덮치고 있다. 충북도 예외가 아니다. 전세사기 특별 단속은 범정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전세사기 의심으로 검거된 피의자만 2천900명에 달한다. 이 중 288명이 구속됐다. 피해액은 4천600억 원에 이른다. 피해자의 절반이 사회초년생인 20~30대다. 이들에게 전세금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의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2020~2022년 거래 신고 빌라·오피스텔·저가 아파트 중 1천332건을 전세사기 의심으로 적발해 수사 의뢰했다. 사기 내용을 보면 충격적이다. 피의자 970명 가운데 414명(42.7%)이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이었다. 임대인과 건축주도 각각 264명(27.2%)과 161명(16.6%)에 달했다. 분양·컨설팅업자 72명(7.4%)도 포함돼 있다. 부동산거래 전반에서 총체적인 범죄가 일어난 셈이다. 세입자들은 부동산중개인의 말을 믿고 거래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범죄에 가담한 중개인들은 근저당이 붙어 있어도 거래를 주저하지 않았다. 되레 안전하다며 이행보증서를 걸고 안심시켰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사정을 알고도 중개에 나섰다. 감정평가액을 고의로 부풀리기도 했다. 건축주, 분양업체, 명의대여자, 공인중개사 등이 짜고 사기를 친 정황도 있다. 서로 역할을 맡아 집값보다 비싼 전세보증금을 받아 챙겼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보면 최근 일어나고 있는 전세사기는 조직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공인중개사들이 집중적으로 범죄에 가담해 충격적이다. 부동산 거래의 가교가 아닌 범죄의 가교 역할을 한 꼴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대부분이 20~30 청년들이다. 실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세사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파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유형별로는 금융기관 전세자금대출 등 공적 기금을 소진하는 '허위 보증·보험'이 1천471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조직적으로 보증금 또는 리베이트를 편취한 '무자본 갭투자'가 514명으로 뒤를 이었다. 법정 초과 수수료, 중요사항 미고지 등 '불법 중개행위'도 486명이나 됐다. 피해자 연령별로는 20~30대가 54.4%로 가장 많았다. 주택유형별로는 다세대주택(빌라)과 오피스텔이 83.4%를 차지했다. 1인당 피해 금액은 2억 원 이하가 80.2%로 가장 많았다. 충북 청주에서도 전세사기 일당 3명이 사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일단 SNS상으로 무주택 청년을 모집해 허위 임대차 계약을 맺게 하는 방식을 썼다. 지난해 2월 허위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한 뒤 은행에서 전세 대출금 1억 원을 빼돌렸다. 온라인으로 서류만 제출하면 실제 거주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는 '청년 전세대출' 제도의 허점을 악용했다. 이 같은 전세사기 사범은 대전과 세종, 충남·북 등 충청권에만 100명이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 88명(구속 14명), 세종 29명(구속 4명), 충남 32명, 충북 40명(구속 8명)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전세사기 사건은 사회적 재난에 가깝다.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선제 대응 차원의 시급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수 없다. 정부와 일선 지자체는 여론을 직시하고 걸맞은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피해액 환수와 함께 사기범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 우선 허점이 많은 제도를 손봐야 한다. 더는 전세사기로 젊은이들과 서민들이 눈물짓는 일이 없어야 한다. 세입자가 원하는 건 전세사기 예방 장치다. 이른바 '대출 먹튀'는 여전히 대처하기 어렵다. 세입자는 계약일에 계약금(10%)을 낸 후 실제 이삿날 잔금(90%)을 치를 때까지 집주인이 집 담보 대출을 받아도 알 길이 없다. 전세보증보험 효력도 전입신고일 다음날 0시부터 생긴다. 그 사이 전셋집에 대한 근저당·압류 등이 진행되거나 집주인이 바뀌면 보증금을 온전히 보호받지 못한다. '전세 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그런데 여야는 피해자 범위와 구제 방식 등을 놓고 평행선을 긋고 있다. 앞서 밝힌 대로 전세 사기는 이미 사회적 재난 수준이다. 누구나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이제는 피해자들을 신속히 구제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에 여야가 적극 나서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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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기업 돋보기 5.장부식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

[충북일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국내 시장에 '콜라겐'이라는 이름 조차 생소하던 시절 장부식(60)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는 콜라겐에 푹 빠져버렸다. 장 대표가 처음 콜라겐을 접하게 된 건 첫 직장이었던 경기화학의 신사업 파견을 통해서였다. 국내에 생소한 사업분야였던 만큼 일본의 선진기업에 방문하게 된 장 대표는 콜라겐 제조과정을 보고 '푹 빠져버렸다'고 이야기한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해당 분야의 첨단 기술이자 생명공학이 접목된 콜라겐 기술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분야였다. 회사에 기술 혁신을 위한 보고서를 일주일에 5건 이상 작성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던 장 대표는 "당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 기업으로 선진 견학을 갔다. 정작 기술 유출을 우려해 공장 견학만 하루에 한 번 시켜주고 일본어로만 이야기하니 잘 알아듣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견학 때 눈으로 감각적인 치수로 재고 기억해 화장실에 앉아서 그 기억을 다시 복기했다"며 "나갈 때 짐 검사로 뺏길까봐 원문을 모두 쪼개서 가져왔다"고 회상했다. 어렵게 가져온 만큼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견학 다녀온 지 2~3개월만에 기존 한 달 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