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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7.27 17:27:14
  • 최종수정2023.07.27 17:27:14

김승환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고문

김영환지사, 충북인의 기개라도 보여라. 도청의 부하직원과 다른 기관의 현장 근무자들은 잘못과 책임이 없다고 말하여, 지사의 위엄과 진정성을 보이시라. 충북은 피할 수 있었던 사고로 인하여 귀중한 14명의 생명을 잃었다. 참사 당일 15일 9시 44분, 김영환 충북지사는 참사 보고를 받고서도 괴산으로 향했다. 사람이 죽어간다거나 사람이 죽었다면 즉각, 오송 궁평2지하차도로 갔어야 한다. 그런데 김영환 지사는 '한두 명 사상자'가 난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기에 축사에도 들르고 식당에도 들른 다음 오후 1시 20분이 되어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20일 합동분향소에서 "책임자를 밝히도록 노력하겠다", "사고 현장에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KBS 보도)"라고 발화했다.

재난상황실을 포함한 도청 직원, 도로관리사업소 직원, 시청 직원, 파출소 직원, 소방본부 직원이 감당할 수 없는 구조와 상황이라면, 하급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도지사는 리더로서 자격이 없다. 하급 직원들이 감당할 수 없는 구조나 보고 체계의 문제는 대표자 즉, 도지사의 책임이다.

'책임자 발화'는 주체를 타자화하는 심층심리가 드러난 것이며 자신은 책임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상황 발화'는 천재지변이므로 어떤 경우에도 죽을 수밖에 없다는 내면심리가 표출된 것이다. 이 발화가 염려되자 말실수라고 수정했다. 정신분석학자 라캉(J. Lacan)에 의하면, 실수의 내면에는 정교한 사유 구조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실수는 없다는 것이고, 말실수에는 정확한 문법이 잠재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위의 두 발화는 실수가 아니라, 김영환지사의 본심이자 사건의 본질이다. '책임자 발화'와 '상황 발화'의 심층구조는 '나, 도지사는 보고를 잘못 받았으므로, 보고를 잘못한 부하직원이나 상황실에서 대응을 잘못한 하급 직원들의 책임이다'라는 논리다.

'책임자 발화'와 '상황 발화'는 다른 기관과 하급 직원들의 책임이라는 은폐된 심리투쟁의 결과다. 리더라면, '모든 책임은 도지사인 저에게 있다'라고 발화하여 충북인의 기백과 충청인의 기개라도 보여주어야 했다. 그렇게 말했다면 충북도청, 청주시청,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 행복도시건설청의 직원들은 큰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적어도 지역국가 충북의 수장에게 그런 정도의 기백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1990년 지방자치가 실현된 이후의 충북지역국가 33년 역사 중, 충청북도와 충북도청이 전국적으로 지탄받고 대대적인 수사를 받은 적은 처음이다. 친일도지사 망언(妄言)과 제천 산불 술판도지사 망행(妄行) 때 충북시민사회는 김 지사에게 진지한 대 도민사과를 권고했다. 그 이유는 김 지사의 언행이 위태로웠기 때문이다. 그때 깊이 반성했더라면 적어도 이번 발화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 유가족들은 최고 통제 주체인 충북도지사가 철저히 대비했더라면 아무도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절규하고 있다.

이 사건 전후에는 충북을 대하는 김 지사의 가벼운 언행이 있다. '무심천에서 카약 타는 김영환 지사'에서 보여주었듯이 무섭고 소중한 물을 놀이 대상으로 대한 결과가 오늘의 참사다. 충북의 수장인 도지사는 안정, 안전, 행정, 지속가능성, 사건 사고 예방, 균형발전, 도민과 협치, 중앙정부와 세계의 흐름 등 기본업무에 80~90%의 시간을 보내고, 나머지 10~20%의 시간에 혁신과 실험을 해야 한다. 기본적인 것을 소홀히 하고 실험과 이벤트에 치중하다 벌어진 참사는 김 지사의 평소 언행에 이미 내재해 있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이렇게 발화하시라. '모든 책임은 도지사인 저에게 있다', 그리고 '저 외에 다른 사람을 처벌하지 말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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