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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

현대백화점 충청점 판매기획팀장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의 크리스마스는 즐거움이었다. 표정만 봐도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 가없다. 특히 산타할아버지가 오시는 날을 기다리면서는 어떤 선물, 어떤 놀이, 맛있는 것을 수 차례 부모에게 얘기하면서 은근 압박을 준다. 크리스마스 이브, 보통 밤 9시 전후로 잠자리에 들던 아들은 산타할아버지를 만나려고 머리맡에 카드를 적어 놓은 후 기대감이 큰지 좀처럼 잠을 들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큰 환호와 함께 나와 와이프를 깨웠고, 두 살배기 동생까지 깨웠다. 요약하자면, 자기가 원하는 선물인 블록장난감 경찰서 시리즈가 머리맡에 있었고, 자기가 정성껏 썼던 카드도 산타가 가져갔다는 것이다. 기대와 정성이 일치했기에 부르짖는 환호였다.

그리고 성탄 아침부터 교회에 가기도 전에 블록장난감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제법 큰 세트였기에 경찰서 건물과 사람, 순찰차, 오토바이까지 총 10가지의 설명서와 구성품으로 꾸며졌는데 이틀 만에 모두 완성한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너 왜이리 빨리 하니· 유치원 방학인데 책도 읽고 동생이랑 놀면서 천천히 해도 되잖아· 무슨 급한 일 있어·" 라고 묻는 내 질문에 "아빠, 빨리 끝내고 마감해야 해. 시간이 별로 없어. 조금 있으면 나 일곱 살 돼." 라고 답하는 것이다. 어디서 들었는지 요녀석이 '마감을 해야 한다' 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그것도 새해가 되기 전에.

그렇다. 정말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이틀이면 이 해 2016년의 마감이다. 그리고 그 마감이 지나면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 다시 얘기하면 내 인생의 다시 돌아올 수 없는 2016년이 이틀, 몇 시간만 남았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아, 나는 지금 마감을 준비하고 있는가!

회사 일은 계획과 절차에 따라 각 시기, 일정별로 스케줄을 짠다. 그리고 마감과 함께 내년의 새로운 계획을 새운다. 새로운 계획에 대한 마감도 완료할 단계다. 촉박한 시간이지만 매년 반복되는 일정으로 데드라인에 맞춰 진행하겠지만, 아들처럼 회사 외의 일에 대한, 즉 2016년에 대한 내 자신이 마감할 시간을 가졌는가 돌이켜본다.

아쉽지만, 완벽하게 준비가 되진 못한 것 같다. 363일전 이 해가 밝으면서 세웠던 계획, 올해 하려했던 것, 중장기로 세웠던 플랜의 진도율, 몇 십년 후의 내 모습을 설정하고 올해 꾸려나갔던 설계들…

지금쯤 올해에 대한 마감과 반성, 리뷰가 설정되어 있어야 하는데, 머릿속에만 스케치 되어있을 뿐 섬세하게, 그리고 구체적인 '마감'이 없다.

가족과의 여행 몇 차례, 몇 권의 책을 읽고, 몇 편의 시와 단편소설을 쓰면서, 몇 곡의 노래를 만들기로 했던 것부터, 소홀했던 서울 친구들과의 모임 연간 몇 회, 몇 Kg의 살을 빼고, 흘러간 팝송 몇 곡을 외우기로 했던 것들…

지금와서 보니, 많은 계획들이 숫자와 되어 있었다. 회사 일이 '숫자화 된 목표'를 가지고 추진하기 때문인지, 개인적 목표 또는 소망도 숫자화 시켜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런데 회사와 다르게 잘 진행시키지 못한 이유는, 바로 '평가'가 없어서 인 것 같다. 회사 일은 목표에 대한 달성률, 진도율, 신장율을 수시로 체크하며 집중하고 수정 및 보완을 하는데, 이는 모든 공적 일에 평가를 염두에 두기 때문인다. 개인,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했던 것이다. 애석하게도.

이제 새해가 되면 나는 또 계획을 세울 것이다. 당해 목표, 중장기적인 설계의 진도과정. 그리고 하나 더. 내년 마감시에는 '잘 했다' 라는 평가를 받기 위한 스스로의 선물을 준비해야겠다. 꼭 달성해서, 내년 이 맘쯤에 기뻐하며 선물을 받는 나를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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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