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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

현대백화점 충청점 판매기획팀장

영화를 봤다. 흑백영화. 영화를 보기 쉽지 않았다. 휴일임에도 그날 이 영화는 하루 세 번 상영을 하고 세 번째 것은 23시 10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휴일 밤 23시 10분에 하는 흑백 영화를 보았고, 끝나니 새벽 1시 10분이었다. 이틀에 걸쳐 본 셈이다.

영화 '동주'를 봤다. 윤동주 시인의 영화다. 영화는 윤동주 시인과 그의 사촌이면서 라이벌이자 친구인 송몽규가1930~40년대 청년으로살아야했던 때의 시대적 고민과 독립에 대한 열의, 문학의 방향, 그리고 머나먼 이국 땅 감옥에서 쓸쓸히 죽어가는 모습을 차분히, 그리고 담담하게 그려냈다. 나보다 영화를 먼저 본 와이프는 보고 온 소감을 '부끄럽다' 고 했다. 이 영화를 보지 못했더라면 부끄러울 뻔했고, 보고 나서도 부끄럽다고 했다. 나는 처음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후 이해가 갔다. 두 가지 관점에서.

첫째, 윤동주 시인이 누구인가? 그 높은 이름만 들어도 우리를 숙연케 하고, 그의 시(詩)말을 하나씩 읊는 마음을 설레게 하는 정제된 언어의 창조자다.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으로도 꼽힌다. 내가 그 동안 알던 윤동주도 詩를 통해 만난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서시, 별헤는 밤, 자화상, 참회록, 십자가 등 교과서를 통해 일제시대 저항 시인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지만, 글의 아름다움이 너무 컸기에 정작 민족애와 독립을 향한 열정과 고뇌에 있어서는 교과서 이상을 잘 알지 못했다. 책에서 가르친,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학습이 있었을 뿐 그 시대 민족인으로서 문학인으로서 청년으로서 짊어져야 했던 십자가의 크기와 깊이, 무게를 잘 알지 못했다. 흑백영화를 통해 깊은 생각에 잠겨서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기에…. 부끄러운 일이다.

둘째, 우리는 영화 '동주'를 쉽게 접하기 어렵다. 상영관 수가 현저히 적고, 시간 또한 많은 사람이 찾을 수 있는 주류의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예산 영화다. 때문에 다른 상업영화 같은 마케팅 투자와 매체 광고, 홍보활동이 활발하지 않다. 내가 여기서 영화시장에 대한 배급의 구조적 문제 즉, 스크린 쿼터, 헐리우드블록버스터나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국내 흥행영화들의 상영관수 독과점을 얘기하자는 게 아니다. 일정한 기간 내에 상영관을 배정해서 수익을 내야 하는 극장은 시장의 논리를 따른다. 우리가 그렇게 사랑하고 그리는윤동주를 만나기 어렵게 만든 것은 결국 우리다.우리의 문화적 소비패턴과 영화관람 행태가 그런 시장을 만들었다. 삼일절이나 광복절이 되면, 또는 저 바다 건너 일본의 누가 망언을 하게 되면 민족과 역사 바로 세우기를 늘 외치지만 정작 일상의 삶 속에서는 우리가 만든 '시장'안에 갇혀 살았다.우리는 소비자 우리, 배급자 우리, 늘리자고 외치지 않은 우리, 모두 우리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 오늘 뉴스를 보니 관객들의 힘에 의해 상영관 수가 점차 늘고있다 한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기획 14년 만에 완성된 '귀향'과 함께. 부끄러우면서도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영화를 위해, 윤동주를 위해, 덜 부끄럽게 된우리 모두를 위해.

윤동주의 '쉽게 씌여진 詩'에선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 시가 이렇게 쉽게 씌여지는 것은 / 부끄러운 일이다" 라는 대목이 있다.우리의 선배들이 힘든 시기 우리 땅, 정신, 글, 문화 등 우리 것을 지키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고 또한 우리 자손들에게도 온전히 물려주는 것도 자랑스런 책임이지만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오늘을 살면서 그 과정을 기억하지 못하고 쉽게 누리기만 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그런 의미에서 영화 '동주'를 보시라 권해본다. 부끄러워지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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