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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

현대백화점 충청점 판매기획팀장

여름이 갔다. 길었던 여름, 아니 길었던 더위가 갔다. 음력의 절기를 하나하나 무시하고 더위에 대한 기록을 차례로 깨던, 폭풍 같았던 더위는 8월말 한 번의 비와 9월의 달력을 넘기자마자 결국은 계절 앞에 무릎을 꿇고 패권은 푸른 하늘과 귀뚜라미에게 내주었다. 아직 본격적인 가을을 만나진 않았지만, 때론 짓궂은 꿈같았던 지난 여름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애써 가을을 더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이 있다.

매년 맞는 추석이지만 시기마다 마음과 기억 속에 새겨지는 추석은 각각 다르다. 어렸을 적엔 그저 친척들과의 만남과 북적이던 천안 할아버지 집이 마냥 좋았다. 오랜만에 뵙는 삼촌들의 달콤한 용돈과 사촌 형들과의 신나는 놀이를 즐겼고, 승용차 없이도 기차와 버스를 타고 시골에 있었던 선산 성묘가 소풍같아서 좋았다. 청소년이 되어서는 조부모님을 모셨던 우리 집에서 명절을 준비했기에 몇 일 전부터 준비하시던 어머니의 분주하신 모습이 안타까웠고, 조금 늦게 오셔서 상대적으로 일을 덜했던 숙모들이 얄밉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한 것은 항상 반갑게 인사를 하며 서로를 격려해주던 가족들 간의 만남이 있어서 추석은 훌륭한 이벤트였다.

그러나, 성인이 돼서, 직장인이 되고 나서의 추석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 물론,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즐거운 만남은 같지만 이제 추석은 하나의 큰 숫자적 관문이요, 과제이기 때문이다.

추석은 명절 당일 또는 연휴가 전부가 아니다.우리 같은 유통업체에게 장기간의 프로젝트 이다.

우린 추석을 3개월 전부터 준비한다. 즉, 이번 더위가 시작될 때부터 백화점은 가을 추석이 시작되었다. 물론, 상품을 기획하고 발굴하는 바이어들은 더 일찍 시작했다. 추석을 준비할 땐 먼저 영업일정을 확인한다. 이번 명절이 언제, 무슨 요일에 있는지가 중요하다. 몇 년간 명절 전후의 요일별 실적과 고객 속성에 따라 휴점일과 행사일정을 정하고, 각 지표들과 분석자료를 현업 영업부서와 공유한다. 그런 후에 구체적인 영업과 마케팅 전략을 짠다.

명절 전 2주, 1주, 명절 후 1주, 2주차 동안 높거나 낮은 실적을 보였던 상품군과 아이템을 찾아내어 행사 또는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이벤트를 덧붙인다. 그리고 백화점을 중심으로 거리에 따른 고객을 분류하여 각 고객들을 집객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마련한다. 사은품 선정도 시즌에 필요한 물품이나 그동안 반응이 좋았던 것들을 검토하고, 특별히 매장이 새단장 된 신규 브랜드의 것들을 홍보 겸에서 넣기도 한다.

그리고 광고를 집행할 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중요한 행사와 상품들을 우선순위에 따라 배치하고, 노출되는 이미지와 관심도를 자연스런 시각의 흐름에 따르게 편집하여 효율을 기한다. 이렇게 예측하고 문을 연 2016년의 추석이 지금 우리 앞에 놓여있다. 그리고 지켜본다. 잘 준비했는지,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그러한 기분은 긴장을 준다. 마치 어렸을 때 마냥 즐거울 명절을 기대했던 마음과 이유는 다르지만 같은 '설렘' 이다.

아이들이 늘 웃고 행복한 것은 '너무 큰 걱정'을 하지 않아서라는 심리학자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반대로 어른이 덜 행복한 것은 너무 많은 걱정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게 걱정을 하기 때문에 사회의 모든 면에서 도전과 발전이 있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근심과 고민이 있을 것이다. 그 근본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 더 좋은 추석을 맞이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삶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있듯이 이번 추석 모두에게 행복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푸른 가을 하늘에 커다란 보름달이 뜰 설렘 가득한 추석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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