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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

현대백화점 충청점 판매기획팀장

중·고등학교 시절, 1년에 설레는 가슴으로 기다리는 날이 한 번 있었다.교회에서 떠나는여름 수련회다. 요즘처럼 남녀학생간의 동호회 활동이 많지도, 자유롭지도 않은 90년대 초반엔 이 여름 날 가졌던 2박3일의 기회는 정당하고도 공식적인 외박이면서 또래 친구들과 밤을 지새웠던 자유의 시공간(時空間) 이었다.

추억도 많다. 중2때 캠프파이어가 끝나고 동기들끼리 모여서 게임을 하다가 비가와서 추워하는 친구에게 입고 있던 자켓을 건네줬다가 며칠이 지난 후 깨끗하게 다림질한 옷을 손 편지와 함께 건네 받던 일.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선배들에게 단체 기합 받은 후 시골학교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밤하늘에 빼곡히 찼던 은하수를 보며 모닥불에 익힌 감자를 구워먹던 일. 예쁜 여학생이 단체 축구를 하다가 다리를 삐끗하자 많은 남학생들이 달려가 서로 부축하겠다며 경쟁했던 일 등 순수하고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졌던 수련회의 스케치들이다.

대학생이 된 후에는 MT란 이름으로 다른 모양의 밤을 보냈다. 술이 등장했다. 그리고 토론이 나타났다. 술을 통해 급속히 친해지기도 하고 서운했던 얘기를 꺼내며 상대방을 알아갔다. 토론을 만나 각자가 추구하는 시대와 가치, 젊음의 방향에 대해서 새벽이 올 때까지 논리의 경연을 펼쳤던 일들.. 젊은 날의 수련회와 MT는 설레는 마음과 거침없는 젊음의 머리가 만났던 분출구였다.

그러나 사회인이 된 후에는 좀처럼 '함께 떠나지' 못했다. 각자의 가정과 생활이 있고, 날짜 또한 맞추기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주에 어렵게 날짜를 잡아 팀원들과 함께 오랜만에 초 봄의 밤을 택해 MT를 갔다. 어스름을 그릴 즈음 도착했다. 먼저 온 선발대는 야채를 깨끗이 손질하고 밥물을 부운 후, 숯불을 지피고 있었다. 몇 명은 부채꼴 모양으로 앉아 TV를 보며 숯불 옆에 깔 고구마를 호일로 꼼꼼히 감싸고 있었다. 간혹 웃음 소리가 들렸다. 후발대가 업무를 끝내고 오려면 적어도 세 시간이 걸리니 우린 먼저 상을 펼쳤다. 파란 야채 쌈, 하얀 양파, 주황빛 쌈장, 빨간 김치, 까만 숯에서 피어난 붉은 숯불, 그 옆의 고구마를 감싼 은빛 호일, 위로는 고동빛 고기가 올려져 있었고,검푸른 새우 위로 회색빛 달콤한 연기가 올랐다. 이어서 하얀 밥과 투명한 술잔이 놓여졌다. 팀원들은 파란 티, 검은 모자, 자줏빛 트레이닝 복, 검은 셔츠, 남색 슬리퍼 등 각양각색의 모습이다. 칼라가 있는 식단, 칼라가 있는 모습으로 제각각 자기만의 맛과 멋이 있었지만, 동일한 것은 같은 장소, 같은 시간 속에서 같은 웃음을 한없이 풀어놓은 마음이었다. 이후 윷놀이를 하다가 후발대가 업무를 마치고 합류했다. 후발대에는 재작년과 작년에 인사발령으로 팀을 떠난 직원도 합류했다. 덕분에 우리의 추억은 2년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먹고, 마시고, 부딪히고 얘기를 하며 새벽을 맞이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해가 중천일 때 밥을 먹고 족구를 했다. 근처 휴양림에서 함께 걷고초정리에 가서 천연광천수 온천도 즐겼다. 묵집에서 동동주와 함께 점심도 먹었다. 그리고, 1박2일간의 MT를 마쳤다. 함께하는 MT였다.

MT(Membership Training)는 함께하는 것이다. 함께 고생하고 생활하며현재를 헤쳐나가는 이들끼리의 하룻밤 외출은 즐거움을, 추억을 나눈다. 그리고 그것은 먼 훗날 또다른 추억으로다가올 것이다. 현재를 사랑하거든,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동료와 미래를 나누고 싶거든, 오늘을 놓치지 말고 떠나시라. 밖에는, 까만 하늘과 별과 숯불과 대화와 사람과 내가 있고, 내 속에 그 모든 것을 추억이란 이름의 '오늘'에 담아서,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을 예전의 '오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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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