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2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신현준

현대백화점 충청점 판매기획팀장

여름이다. 아침부터 올라오는 볕의 따가움이나 대낮에 온몸을 달아오르게 하는 열기뿐 아니라 이제밤에도 창문을 열어두지 않으면 쉽게 잠을 잘 수 없는 때, 여름이고 삶도 그 속에 들어있다.

이 더위를 거스르거나 싸울 수 없기에 슬기롭게 보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불과 옷들은 이미 교체했고 세탁과 함께 잘 보관해두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에어컨 필터를 점검했고 선풍기를 꺼내 날개부터 먼지가 모이는 송풍구까지 깨끗이 닦았다. 이렇게 준비를 하니까 땀이 났다. 더위가 함께 올라왔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시원하게 한 잔 들이켰다. 아! 너무 시원했다.

생활 주기라는 2~3개월의 그림 속에서시원한 여름을 준비하는데, 지금 이 순간 마주친 여름 속에서 나에게 가장 시원함을 안겨준 것은 계획 속의 '여름 보내기'가 아닌 자연스레 더위를 식혀주기 위한 작은 지금의 실체, 한 잔의 물이었다.

우리는 항상 계획을 하며 산다. 하루, 일주일, 한달, 1년, 그리고인생. 그 계획은 목표가 되어 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과 갈등, 극복을 통해 하나씩 성취해 나가고 중간에 수정을 하기도 한다. 인생이라는, 인생의 목표라는 커다란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나가는 게 삶의 전부인데, 가끔 너무 큰 그림을 보느라 내가 맞추고 있는 지금 이 한 조각의 곡선과 그 안에 담겨있는 그림의 신비함을 놓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끼워 맞추려는 이 한 조각이 어느 부분에 들어가서 역할을 해야 하는 미션도 중요하지만, 이 한 조각의 독립된 운명과 위치, 의미가 있을 것인데, 우리는 너무 큰 틀 속에서 작게 끼워지는 부속으로만생각해 각각의 조각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나중에는 미안함을 갖게 될 것 같다. 왜냐하면 그 작은 조각은 순간순간 잊혀질지 모르는 내 인생의 소중한 조각이기 때문이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크고 넓게 보라는 의미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나무를 보지않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속속들이 다 안다는 전제를 한 후에 숲을 봐야 한다는 의미가 생략되어 있다.작은 부분이 해내는 제 역할과 기쁨으로 인해 숲 전체가 오밀조밀 풍성해지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각론에 충실하지 못한 총론은 완벽할 수 없고 벽돌 한 장 제 역할을 다하지 않은 훌륭한 건물은 부실해질 수 밖에 없다. 독립된 작은 개체들이 모여 하나의 완성체가 되는 것은 일, 삶, 사람 등 어떤 것,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가치다. 그러기 때문에 길고 긴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오늘 하루는 매우 소중하다.

오늘 하루 고단한 업무 중 동료가 건네준 음료수 한잔, 와이프가 보내준 아이들의 웃는 사진 한장, 인터넷 자료 검색중에 눈에 들어왔던 메이저리그 김현수의 활약 등 이렇게 순간 지나치는 '계획없는 기쁨'이 오늘 하루를 힘내게 하는 것 같다.

까르페디엠(Carpe Diem). 오늘 하루도, 지금 걷는 이 길도, 얘기를 나누는 소중한 이와의 이 시간도 하나의 작은 퍼즐 조각에 불구하지만, 지금 이때를 의미있게 해줄 나만의 시원한 물 한 잔을 찾자. 그 한 잔의 물 속에는 '당신, 단 한 순간이라도 행복을 위해 살아갈 충분한 가치가 있고,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 이라는 방울방울이 담겨 있다.

더운 여름, 긴 계획도 좋지만, 순간의 물 한 잔을 통해 시원하게지금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