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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

현대백화점 충청점 판매기획팀장

겨울이 되면 내겐 새로 생기는 품목이 두 개 있다.

크리스마스에 와이프와 나는 매년 선물을 서로 사준다. 학교 다닐 때 했던 일종의 선물 교환식(?) 인데, 나는 4년 전부터 야구모자를 선택한다. 선물을 받는 것이지만, 난 내가 받을 선물을 지정한다. 야구모자는 지금까지 4개이고, 올해가 지나면 5개가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목도리다. 목을 따뜻하게 해줌과 동시에 겨울의 작은 맵시로 폼나게 해주는 아이템이다.

나는 목도리를 좋아한다. 내게 추위는 세 군데를 통해 접해진다. 다리와 손, 그리고 목.

추위를 잘 타는 나는 이 세 군데를 집중적으로 커버한다. 그 중 목도리는 가장 신경쓰는 품목이다.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폼을 내며 다가올 때나, 슬근슬근 내게 침투하려 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차단해주는 방패역할을 한다. 목을 단단히 감싸줄 뿐만 아니라 더러는 귀까지 덮을 수 있다. 그리고 운전을 하거나 버스를 탈 때는 허벅지부분을 덮어주기도 하니 보온이라는 기능상의 역할을 제대로 해줌과 동시에 두터운 아우터로 몸을 휘감고 있는 40대의 겨울 겉 패션에 조금이나마 포인트를 줄 수 있으니 내겐 겨울의 필수 지참물이 된다.

내 기억으로 첫 번째 목도리는 어머니께서 손수 털실로 짜주신 것이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의 일이다. 다소 거친 굵은 털실이지만, 겨울을 준비하시면서 어머니께서는 둥근 털실 더미 몇 개를 안방에 펼치시고 길고 가느다란 두 개의 나무로 찬송가 테이프를 들으시면서 한땀 한땀 정성과 사랑으로 짜주셨다. 아버지와 형들 것이 다 된 후에야 또는 할머니 스웨터가 다 짜진 후에야 내 차례가 오기 때문에 놀다가 들어올 때마다 진도를 확인하고 아직 한 참 시간이 걸릴 것 같으면 풀이 죽곤했다. 그러다가 다른 털실 색깔로 짜시면서 "현준아, 이 색깔 어떠니· 네 것은 하얀 색과 보라색을 섞어서 해 보려 해. 좀 더 예쁜 걸로" 하고 다소 늦어짐에 미안하셨는지 아니면 수요 예측이 벗어나 추가로 수예점에서 털실을 사시면서 같은 색이 없었기에 다른 것으로 택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게 더 특별한 털목도리를 짜주시는 거라 생각하면서 "엄마, 너무 좋아. 언제 돼·" 하면서 기뻐하곤 했다.

그런데 정작 다 짜놓으신 목도리를 착용할라치면 예쁜 색깔이 아까워서 정말 추울 때 사용하려고 아껴두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추워져서 그 목도리를 휘감고 밖으로 나갈 때는 거울을 몇 번 더 보고 왠지 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았다. 나가서 자랑도 하고..

그렇게 어머니의 사랑이 담기고 기대가 되었던 목도리였기에 지금도 목도리를 생각하면 추운 겨울 날 허리를 굽히시며 평안한 음악과 함께 고개를 숙이시고 가족들 생각에 사랑으로 떠 주시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그래서인가. 매년 목도리를 살 때는 다른 비싼 어떤 것보다 더 신중하게 고르곤 한다. 예전의 그 것과는 비교 안 될 정도로 보드랍고 다양하게 멋진 것들이 있지만, 어릴 때를 생각하면서 어떤 것이 겨울보다 더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것인지가 구매 포인트가 된다.

이제 겨울이 시작되었다. 올해는 목도리를 하나 사고, 또 하나 사야겠다.

그리고, 부모님께 한 번 더 찾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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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