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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서인문도(書人問道) - 나도 복지국가에서 살고 싶다

우리나라 GDP 대비 복지재정 OECD 평균 21% 절반 가량… 선진국보다 정부재정 규모 작아
진보 "빨리 규모 늘려야" 강조 VS 보수 "2050년에 OECD수준… 늘리면 무리"
일궈낸 복지 정당하게 평가하고 제대로 된 복지 전력투구해야

  • 웹출고시간2015.07.09 13:29:14
  • 최종수정2015.07.09 18:12:09

나도 복지국가에서 살고 싶다

저자 : 오건호, 출판 : 레디앙, 출간 : 2012.11.11

세간의 관심이대통령과 여당원내사령탑간의 전쟁드라마에 집중되는 동안, 정작 그 전쟁의 중요한 계기 중 한 가지는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문제제기는 이번 드라마의 근본원인은 아니지만 중요한 포인트였다. 대한민국 복지가 어디로 갈지, 증세는 어찌 할 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다면 이번싸움의 당사자건 관전자건 부추긴 사람이건 진정한 승자가 될 수는 없다. 이 문제를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해온 오건호 박사를 찾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OECD평균과 비교하여 현재 우리나라의 GDP-예산-복지재정 규모를 비율로 정리해달라.

"현재 우리의 GDP 대비 복지재정은 OECD평균(21%)의 절반 규모(10%)이고, 정부재정 대비 복지는 OECD평균(47%)의 60%에 못 미치는 규모(30%)이다. GDP 대비 재정 및 세수규모가 OECD(평균40%, 북유럽50%)에 비해 작으니(30%), 선진국 평균보다 세금도, 정부재정도, 복지도 규모가 작은 것이다. 통상 GDP대비 복지규모를 OECD평균과 비교하는 것을 가장 권위 있는 비교로 생각한다. 진보에서는 현재 선진국 절반수준이니 빨리 복지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보수에서는 이대로 가도 2050년이면 OECD수준이 되니 당장 무리하게 늘리면 무리란 점을 강조한다. 양쪽 얘기가 다 수치로는 맞는데, 문제는 지금부터2~30년을 어떻게 갈 것인가이다. 한 가지 지적할 점은 비록 수치상 복지수준은 절반이지만, 복지재정 대부분이 고령복지에 쓰이는 서구보다 우리의 고령화 정도가 낮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의 실질복지수준은 서구의 2/3수준은 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의 복지수준이 최악이고 엉망이라는 식으로 과소평가하는 것은 현재까지 일구어낸 복지의 장점을 인식시켜 더 발전시키는데 좋지 않다."

보편복지와 선별복지, 도대체 뭐가 정답인지 뭐가 선악인지 아직도 헷갈리는 사람이 많은데

"시민의 일반상식으로는 이해하기 까다로운 문제다. 보편이 선, 선별이 악이라기보다는 각각 다른 복지설계도일 뿐이다. 빈곤층 대상 복지인 기초생활보장 같은 선별복지제도는 스웨덴에도 존재한다. 가난한 사람들 대상의 복지제도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연금 같은 사회보험은 전 국민 대상의 보편복지이다. 서구 복지국가도 선별에서 보편으로 발전해왔다. 우리는 급식, 보육, 요양 같은 사회서비스를 선별로 할 거냐 보편으로 할 거냐 하는 논쟁이 선악이분법으로 비화된 것이다. 스웨덴은 기초연금도 보편에서 선별로 회귀했는데, 우리는 과거 선별이던 경로연금을 모든 노인으로 확대하자고 박근혜대통령이 공약했다가 70%로 후퇴했다. 통상의 선별복지는 2~30% 대상인데, 70%가 대상이니 선별도 보편도 아닌 준보편이라 볼 수도 있다. 2010년 무상급식논쟁은 보편복지의 판정승으로 끝났지만, 실제 예산 뒷받침이 안 되니 세입을 올려 세출을 올리는 보편복지방정식이 안 돌아가고 논쟁이 다시 붙는 것이다. 몇 해 전 부자감세철회와 4대강 예산철회로 복지재원마련을 생각했지만, 4대강 예산을 다 써버린 지금세입과 예산을 묶어놓고 논쟁을 하니 보편복지론이 선별복지론을 이기기 쉽지 않은 것이다."

오건호 작가와 인터뷰 하는 김민석 교수

여당 원내대표는 증세없는 복지를 허구라 비판했고, 야당은 복지를 주장하면서 세금폭탄론을펴곤 한다. 오건호박사는 복지목적세 도입을 주장했고, 장하준교수는 매년 0.5%증세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OECD평균수준이 되기 위해 현실적으로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OECD평균 수준인 중부담 중복지로 가려면 지금보다 10~15% 세수가 늘어야 한다. 매년 0.5%씩 복지세 방식으로 늘려간다고 가정하면 20년 전후 걸릴 텐데, 이처럼 세수확대의 방법과 기간을 통합한 로드맵을 놓고 사고해야 한다."

복지국가로 가는데 필요한 현시점의 과제와 전략을 정리해본다면· 증세를 통한 보편복지확대를 지향하더라도, 만일 지금처럼 세수가 묶여 우선순위 선택이 불가피하다면

"현재까지 일구어낸 복지를 정당하게 평가하고, 제대로 된 복지를 요구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초연금20만원은 여당이 준 게 아니라 국민의 복지요구가 부분적으로 실현된 성과다. 복지가 전혀 없다고 비난하는 것도, 툭하면 세금폭탄론을 펴는 것도 옳지 않다. 복지국가로 가는 세입과 세출의 장기로드맵이 필요하다. 세출에선 사회서비스(급식, 요양 등)확대-공공부조(기초생활보장 등)현실화-사회보험확대로, 세입에선 조세정의 및 지출개혁-복지목적세도입-사회보험료인상으로 단계적으로 진행해갈 핵심과제를 설정해야 한다. 현재 핵심과제는 기초생활보장제 현실화, 부양의무제폐지, 사실상 고려장처럼 되고 있는 요양제도의 현실화이다. 복지확대를 위한 증세정치가 실현되어야 하지만 만약 세입이 현 수준에서 동결되는 최악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지난 몇 년간의 사회서비스 확대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정체되고 양극화 심화로 더 어려워진 선별복지영역 즉 기초생활보장, 장애인복지, 공공임대주택 등이 더 시급할 것이다."

진보정당의 일선활동가 1세대이다. 현 진보정치와 야당의 평가, 그리고 개인적인 역점과제는

"제1야당은 기대하기 어렵고, 진보정당도 자족적 관성과 무능에 빠져있었다. 진보주의자에겐 꿈의 실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책임 있는 진보와 신사회연대전략을 제기하며 신선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정의당 조성주 등 신세대의 최근움직임에 주목한다. 오기와 절망의 정치를 벗어나 필요하다면 타협도 불사하며, 기존 진보정당과는 다른 민생전략으로 비정규직 문제 등을 해결해가야 한다. 폐쇄적인 정당과 노조가 아니라 실업급여, 주거문제 등 생활과 민생과제해결을 추구하는 시민네트워크운동이 21세기의 새로운 권력모델이다. 이런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정당, 노조와 연결시켜 궁극적으로 정치가 제대로 되도록 하는데 전력투구하겠다."

오건호 박사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은 최근 진보세력과 야권에서 제기된'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평가였다. 기존 자본(부채)주도성장의 대안으로 임금 등 가처분소득인상과 내수창출을 내용으로 한 소득주도성장론이 여야 모두에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복지국가론으로도 답이 잘 안 나오는 고령화 구조, 치열한 국제경쟁환경, 가계소득의 큰 뭉텅이를 사교육이 다 까먹는 대한민국의 독특한 현실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이 얼마나 훌륭한 답이 될지 나로선 확신이 안 서기 때문이었다. 연령이 아닌 경제활동능력 기준으로 노인의 기준도 바뀌어야 하고, 호주머니를 채워준다는 약속보다는 지속가능한 미래전략을 이끌어갈 운동주체형성이 중요하고, 노동시장평등과 전반적 격차해소를 위한 노동시간단축-일자리나누기-분배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진보정책통 오건호박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층 고민이 깊어졌다.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에겐 새롭고 복잡한 현실에서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말 치열한 고민과 공부가 요구된다. 뻔하디 뻔해 지겹기까지 한 정치논쟁보다 몇 백 배 중요한 것, 국민이 진짜바라는 것은 그것이다.

△저자소개 오건호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사회학 박사. 민주노총 정책부장, 민주노동당 시절 심상정 의원 보좌관, 공공노조부설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을 거쳐'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과'내가 만드는 복지국가'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보진영의 대표적 정책통. 대한민국 예산에 관해 알고 싶으면 그의 저서'대한민국 금고를 열다'를 보면 된다고 할 정도로 뛰어난 국가재정, 복지정책 전문가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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