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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서인문도(書人問道) - 공부하는 보수

보수. 외교·경제 실패에 충격… 21세기 중심문제와 보수 미래 집중적으로 공부했던 책 소개
권위주의 탈피·경제기반 다진 노태우 정권 가장 유능한 보수… 보수 입장에선 부끄러운 현실

  • 웹출고시간2015.07.16 13:24:38
  • 최종수정2015.07.16 18:10:05
이른바 유승민 사태는 안철수 바람과는 다른 방식으로 한국 정치권을 강타했다. 막연한 새정치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대해 어떤 방향성을 열망하는 국민의 마음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헌법 제1조를 거론한 유승민 사퇴성명의 여진이 채 가라앉지 않은 주말, 박근혜 정권 탄생에 바쳤던 열정만큼이나 통렬한 비판을 주저하지 않는 보수논객 이상돈 교수를 만났다.

- '공부하는 보수'에는 100권의 외국서적을 정리했다. 어떤 책들인가

공부하는 보수

저자 : 이상돈, 출판 : 책세상, 출간 : 2014.09.20

"9.11테러와 금융위기로 21세기가 평화와 풍요의 시대가 되리라는 기대가 무너졌고, 미국과 한국의 보수정부들은 외교와 경제에서 실패했다. 보수주의의 실패는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21세기의 중심적 문제들과 보수의 미래에 관심을 갖고 집중적으로 공부했던 책들을 소개했다."

- 로버트 케이건, 브레진스키 등 미국의 역할을 강조한 저자들의 책이 포함되었다. 미국의 미래를 어찌 보는가

"중국이 부상하고 있지만, 미국의 조정자, 균형자 역할은 지속될 것이다. 미국의 조정자 역할 포기는, 과도한 개입 이상으로 무책임한 것으로서 국제정세에 위험을 가져올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미국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탈미론 또한 부적절하다."

- 새정련의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었었다. 노동당의 혁신, 교육이슈의 강조, 복지에서 기회와 책임의 강조 등으로 특징 지워지는 토니 블레어의 책을 소개했는데, 야권에 주는 교훈은

"블레어의 노동당 개혁 경험은, 거대노조의 시대가 가고 있는 현재 한국의 야권에도 교훈이 될 것이다. 지난 번 새정련의 비대위원장 제의를 받았을 때, 토니 블레어처럼 제3의 길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인가, 공천제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주목했다. 이번 새정련 혁신위 출범 초반에 물갈이 40% 운운한 것은 접근방식이 틀렸다. 공천문제는 모든 논의를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은데, 물갈이 얘기부터 접근하면 당을 깨자는 것과 같다. 만약 이상돈 비대위였다면 적어도 좀 더 큰 어젠다, 즉 당의 전반적 방향전환부터 접근했을 것이다."

이상돈 저자와 김민석 교수

- 미국의 문화권력지형에 대한 분석서들을 소개했다. 한국의 문화적 지형에 대해 어찌 보나

"종편 등장 이후 어마어마한 변화가 생겼다. 종편과 '65세 20만원'(기초연금)이 한국 보수의 양대 지주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극단적인 것들이 오래 살아남기는 어려운 거 아닌가 싶다. 보수 종편들에서도 좀 극단적이다 싶은 프로들은 자체적으로 폐지되고 있다."

- 보수의 사상적, 지적(知的) 운동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한국 보수의 지적 운동 메커니즘은·

"어찌 보면 박정희 시대 이후 이렇다 할 지적 기반을 축적하지 못하던 한국 보수운동의 기반을 만든 것은 노무현 정권 시기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종부세 등 세금 문제, 사립학교법 문제 등 이건 좀 과하다 하는 문제의식이 보수세력에게 이론적 정립을 시도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아일보 창립자 김성수를 친일파로 몰아세운 것이 동아일보가 이승만, 박정희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된 것처럼, 보수의 강화는 진보가 상대방을 부적절하게 몰아붙여 자초한 측면이 있다."

- 소개한 100권의 책 중 가장 권하고 싶은 필독서를 꼽는다면· 외국서적이 아니라 국내의 저작 중 한 권을 추천한다면

"오바마 대통령보다 훨씬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난 흑인인 토마스 소웰교수의 책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로서 보수의 기본원리인 자기책임을 강조한다. 국내서적으로는 김종인 박사의 『왜 경제민주화인가』를 권하고 싶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문제를 다룬 좋은 책이다."

- 민주화 이후 가장 유능한 보수정권을 고른다면

"노태우 정권이다. 권위주의를 스스로 버렸고, 북방외교로 한국경제의 기반을 다졌고, 유능한 인사들을 등용했으며, 신도시 건설로 폭등한 주택가격에 숨통을 틔웠다. 노태우 대통령을 높게 평가하기 시작한 것은 나 자신도 최근의 일이다. IMF 경제위기를 초래한 김영삼 대통령은 물론, 4대강의 이명박 대통령, 현재의 박근혜 대통령까지를 볼 때 노태우 대통령을 가장 유능했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보수의 입장에서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 한국보수의 비전과 꿈은 뭔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대부분 부도낸 새누리당이 개혁과 혁신을 얘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제민주화도, 법치주의도, 작은 정부도, 도덕적 기반도 다 흔들렸다. 유승민식 정책전환이 보수의 생존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이지만, 그러한 극적 반전 또한 어렵다는 것이 유승민 사태로 보여진 것 아닌가· 보수인 내가 이렇게 생각할 정도인데, 정권교체의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제1야당 새정련도 참 답답하다."

- 중도정당론이 등장했다. 좋은 보수와 좋은 진보가 함께 사는 정치체제는

"중도정당의 문제의식이 등장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중도라는 표현이 방향성이 불분명한 사람들을 모아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진보건 보수건 합리적 개혁의지를 지닌 사람들이 모인 개혁정당이 필요하다. 대통령제의 폐단을 극복하고, 잘하면 오래 할 수 있게, 못하면 빨리 바꿀 수 있게 하는 (독일식) 의원내각제가 바람직하다."

자타가 공인하는 공부하는 보수 이상돈 교수는, 유명한 세계적 보수논객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공화당 지지를 철회하고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공화당은 광야에 나가서 수련해야 한다'고 한 것을 남의 일이 아니라고 느낀다고 한다. 제대로 된 보수정권을 열망하며 신명을 바친 한 지식인이, 다시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절감할 만큼 답답한 현실, 그러나 그 정권교체를 실현할 제1야당 또한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의 토로가 듣는 사람을 더 답답하게 한다. 도대체 어디로 갈 것인가? 쿼바디스! 이 나라의 뜻 있는 많은 사람들의 질문이다.

◇저자 이상돈은?

서울대 법대, 미국 튤레인 대학(법학박사). 중앙대 교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 역임. 현 중앙대 명예교수. '국제거래법', '비판적 환경주의자', '미국의 헌법과 대통령제' 등 다수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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