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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서인문도(書人問道) - 탈공업화 시대의 경제학 강의

산업화와 시장이론 그리고 탈공업화

  • 웹출고시간2015.09.03 15:05:37
  • 최종수정2015.09.03 15:05:55

탈공업화 시대의 경제학 강의

저자 : 최배근, 출판 : 법문사, 출간 : 2015.02.25

이런 저런 책을 읽거나, 주변 사람들을 만날 때 종종 "좋은 경제학자 한 분 추천해주세요"라는 주문을 던지곤 한다.

좋은 경제학자란 당장 내일의 주가를 예측하거나 6개월 후 빵 터질 사업 아이템을 가르쳐 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경제의 큰 흐름을 내다보는 사고의 틀을 제공하는데 도움을 주고 나아가 정치, 사회, 문화, 심지어 외교까지 국가운영의 기본방향을 정리하는 다양한 지적 작업을 하는데 가장 적절한 바닥공사 능력을 갖춘 분들이라는 생각에서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으로부터 추천 받고, 밤새 읽고 간 책에 대해 최배근 교수로부터 직접 몇 가지 설명을 들은 후 오랜만에 운 좋게 좋은 경제학자를 만났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 아담 스미스와 마르크스로부터 시작된 경제학적 틀로 오늘의 경제를 설명하는데 부족한 점이 뭘까· 이 책을 쓴 근본 문제의식은?

"제조업 중심에서 지식, 정보 중심으로, 성장제일에서 일자리제일로, 국민국가시대에서 글로벌 시대로, 경제의 대대적 금융화로 경제의 틀이 변화하였다. 제조업의 중심적 역할이 사양길에 접어든 것은 3D프린터, 로봇의 대중화로 가격이 떨어지고 일자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과 미국의 제조중심 산업화 경험을 기초로 출발한 시장이론은, 정보기술혁명과 '아이디어집약적 생산방식의 무형재경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경합성과 배제성을 특징으로 하는 유형재와 달리, 지적 재산 등의 무형재는 경합성과 희소성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전통적인 수확체감법칙이 아닌 수확체증법칙이 작동한다. 즉, 생산요소를 많이 투입할수록 산출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종래의 틀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종래의 거시적 시장이론에 파산선고를 내려버렸다. 탈공업화 시대의 새로운 경제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경제학적 시도가 필요하다."

- 고용 없는 성장으로 접어들면서, 성장을 목표로 하던 시장이론이 한계에 부딪혔을 뿐 아니라, 성장이 아닌 일자리가 경제정책의 목표가 되었고, 임금노동자는 creator(창조자)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80년대 이후, 특히 금융위기 이후 경제는 성장해도 하위계층의 소득은 줄어들고 있다. 성장제일주의나 낙수효과가 의미를 상실한 것이다. 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고용을 증대시키지 못하므로, 직업을 만드는 창직이나 창업의 중요성이 부상하는 것이다. 크리에이터는 미래학자인 박영숙 대표가 '메이커의 시대'에서 이야기하는 메이커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을 더 강조한 것이다."

- 제레미 리프킨은 최근 저서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3D프린터, MOOC(온라인공개수업), 새로운 에너지 생산방식의 등장으로 제조, 교육, 에너지 등의 비용이 사실상 제로화되는 흐름을 설명하고 있다. 교수님의 생각이 리프킨의 문명분석과 일맥상통하는가?

"리프킨이 제기해온 문제의식에 대해 나 또한 10여 년 전부터 경제학적 설명을 시도해왔다. 기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경제적 설명은 나 뿐 아니라 여러 경제학자들을 통해 이미 이루어졌다. 리프킨도 지적했듯, 자본주의는 사유재산형 수직적 자본주의와 공유형 협업적 자본주의가 공존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 창조성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특허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최근 이코노미스트에는 종래의 특허제도가 1980년대 이후 기술혁신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논문이 소개되었다. 세계적인 대기업들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R&D가 기여하는 비중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R&D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것 또한 제조업중심시대의 산물이다. 기업 외부의 사람들에게 iOS를 개방해 앱 개발과 수익공유의 기회를 제공한 애플의 방식은 무형재가 중심이 되는 경제의 초기모델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배제가 아닌 공개와 공유를 통해 돈을 버는 협력의 경제학이 작동되고, 기업이 기업 외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게 된 것이다. 90년대 후반 클린턴 행정부 하에서 초당적으로 구성되었던 대통령 자문위원회의 연구결과, 미국이 소프트웨어분야에서 도약하기 위해서는 종래의 저작권 보호환경을 개편하여 '소스코드 공개를 법제화(소프트웨어 개발과 사용을 소스공개형으로 전환)하라'는 제안이 제기되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4년 일본에서 행해진 창조산업육성 결과보고서는 일본이 창조산업을 육성한다고 하면서, 그 추진전략에 대해 과거 제조업시대에나 통했던 산업정책관점으로 접근해서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기업들, 대표적으로 삼성은 제조업 시대의 추격전략에서는 성공적이었지만, 공유와 협력의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에 맞춰 고부가가치 사업모델을 창출하는데도 성공적일 수 있을까· 야권과 진보세력 또한 박근혜대통령이 제기하고 실질적으로는 진전시키지 못한 창조경제를 비판적,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

- 최근 진보진영과 야당 일각에서 제기되어온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 어찌 보나?

"소득주도성장론은 당초 임금주도성장론으로 시작된 이론을, 임금체계에 편입되지 않는 비정규직과 자영업자가 많은 한국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변형된 것이다. 현재 한국경제는 미국의 대공황시기보다 객관적으로 더 어려우면서, 그것을 개혁하기는 (대공황을 풀어낸 지도자였던) 루즈벨트가 하려 해도 못할 만큼 어려운 측면이 있다.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이 있지만, 무엇보다 경제 전체의 파이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계급전쟁적 성격을 지닌 소득주도성장론을 지속시키고 승리할 역량이 우리 사회와 진보진영에 존재하는가 의문이다."

- 현재 가장 시급한 단기정책과제는 무엇일까?

"한국판 양적완화가 필요하다. 수출주도성장이 한계에 부딪치고 수출이 부진해지자 경기를 부양하려는 시도들이 계속되었지만, 소비증가율이 경기성장률에 못 미치고 내수는 위축되었다. 과도한 가계부채, 주거비, 교육비의 해결 없이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인 정책실패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중 원리금 상환부담능력이 없는 부채가 총 200조로 추산된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사례를 준용하고 한은의 발권력을 활용하여, 가계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형 가계베드뱅크(부실자산 및 부실채권 전문 구조조정기관)설립을 검토해야 한다. 정부정책실패로 생긴 생계형 부채에 대한 재정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 아이디어가 집약되는 정보화시대 이후 창의력이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산업화 시대의 기계적 교육은 이런 시대적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는데?

"일본, 한국처럼 과거 산업화 모델에 부합하는 공교육이 강했던 나라들은 창조성을 중시하는 시대적 전환기를 맞아 역설적으로 교육혁명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되었다. 협력과 공유라는 새로운 틀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내는 능력, 즉 역량(competence)을 갖추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이며 이런 교육에서 교사는 코치의 역할을 한다."

- 이런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정책적 해법은 무엇일까?

"사회운영방식이 협력적으로 바뀌고, 교육방식과 금융인프라의 재구축이 이루어져야 한다. 숙의민주주의형태로 민주주의가 업그레이드되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 우리에게 따라가야 할 모델국가를 찾기는 어렵다. 창조적 경제와 창조적 정치를 담아내는 창조적 국가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과제 가 주어진 것이다."

학자에게건 정치인에게건 가장 필요한 덕목은 깨어있는 문제의식과 열정, 사명감이다. 최배근교수를 잘 아는 어떤 지인은 최교수가 (부조리에 대한) 분노와 (어려운 사람에 대한) 측은지심을 다 갖추었다고 평했다. 경제사를 전공하고 경제개혁을 위한 사회적 실천과 지역주민운동을 지원해왔으며, 통일문제와 숙의민주주의에 대한 학습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도, 변화하는 현실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려는 경제학자로서의 마음가짐을 지켜온 데 대한 응당한 평가일 것이다. 저자를 만나 대화하면서 그의 설명과 해법의 디테일 하나하나보다는, 기본적으로 백성의 삶이 걸려있는 문제를 다루는 공적 사명감을 바탕에 깔고 있어야 할 사람들의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어 좋았다.

△ 저자 최배근은?

건국대 경상학부 교수(현). 경제사학회 회장,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위원, 하남민주연대 대표, 대안학교 민들레 교장, 건국대학교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탈공업화와 시장시스템들의 붕괴 그리고 대변환', '탈공업화와 무형재경제, 그리고 협력의 경제학'등 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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