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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서인문도(書人問道) - 대통령의 경제학

"경제대통령 아닌 정치대통령이 한국경제 구원할 것"

  • 웹출고시간2015.04.23 15:34:28
  • 최종수정2015.04.23 15:34:28

대통령의 경제학

저자 : 이장규, 출판 : 기파랑, 쪽수 : 527쪽

한국경제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다양한 도전과 실험을 통해, 한때 남한과 중국보다 잘 살던 북한을 저 멀리 제치며 기적적으로 성장해왔다.

'대통령의 경제학'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사실에 기초해서', '대통령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풀어낸 한국경제통사'라는 저자의 설명대로 사실성에서 탁월하고 독보적이다. '사람'과 '리더십'을 빼고 수치적 결과물에만 치우친 시각을 (계량화에만 빠진 것을)현대경제학의 약점으로 보는 저자의 책 속에서 우리는 상당한 경제지식이 담긴, 이승만 대통령의 자필 연설문이나 기자와 장관들에게 경제 강의를 하며 지식을 뽐냈던 전두환 대통령의 과외공부 등 흥미로운 스토리에 접하게 된다. 이장규 부총장의 집무실을 방문했다.

-이 책을 읽은 대통령이 있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출마 결심 후 언론인이던 나를 만나자고 해 4시간여 토론한 적이 있다. 그 후 이 책의 각론(전두환 편)에 해당하는'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를 세 번 읽었다고 들었다."

-이승만과 박정희의 경제리더십 평가부터 시작해보자.

"부정부패 등 엄청난 과오에도 불구하고 이승만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뿌리내린 설계자이다. 그의 농지개혁은 노무현 대통령조차 격찬했던 큰 업적이다. 한국판 산업혁명을 이끈 박정희 경제는 초기 몇 년의 시행착오 이후 새마을운동 초반까지는 성공적이었다. 유신 이후 안보전략과 결합한 중공업투자에 과오가 생기고, 초기의 총명함이 사라지면서 경제에 무리가 생겼다. 업적평가에서 박정희가 큰 격차로 1등인 것은 성과 때문이기도 하고 장기집권 때문이기도 하다."

-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으로 넘어가보자.

"무리한 성장지상주의의 부작용을 바로잡은 전두환의 학습능력과 리더십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독재자가 예산동결 같은 비인기정책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킨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그의 모든 성과를 상쇄하는 최악의 단점이 탄압적 노동정책이었다. 시대의 대세가 민주화로 바뀌었으니, 적어도 3저 호황 이후엔 노동3권을 업그레이드했어야 했다. 탄압일변도의 결과 노동운동이 정치화했다. 노태우는 물태우라 불리는 것을 본인이 알 정도로 우유부단하고 장악력도 떨어졌지만, 그만큼 경제와 사회시스템이 민주화 쪽으로 가는 것을 인내해낸 것이 장점이다. 많은 반대에도 그가 북방외교와 인프라투자를 챙긴 것이 오늘 한국경제의 새 판을 깔았다. 실명제, 재산공개 등 개혁에선 최고였던 김영삼은 경제실적에서는 최악이었다. 경제를 너무 몰랐고 사람을 너무 자주 바꿨다."

-진보적 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 김대중과 노무현은?

"김대중은 불균형성장, 농촌소외를 비판하며 야당시절부터 이미 한국경제의 균형추 역할을 했다. 그의 대중경제론은 새마을정신이나 수출 진흥 등 박정희의 공적도 수용하면서 진화했다. 외환위기 극복, 복지국가 제도화의 큰 공을 세운 김대중의 가장 큰 오류는 불법을 용인하고 집단이기주의의 길을 열어준 노동정책이다. 노사정위원회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초법적으로 출발했다가 결국 실패한 것 아닌가· 전두환의 탄압정책과 정반대인 이런 오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확대재생산 된다. 당선 이후 엄청나게 학습하고 성장한 노무현이 보인 최고의 경제리더십은 지지 세력보다 국익을 선택해 FTA를 주체적으로 밀고 나간 것이다."

- 대통령에게 필요한 자질과 경제학습의 요체는 뭘까?

"시대적으로 다르다. 산업화 시대에는 정치논리를 떠나 경제논리를 밀고 나가는 능력이나 경제지식이 의미가 있었지만, 기업과 국민이 성장하고 국회가 중요해진 민주화 시대에는 정치를 잘 풀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대착오적으로 CEO대통령을 주창하고 전임정부의 유산을 모조리 부정한 이명박의 실패는 예견된 것이었다. 박근혜대통령이 수출확대회의나 지하경제척결 등 과거방식을 답습하는 것 역시 시대에 맞지 않다. 민주화 이후 우리 경제는 성장률이 아닌 갈등이 핵심문제이다. 지금 대통령에겐 사회통합의 패러다임을 만들고 정치가 잘 풀려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경제적 리더십이다. 이 문제를 해결 못하면 30년 이내에 우리는 중국경제의 일부로 전락할 것이다."

- 경제발전에 최적인 정치시스템은 뭘까?

"개헌 같은 거창한 것 아닌 현실적 해법 하나 얘기해볼까· 정책의 중심이 된 국회의 의사결정에서 의원 신분, 봉급, 처벌 등 자기이익과 관련한 법률제정권부터 박탈하라. 국회의원의 집단이기주의를 깨는 원칙이 구체화되면 이해관계와 관련한 제척 등은 당연히 이루어질 것이다. 정치의 객관성과 통합력을 높여야 한다."

'경제대통령의 자질은 뭘까?'라는 질문에 저자는'이제 경제대통령이 아니라 정치대통령이 한국경제를 구원할 것'이라 대답한다. 한국경제는 성장했고 민주화는 되돌릴 수 없다. 시장참여자들의 갈등과 이해관계를 법치와 소통으로 풀어낼 정치력을 가진 대통령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에 꼭 필요한 대통령이며, 입법권의 행사를 통해 국가운영의 리더십을 공유하게 된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 또한 대통령의 리더십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제대통령이란 말 자체가 구식용어라는 저자의 에필로그를 다시 읽으면서, 국가경영의 일꾼들이 선거용 구호가 아니라 온몸으로 시대정신의 변화를 깊이 새기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소망해본다.

△이장규 저자 소개

언론인(중앙일보 경제부장, 편집국장, 경제대기자), 기업인(하이트맥주 CEO), 서강대 교수를 거쳐 현재 서강대 대외부총장. 총론에 해당하는'대통령의 경제학'외에도'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 '경제가 민주화를 만났을 때', '카스피해 에너지 전쟁'등 철저한 현장취재에 입각한 저서를 통해 한국경제사를 정리하고 한국경제의 살 길 찾기를 계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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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