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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5.28 15:07:57
  • 최종수정2015.05.28 15:07:57

그림의 힘

저자 : 김선현, 출판 : 8.0(에이트 포인트)

자식을 잃은 슬픔은 인간의 슬픔 중에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아니 극복되지 않는 슬픔이라 한다.

세월호 피해자 부모들에게 우리 사회가 "잊어야 해, 잊어야 해"할 때, 오랫동안 인간의 심적 충격을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세월호가 준 충격과 상처를 감추거나 숨기지 말기를, 주변사람들에겐 따뜻하게 지켜봐 주기를 권했다.

'그림의 힘'은 바로 그런 심리치료의 현장에서 검증된 그림들, 즉 치유의 힘이 있는 그림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20여년에 걸쳐 미술치료 전문가로 활동해온 저자의 상담과정에서 환자들이 골랐던 그림, 좋아한 그림, 눈물샘을 펑펑 터뜨렸던 그림들이 이 책에 실려 있다. 평론가나 애호가의 까다로운 예술론을 거치지 않고, 그저 그림으로부터 영혼과 감성의 치유를 받은 사람들에게서 걸러진 그림들을 모아낸 저자 김선현의 특강장소를 찾았다.

-미술치료란? 이론적 배경과 방법은

"마음이 신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심신의학의 관점이다. 심신의학, 통합의학으로서의 미술치료는 마음의 병을 관리한다. 외국에선 미술치료가 보험까지 되고, 우리나라도 최근 암환자나 호스피스의 미술치료에 의료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좋은 그림의 감상과 감정이입을 통해 치료하는 방법과, 직접 참여해서 그리거나 만드는 방법으로 나뉜다. 직접 그리는 것이 더 좋지만, 감상만으로도 훌륭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미술치료의 효과는

"예술이 가진 스트레스 완화효과다. 2-30대의 연애에서 생긴 문제로부터 이어진 살인이 1천건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최근 수치는 결국 스트레스의 과잉과 공감능력의 결여 탓이다. 일, 사람관계, 돈, 시간, 나 자신 등 스트레스의 원천은 다양하다."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되는 그림이라면

"일의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들이 많이 고르는 작품 중 하나가 고호의 '밤의 카페테라스'이다. 좌석이 대부분 비어있는 호젓한 카페를 그린 유명한 그림이다. 이 그림을 보고 '장사가 안 되는 집 아니냐'고 묻는 초등학생에게 부모님 직업을 물었더니 장사하는 분들이더라(웃음). 관점마다 그림이 달리 보이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스트레스가 심한 분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면 빨강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붉은 색은 에너지, 체력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인지 할머니들이 빨간 립스틱을 좋아하시는 경우가 많다. 둥근 원도 도움이 된다. 충동적인 어린이는 밖에서 안으로 원을 그리게 하고, 소심한 어린이는 안에서 밖으로 원을 그리게 하는 등 원만 계속 그려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조지 클로젠의 '울고 있는 젊은이'를 보면 마치 통곡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한데 이런 그림을 보고 한참을 울고 나면 영혼이 맑아진다. 자신감이 없을 땐 강인한 느낌의 푸른색과 희망을 상징하는 노랑색을 사용한 마티스의 '이카루스'를 권하곤 한다. 포스코 등 기업에서 집단적 미술치료를 해보니 서로 이해 못하던 면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더라. 그림에는 자기암시의 힘도 있어서 CEO들이 자기 회사에 걸면 좋을 그림을 묻기도 한다. 내 경우 어머니가 집에 걸어놓으셨던 좋은 그림들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김선현 작가

-뭉크의 그림처럼 평화로운 느낌과 거리가 있는 그림도 도움이 되나

"심리치료시 뭉크의 '절규'나 '사춘기' 같은 그림을 선택하는 경우는 에너지가 고갈된 경우나, 정신적·심리적 안정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 어머니와 누나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던 화가 뭉크의 삶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면, 비슷한 트라우마가 있는 분들은 눈물을 흘리고 그 과정에서 위로를 받는다. 슬플 때 슬픈 음악을 들으면서 쏟는 눈물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기 여동생과 애정행각을 벌이기까지 한 연인 디에고 리베라로부터 고통받았던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는 '그림은 내게 (정신적 고통의) 치유과정'이라고 했다. 이처럼 화가 자신의 강인한 치유과정을 드러내는 그림에도 치유의 힘이 있다."

-시험공부에 좋은 그림도 있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시험 볼 때 도움되는 그림들을 모아서 곧 다음 책을 낸다. 물론 그림은 부적이 아니다. 좋은 그림만 보고 공부를 안 하면 성적은 안 오른다(웃음). 마커스 스톤의 '훔친 키스'라는 그림을 개인적으로 좋아해 방송국에 추천했는데, 뉴스가 시작될 때 나와서 화제가 되었다. 숲 속 벤치에서 곤히 잠든 연인을 깨우지 않고 가만히 키스하는 남자를 그렸는데, 서로를 받아주고 휴식이 되어줄 수 있는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느낌이어서 좋다."

-위안부 할머니들과도 상담을 했는데

"그 분들의 상처를 치료하고픈 마음과, 해방 후 삶에 대한 궁금증으로 2006년부터 시작했다. 감상도 하고 그리기도 하다가,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을 모아 전시회까지 했다. 그 그림들이 국가기록물로 등재됐고, 여성가족부에서 위안부관련 기록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도록 추진 중이다. 할머니들은 예쁜 꽃그림을 좋아하고, 남녀가 몰래 연애하는 모습이나 결혼 풍속도를 그린 신윤복의 그림을 좋아하고, 핑크빛 옷 선물을 좋아하신다. 그분들도 사랑 받기 원하는 마음을 가진 여성들이다."

-어떤 게 좋은 그림일까

"평론가들의 인정을 받거나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 그림일 것이다. 비싼 그림은 물론 좋고(웃음). 결국 내가 보고 좋아하면 된다. 단 교육적으로 좋은 그림은 잘 선택해야 한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집에 걸면 아이들은 무서워한다. 집에 돈 많이 들어오라고 걸어놓은 달마도를 밤에 화장실에 갈 때마다 무서워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그림은 엄마 방에 걸어라."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아이와 노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데 각각 더 적합한 그림들은 어떤 것일지, 샤갈처럼 꿈꾸는 듯한 색채가 가진 치유력은 무엇일지, 쉽게 이해조차 어려운 현대적 추상화들의 심리적 효과는 어떨지, 민중화가의 그림은 시대의 정치적 피해자에게 얼마나 카타르시스 효과를 가질지, 고난과 가난 속에 일생을 산 화가와 화평과 풍족 속에 삶을 영위한 화가들의 서로 다른 삶이 담긴 그림은 각각 어떻게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다가갈지 등등 말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타인과의 공감능력을 향상시키는 예체능 교육의 의미를 주목하고 중시하는 반면, 대한민국의 초중고 교육에서는 예체능이 사라지고 있다.

예술교육이 결여되면 공감능력 즉 '내가 때리면 남이 아프다'는 걸 모르게 되어 결국 나밖에 모르는 아이들로 가득한 교실과 학교폭력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얼마 전 2000명의 청소년들에게 무료초대공연을 열었던 조수미씨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음악은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공연을 많이 봐야 꿈도 자란다. 무대 위의 단 한 곡이 사람의 인생을 흔들 수 있다. 내 음악 또한 누군가의 마음에 쿵~ 했으면 좋겠다. 외국에선 흔한 학생입석제도(서서 볼 수 있는 싼 관람권 판매)가 국내에 없어 이 공연을 마련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숨가쁜 삶의 무게에 짓눌려 허덕이는불쌍한 우리 공동체에 필요한 것이야말로 '예술이 있는 삶', '품격이 있는 삶'이고 '옆 사람에 대한 예술적 배려와 공감의 능력'을 통한 집단적 치유가 아닐까·

◇저자소개 - 김선현

도예와 미술을 전공. 작품활동과 실습지도를 하다가, 국내에서 불모지이던 미술치료에 뛰어들었다. 한양대 박사과정을 거쳐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 부속병원에서 동양인 최초로 예술치료 인턴과정 수료, 일본에서 외국인 최초로 임상미술사 자격 취득, 미국 MD 앤더슨암센터 예술치료과정 수료, 프랑스 미술치료 Professional과정을 마쳤다. 현재 차병원 임상미술치료클리닉 교수 겸 차(CHA)의과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 원장. 위안부 피해자, 천안함 사건 유족, 세월호 사고 피해자 등 국가적 트라우마 현장마다 초빙되어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치료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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