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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서인문도(書人問道) - 퇴근 후 2시간

퇴직 후를 위한 골든 타임…은퇴 후엔 늦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 찾는 것이 은퇴준비의 핵심

  • 웹출고시간2015.04.09 19:08:46
  • 최종수정2015.04.16 14:02:31

편집자

김민석의 서인문도(書·人·問·道)은 '책과 사람에게서 길을 묻는다'는 의미다. 삶의 길을 열어주는 '좋은 책'의 저자와 책을 통해 대한민국의 갈 길을 찾아보자는 의미다. 서평 겸 인물 인터뷰코너로 매주 금요일 독자와 만남의 장을 열었다. 서인문도(書·人·問·道)를 진행하는 김민석 교수는 현재 단국대 KLS주임교수로 재직중이며 국제변호사이기도 하다. 85년 서울대 총학생회장, 15~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00년 뉴스위크선정 21세기 100대 지도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퇴근 후 2시간'

정기룡, 김동선 지음

ⓒ 나무생각
나 같은 50대 전후의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제일 절박한 문제가 뭘까?

책과 사람에게 길을 묻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 코너를 어떤 주제로 시작할까 생각하다가, 멀리 갈 것 없이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베이비붐 세대(1955년생~63년생)의 끝자락에 속하는 내 주변의 최대고민은 "앞으로 어떻게 살지? 뭐해 먹고?"라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 100세 사회, 인생 이모작, 반퇴(半退) 등으로 표현되는 초유의 시대적 파도 앞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다. 10여 년간 퇴근 후를 투자해 빵, 떡, 두부, 초콜릿 만드는 기술을 배우며 은퇴 후를 준비하다 잘 나가는 대중적 강사로 거듭난 전직 경찰서장(정기룡)의 스토리를, 기자시절 일본연수를 계기로 노인문제, 은퇴문제 연구에 전념해온 사회복지학 박사(김동선)가 글로 풀어낸 책 '퇴근 후 2시간' 은 바로 앞서 던진 질문에서 시작된다. 편안한 소설 형식으로 퇴직자의 일상, 재취업과 창업준비의 실전 노하우, 재취업 전선의 현실과 마음가짐, 노후문제 등을 다룬 공동저자를 만났다.

-퇴근 후 2시간을 투자한 본인의 퇴직 후 준비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정) 어느 날 경찰서장도 하루아침에 잘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 후 취미 겸 은퇴준비 삼아 요리학원에 다닌다는 후배를 보고 관할구역 대전에 있던 성심당 제빵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아내가 앞치마는 사줬다. 처음에는 학원 가는 것이 창피하고 쪽 팔렸다. 잘 만들었다고 가져가면 아내가 이걸 빵이라고 만들었냐고 하더라.

김민석

-요즈음 강연하며 만나는 주 대상층은 누구이며,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정) 전에는 현직 후배들에게 경찰 경험과 관련한 강연을 했는데, 최근에는 직장인들 대상의 퇴직 후 준비에 관한 강연요청이 많이 온다. 며칠 후엔 금융연수원에서 은행지점장들 대상으로 퇴직설계과정 강연이 있다.

(김) 전경련, 노사발전재단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뷰해보니 4~50대, 나아가 60대 초반까지는 '일하고 싶다'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은 희망사항이더라.

-이 책의 핵심 주장이기도 한데, 왜 현직에 있을 때 준비해야 하나?

(정) 안 그러면 늦다. 퇴직하면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퇴직하고 나니 '대출해준다' '휴대전화 바꿔라' 그리고 아내 전화까지 하루에 딱 세 통 전화 오더라. 밥 안 사주면 후배들조차 만나기 어렵다. 자기개발을 위해 돈을 쓰기도 힘들다. 일단 현직에 있을 때 내 미래를 위해 돈을 써야 한다. 퇴직준비도 창업도 공부도 현직에 있을 때 시작해야 한다.

(김) 수많은 은퇴자 인터뷰를 해보니 창업 제1원칙은 '창업하지 마라'이더라. 창업도 현직에 있을 때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다. 준비 없는 창업은 절대 안 된다. 가급적 가족끼리 하고, 1년 이상 현장 경험을 쌓고, 기대수익을 낮춰야 한다.

-이모작 직업을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또한 내 적성을 어떻게 찾나?

(김) 우리나라 남자들 재미없게 사니까 취미도 없고 적성도 모르고 퇴직하면 막막한 거다. 정서장 경우도 이거 저거 찔러보다가 찾은 것인데, 결국 자신의 적성을 찾는 것이 은퇴준비의 핵심이다.

(정) 처음에는 적성을 생각했다기보다는 그저 돈도 벌 수 있고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며 시작한 빵 공부가 결국 10년 걸렸다. 퇴직 후에 빵 기술을 배워 시작했다면 다 들어먹고 실패했을 거다. 창업실패 경험을 현직에 있을 때 다 거친 셈이다. 그렇게 계속 이것저것 해보며 고민하다가 적성을 찾은 거다. 강연을 시작한 계기는 아내가 권한 리더십 강의를 수강한 것이다.

(왼쪽부터)김동선 작가, 정기룡 작가 그리고 김민석 교수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때도 무슨 말을 하면 남들이 웃곤 했는데 정작 말로 남 웃기는 게 내 적성(?)인 줄은 몰랐다. 우연히 한 강의가 너무 재미있다는 말을 듣고 프리랜서 강사로 나서게 됐다. 리더십 강좌의 수강료는 그 때는 거금이라 결심을 못했는데 '당신 스스로한테 그 정도도 투자 못 해?'라는 아내의 재촉에 서장 시절 6개월간 돈을 모아 등록을 했다.

-경찰이기 때문에 더 어려웠던 점은?

(정) 업무특성상 시간이 불특정하고, 제 시간에 퇴근하는 게 위아래 다 눈치가 보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야근과 회식이 많은 직장문화 아닌가. 근무시간에 일을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서장일 때는 모든 행사를 점심시간으로 돌렸다. 정시에 퇴근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게 회사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경찰 경험이 지금 일에도 도움이 된다. 며칠 전 강연에서 죽음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형사 시절 수없이 부검에 참여한 얘기, 부검하고 육회 먹으러 가야 했던 인생사의 아이러니를 얘기하니 반응이 좋았다.

-책을 보면 부인 얘기를 참 잘 듣는 것 같다. 고령화로 자기 주변사람과 오래 함께 사는 세상인데, 퇴직 후 아내와 자식 나아가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은?

여자들은 밖에 나가 돈 벌어오고 가급적 집에 전화 안 하는 남편을 좋아한다. 자식도 마찬가지다. 은퇴 후에도 나가서 사람 만나고 수다 떨고 돈 벌고 늦게 들어가는 게 좋다. 돈으로 안 되면 알아서 설거지도 하고 몸으로 때워야 한다. 결국 일이 중요하다. 일해야 다 풀린다.

-현실적으로 개인이 체계적으로 미래를 준비할 여건이 안 되지 않은가? 퇴근 후 2시간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뭘까? 복지로 노후를 보내는 북유럽 복지국가나 일본 말고 참고할 모델이 있나?

(정) 경찰관 퇴직자교육이 고작 1주일 동안 여행, 건강관리교육, 연금교육 각 하루씩 해서 발 마사지나 경락 배우고 끝난다. 공무원 은퇴교육도 마찬가지다. 보여주기 식이다. 이런 식으로 은퇴설계가 될까· 예산은 들겠지만 체계적인 은퇴교육이 정말 필요하다.

(김) 퇴직을 앞둔 현역이 구직교육을 받기는 아주 어렵다. 퇴직 전 교육은 1주일에서 열흘 길어야 몇 달이다. 10여 년 전 서독 직업학교를 가보니 20대 초반뿐 아니라 재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4~50대 남녀들이 간병, 자동차 등 각종 기술을 배우고 있더라. 현실적으로 각자 자신에 맞게 미래를 준비해갈 수밖에 없지만 정부에서 그런 정교한 직업전환 프로그램을 만들어줘야 한다.

재작년 가을 취미로 시작해서 작은 영화제 본선까지 갔던 내 첫 다큐멘터리 작품이 함께 생활하는 독거할머니들의 이야기였다. 그 때 가장 놀랐던 대목이 80대가 대부분인 할머니들의 엄청난 일 욕구였다. 단지 생활고에 보탬이 되기 위한 돈벌이욕구만이라고는 설명할 수 없는 그 일 욕심을 보면서 일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보편복지니 선별복지니 증세니 노인복지니 논란도 많지만, 평생일자리와 그것을 담보할 평생교육 틀의 정착 없이는 어떤 해법도 고령화의 파고를 헤쳐갈 정답과는 거리가 멀다. 누구든 퇴직 5~10년 전부터는 퇴근 후 2시간을 아껴 이모작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과 기업, 국가가 할 일이 뭘까? 이 책이 던지는 또 하나의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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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