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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6.04 18:49:22
  • 최종수정2015.06.04 18:49:22

헌법판례정선

저자 : 임지봉, 출판 : 박영사, 출간 : 2011년 11월10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되는 헌법 제1조를 정확히 외우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과거무상급식논쟁에서 보여졌듯, 어떤 법이나 정책이 옳으냐 그르냐를 논쟁할 때 우리는 헌법을 최종권위로 제시하곤 한다. 국민기본권에 대한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청구서인 헌법에 대한 교육이 초등학교 4학년 경 시작되는 미국과 달리, 우리의 헌법교육은 주로 고교과정에서 간단히 이루어진다.

40대 중반에 낑낑대며 미국의 로스쿨에서 공부하던 시절, 나는 각종 사건의 판결요지를 기록한 케이스노트를 애용했다. '헌법판례정선'은 우리나라에선 찾기 어려운 케이스노트 형식의 헌법 책이다. 임지봉교수의 연구실을 찾았다.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적 경제원리는

"강력한 자유민주주의가 정치의 헌법원리지만, 경제원리는 사회적 시장경제이다. 근간은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이지만(119조1항), 국가의 개입과 규제 및 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119조 2항. 120~127조). 토지와 천연자원 등 사유재산을 일부 제한하고, 독과점규제와 중소기업보호처럼 자유시장경제를 일부 제한하되, 기업경영은 간섭 못하도록 했다. 경제민주화 조항이 명시된 것은 1987년이지만, 건국헌법은 통제경제의 색채가 더 강했다. 건국헌법을 기초한 유진오 박사가 사회민주주의 원리를 포용한 바이마르헌법 등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개인소유 유휴토지나 법인의 비업무용토지를 대상으로 하는)토지초과이득세의 헌법불합치 결정이나, 종부세 위헌 판결은 어찌 보나

"토초세관련 결정은 헌법 122~123조에 담긴 정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다. 종부세는 그 자체는 합헌이지만, 세대별 합산과세가 혼인과 가족 보호에 어긋난다고 위헌 판정을 받아 유명무실화되었다(2008년). 종부세가 부부합산과세의 위헌성만 없앤다면 다시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3조 영토조항(한반도와 그 부속도서)과 4조 평화통일조항의 모순은 어떻게 설명되나

"건국헌법부터 존재한 3조에 따르면 북한은 통치권을 방해하는 반국가단체이다. 유신헌법에서 도입된 제4조는 북한과의 대화협력을 규정하여 북한을 파트너이자 사실상 정부로 인정한다. 그 모순 때문에 3조폐지론도 제기되었었지만, 3조가 통일책무를 국민에게 부여한 것으로 보아 3조와 4조 모두 통일지향적 조항으로 해석하는 것이 주류다."

김민석 교수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임지봉 저자

-헌법의 눈으로 교육문제를 볼 때, 국가의 평생교육의무조항(31조5항)을 고령화 시대에 맞게 더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나. 과외금지는 자녀교육권을 해치는 과잉제한으로 위헌이지만(2000년), 학원교습시간제한은 합헌(2009년)이다. 헌법 안에서 과도한 사교육 규제방안을 찾을수 있을까

"교육받을 권리, 고령화, 지식사회의 학습욕구 등을 감안하면 평생교육의무는 선언적 규정을 뛰어넘는다. 모든 헌법규정 자체가 단순한 선언규정이 아닌 국가의 약속으로 적극 해석될 여지가 있다. 사교육이야말로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문제이므로 행복추구권보장 차원에서 시간, 공간, 가격, 내용, 방법 등 꼼꼼하게 규제를 설계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미국 역사에서 최고의 수출품은 헌법이다. 법체계가 다른 독일 등에서도 표현자유나 평등권을 중심으로 미국의 헌법판례를 수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헌법재판소가 영미법의 적법절차(Due Process)및 표현자유 조항을 과거처럼 좁게 해석하지 않고, 입법 사법 행정에 점철된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로 여러 번 천명했다. 적법절차원리를 잘 다듬으면 국민기본권보장 확대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임지봉 교수

-성적 자기결정권 차원에서 간통죄가 위헌으로 결정되었는데, 동성애 등 다른 이슈는 어떨까. 사형제, 국가보안법은? 헌법개정에 대한 의견은?

"간통죄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과잉금지 원칙에 따라 위헌으로 결정한 것이다. 간통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꼭 형법이 아니라 위자료나 벌금형이어도 되지 않느냐는 논리다. 따라서 간통죄가 위헌결정이 났다 해서, 성적자기결정권논리로 동성결혼불허나 성매매특별법 등을 위헌으로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형제의 경우, 기본권 제한은 가능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면 안 된다는 우리 헌법 해석의 틀을 지키기 위해 복잡한 이론적 절차가 동원된다. 생명은 본질적 내용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미국헌법은 본질적 내용침해에 관한 조항이 없어서 사형제 유지에 논리적 모순이 없고, 독일은 우리 헌법처럼 본질적 침해 조항을 두고 아예 사형제 폐지를 명시했다. 국보법은 찬양고무죄에 대한 한정합헌 판결 이후 법이 개정되었는데, '~을 알면서도'라는 조건을 입증하는 책임이 완화되어 법개정의 효과는 오히려 애매해졌다. 나는 개헌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권력구조개헌은 특히 그렇다. 국민의 개헌요구가 전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개헌을 한다면 국민의 기본권을 중심으로 다루면 좋겠다. 가령 대통령이 대법원장 장악을 통해 사법부를 장악하는 위험한 구조를 원천 봉쇄할 수 있도록 임명방식이나 대법관 임기를 바꾸는 등 말이다."

1990년과 2008년에 합헌으로 결정되었던 간통죄가 2015년에 위헌으로 결정되듯, 헌법도 시대흐름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것이 국내외 사법사의 경험이다.

헌법은 국가와 국민생활의 큰 틀을 규정하는 윤곽규범이므로, 시대적 변화뿐 아니라 판결주체인 법관들의 구성에 따라서도 그 해석이 변하는 것이다. 미국의 존마샬 대법원장은 "헌법은 다가올 시대에도 살아남도록, 인간사의 많은 위기에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했다.

미국의 헌법이 200여년간 존재해온 것은 이런 헌법제정정신에 따라 헌법을 해석해온 연방대법원의 권위 덕분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헌법재판관 8명의 세계관이 용해된 것이다. 지금처럼 평생 법원이나 검찰 밖을 나가본 적이 없는 판검사 출신들로만 구성된 헌재나 대법원의 구조로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임교수의 마지막 말이 귀에 남는다. 메르스 확산으로 국민은 불안한데, 이를 해결할 집권세력은 국회법 개정으로 내전에 들어간 답답한 상황을 보며 헌법 제1조를 다시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통령이나 국민이나 헌법을 공부할 때다.

◇저자소개 - 임지봉

서울대 법대 학사, 석사 및 박사과정 수료. 미국 UC버클리 로스쿨 법학석사 및 박사. 현재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및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위원. '사법적극주의와 사법권 독립'등 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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