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민석의 서인문도(書人問道) - 바보선거

한국 선거제도의 불편한 진실…그리고 도발적 접근

  • 웹출고시간2015.04.16 19:20:17
  • 최종수정2015.04.16 19:20:17

바보선거 책표지

최광웅 저

ⓒ 아카넷 출판(2015.01.23)<
[충북일보] '한국정치, 이대로 좋은가? 지역주의, 불가피한가?'

정치개혁, 어떤 길로 가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는 많지만 구체적인 자료의 숲을 헤쳐 가며 이 문제와 씨름한 결과를 찾기는 쉽지 않다.

제목부터 도발적인 책 <바보선거>는 바로 이런 주제를 놓고 민주화 이후 근 30년간의 각종 선거결과를 분석하여 우리의 상식과는 다른 진실에 접근한다.

대다수 평론가들이 여야의 팽팽한 접전을 점쳤던 지난 2014년 7.30 재보선 결과를 새누리당의 수도권 압승과 호남진출(이정현)로 예견했던 저자(최광웅)는, 누적된 선거데이타의 분석이 단기여론을 반영하는 여론조사에 비해 민심흐름과 정치진화방향을 예측하는 객관성에서 절대 우위를 갖는다고 본다. 충북 음성 소재 극동대의 강의를 막 마친 저자를 만났다.

왼쪽 최광웅 작가와 인터뷰 하는 김민석 교수

-제목이 왜 바보선거인가?

"지역연고정당에 올인하는 투표행태, 야권연대가 필승이라는 믿음, 유권자의 뜻을 왜곡하는 소선거구제도 등이 모두 바보 같은 잘못이라는 취지이다."

-TK와 호남이 가장 바보 같은 투표행태를 보여왔다고 지적하는데.

"지역연고투표=지역발전이 성립한다면 TK가 가장 발전하고 호남도 선방하고, 만년들러리 충청은 가장 낙후되었어야 한다. 지역주의 투표가 심화된 1988년 이후, 충청도는 총선 때마다 공화-민자-자민-열린-선진-새누리로 지역 1등정당을 교체했다. 1등정당의 최고득표율도 45%수준이었다. 반대로 TK와 호남은 지역1등 정당이 고정불변이었고 득표율은 8~90%대였다. 결과는 어땠나· 인구대비 지역발전지표는 충청이 1위, TK와 호남이 꼴찌에서 1,2위이다. 대통령을 한 명도 배출 못한 충청이 TK(5명), 호남보다 선전한 이유는 뭘까· TK나 호남처럼 '공천=당선'이 아니니 의원들이 지역구와 개발공약에 신경 쓸 수 밖에 없었고, 25개의 의석에 불과한 충청을 차지하기 위해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갖은 지역공약으로 구애해온 것이다."

-결국 지역독점정당이 지역발전을 막는다고 보면 되나.

"그렇다. 경쟁이 정치도 발전시키고 지역도 발전시킨다. 지역독점정치가 지역발전을 막는 것이다."

-민주-진보의 야권연대가 필승공식이라는 상식도 틀렸다고 주장하는데· '야권분열=야권필패'가 아니란 말인가?

"진보든 보수든 '분열=필패(必敗)'는 아니다. 19대 총선에서 보수진영에 새누리 외에 선진당과 국민생각이 있었고 통합야당(민주통합당)은 진보세력과 야권연대까지 이뤘지만 결과는 새누리의 과반 승이었다. 2012년 대선, 2014년 경기-부산의 지선은 진보후보가 사퇴한 1:1 구도였지만 야권이 패했다. 반대로 2002년 노무현과 2014년 최문순, 이시종은 진보후보가 표를 가져갔지만 이겼다. 1988년엔 야당이 여럿으로 갈렸지만 결과는 여소야대였다. 15대총선에선 야권 신인들이 모두 야권거물과 맞붙은 지역에서 당선되었다. 선거는 자기 힘으로 치르는 것이 기본이다. 진정성과 실력을 갖춘 후보가 나오면 여권표든 야권표든 쏠림현상이 일어난다. 결국 후보가 중요하다."

-양당제보다 다당제가 더 안정적이라고 주장하는데.

"다당제가 더 안정적이다. 다당제 국가들은 연정을 통해 합의정치를 한다. 우리와 달리 국회우위와 삼권분립이 확고한 미국 외의 경제부국은 다 다당제다. 우리 경험도 이를 입증한다. 1987년 1노3김체제에선 의회도 원활했고 장외투쟁도 없었으며 입법성과도 좋았다. 강력한 양당체제였던 18,19대는 어떤가· 극언과 폭행, 해머, 전기톱이 난무하고 툭하면 야당이 거리로 나갔다. 완충지대가 없기 때문이다. 제3세력이 살아남기 힘든 소선거구제 하에서도 항상 우리 국민은 13.5% 이상을 제3세력에게 투표하며 다당제적 선택을 해왔다. 3당합당, 의원 빼가기 같은 인위적 정계개편으로 정치권이 양당제를 억지로 만들어왔을 뿐이다."

-국회개혁방향에 대한 생각은?

"소선거구제를 바꿔야 지역독점이 깨지고 경쟁이 가능하다. 정당명부와 소선거구를 결합한 독일식이 좋다. 지역구를 대폭 줄이는 것은 의원들의 반대로 현실성이 없으니, 지역구 숫자를 유지하고 비례를 늘려 의원정수를 늘리는 대신 국회 전체에 드는 비용 6천억을 동결하여 의원특권을 줄여야 한다."

-서울대 운동권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실, 인사수석실의 행정관과 비서관을 역임했다. 참여정부 하에서 인사소외, 부산정권론 등으로 호남이 오히려 배신당했다고도 지적했는데, 호남정치복원론 등에 대한 생각은?

"제1야당 당원의 7-80%가 호남출신인 것이 현실이지만, 꾸준히 전국적인 의석배출을 확대해왔다. 의석분포만 보면 보수정당이 오히려 지역정당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럼에도 때만 되면 야당은 전국정당이 되야 한다고 한다. 문재인대표도 지난 전대에서 이기는 정당이 되기 위해선 본인이 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호남출신 의원비율이 64.6%이던 새정치국민회의가 정권교체를 한 반면, 30.5%이던 열린우리당은 대선에서 참패했고, 역시 30%대이던 민주통합당은 총선에서 100만표 이상 졌다. 호남당을 부정하고 전국정당을 주장한다고 꼭 이기는 것은 아니다. 보수정당은 일관되게 영남출신의원비율을 45%이상 지켜왔다. 호남당이란 비난에 움츠러드는 것 자체가 지역컴플렉스일 뿐이다."

-신당이 블루오션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제3신당이 성공할 수 있나?

"지역독점에 갇혀와 정치적 경쟁을 갈망하는 지역인 호남과 TK지역이 가장 가능성이 있다. 두 지역이 결합한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충청도는 항상 잠재력이 있다. 독점정치가 이루어지던 지역에서 중도적 이념으로 승부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지방자치를 통해 훈련되고 성장한 수천명의 풀뿌리 정치인들에게서 그 싹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조직담당 사무부총장을 지낸 조직전문가이기도 하다. 새정연 혁신의 요체가 지역위원장 구조해체라고 주장했는데 당 대표나 대선후보선출은?

"현재의 야당은 사실상 지역위원장 200명이 좌지우지하는 체제다. 대의원도 위원장이 임명하고, 경선조차 사전후보조정을 통해 일종의 특혜가 이루어진다. 지역위원장의 실질적 경선 없이 정당민주화는 없다. 당대표는 전당원투표가 맞다. 호남출신 당대표가 나오든, 호남의 전략적 선택을 받는 당대표가 나오든 당원을 믿고 맡겨야 한다. 대선후보 선정 국민경선에도 당원 일정비율을 두어야 한다."

'대한민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저자의 책 중에 나오는 구절이지만, 저자와 인터뷰를 마친 나의 바램이기도 하고 수많은 국민의 소망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미 보수에서 진보로, 진보에서 보수로의 정권교체를 경험해보았다. 정권교체도 중요하지만 정권이 어떻게 바뀌든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치의 큰 틀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역주의에 기반으로 거대양당의 독과점적 기득권체제를 벗어나 공정한 정치경쟁이 곳곳에서 벌어져야 한다. 권력분산, 책임정치, 합의정치를 보장하면서도, 정권이 잘하기만 하면 강력한 장기집권도 가능하게 하는 독일식 개헌 등을 통해, 무책임한 갈등체제로 전락한 현재의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러자면 사표(死票)를 없애고 민의를 정확히 반영하면서 다당제와 연정을 통한 합의정치가 가능하도록 선거제도가 바뀌는 것이 우선이다.

더 소박하고 더 유능한 일꾼들이 국회를 채우고, 경쟁하되 협력하며, 진영보다 국민을 우선하는'지혜로운'정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 모두의 숙제다.

◇저자 최광웅 소개

저자 최광웅은 국내 1호 데이터 정치평론가다.

객관적인 데이터와 사실을 근거로 대한민국 정치의 지형도를 읽고 정확한 예측을 하는 전문가로 여의도 정치판에서는 정평이 나 있다. 이념적 시각에 물든 편파 왜곡된 억측과 뒷말 수준의 담론이 넘치는 국내 정치 평론계에서 그의 입지가 두드러져 보이는 이유다. 전주고를 졸업하고 1982년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저자는 재학 중 민주화운동으로 구속되고 안기부에 연행되는 등 고생 끝에 10년 반 만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민주당 사무처에 들어가 활동하였다.

풀뿌리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깨닫고 서울시의원에 당선되어 의정활동을 수행하였고,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 인사수석실 인사제도비서관을 역임하였다. 2006년부터 극동대학교 교양학부에서 '국가와 행정'을 강의하고 있으며, 2012년부터 청색기술연구회에서 차세대 성장동력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데이터정치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