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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서인문도(書人問道) - 주역강의

"시간과 공간 통찰하는 지혜의 학문이자 인문학의 결정판"

  • 웹출고시간2015.05.14 14:16:59
  • 최종수정2015.05.14 21:17:36

주역강의

저자 : 서대원, 출판 : 을유문화사, 쪽수 : 656쪽

공부와 독서라면 천하제일이었을 공자가 워낙 여러 번 읽어, 책을 묶었던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고사를 만들어낸 책이 주역이다. 시경, 서경과 함께 사서삼경 중 삼경의 하나인 이 책은 흔히 인간의 운명을 점치는 점복술(占卜術)의 교과서로 알려져 왔다.

이순신 장군이 난중일기에서 14번이나 스스로 점을 친 사실을 기록한 것을 보면, 미래를 미리 알고픈 욕망은 시대의 영웅이나 보통사람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주역강의'는 바로 그 주역이 점술서라는 통념과 달리 점술과는 무관한 철학이자 지혜서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주역관련 서적의 새로운 한 장르를 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주역강의'의 저자 서대원 선생이 살고 있는 부산을 찾았다.

김민석 교수와 인터뷰 하는 서대원 선생

-주역은 어떤 책인가

"유대의 탈무드처럼 작자를 알 수 없다. 고대인의 시간에 관한 책이다. 시간과 변화가 주제라고 할까. 예수의 십자가 고난, 부처의 열반, 전쟁, 지진, 기근 등 모든 것의 공통점은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이처럼 세상의 변화를 다루는 것을 본질로 하니 해설서인 내 책도 유신시절이라면 금서가 되었을 수도 있다. 흔히 주역을 미래예측에 사용되는 점서로 보지만, 평생 주역을 공부해도 점을 못 치는 사람이 있고 주역 한 줄 안 읽고도 점을 치는 사람이 있다. 점을 치는 행위는 점을 치는 사람의 감성이 얼마나 발달해 있느냐와 더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역은 점술서라기보다는 시간과 공간을 통찰하는 지혜의 학문이자 인문학의 결정판이다."

-고전적 정치학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주역의 정치관이라면

"세상의 흐름을 읽고 국민을 이롭게 하라는 것이다. 정치는 인간의 본질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하지만, 주역은 뭉치면 언젠가 썩고 흩어지고 새로운 질서가 나온다고 본다. 북한처럼 완전히 뭉친 나라는 결국 썩는 법이다. 이런 관점은 봉건시대라면 삼족의 멸족을 불러왔을 관점이다. 그래서 주역은 다양한 장치를 통해 그 뜻을 숨기고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개인과 국가 중 무엇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은가

"64괘를 다루는 주역의 구성은 제1장에서 다루어지는 시간의 원리를, 나머지 63장을 통해 다양한 공간에 적용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이 경제이고 그 다음이 정치이다. 잘 살아야 행복해진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주역은 행복론이 아니라 성공론이라고 볼 수 있다. 성공해야 행복해진다는 성공의 철학이다."

-제1장에서 '모든 일에 때가 있다'. '성공의 첫 열쇠는 타이밍이다'라 했다. 운에서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가· 때의 의미는

"시간은 우주(자연), 세상(사회), 개인의 시간으로 나뉜다. 인간 누구에게나 본인이 그 중 잘하는 비교우위가 하나씩은 있는데, 개인의 기량이 폭발적으로 발휘되는 개인적 시간과 세상 시간의 결합이 성패를 결정한다. 절대적인 노력과 기량이 95라면 눈에 안 보이는 제3의 기류라고 할 수 있는 운이 5정도 될 것이다."

-권력과 돈이 다른 길에 속해있다고 해석한 대목이 있는데

"권력은 기본적으로 엄청나게 변덕스러운 것이다. 주역이 씌어진 시대의 권력인 황제가 그랬다. 현대의 권력자인 대중의 민심도 변덕스러운 것이다. 권력을 다루는 리더가 되고자 하면 오로지 치세의 도를 깨달아야 한다. 경제적 리더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명예이며, 지나친 인색함이 이 명예를 얻는데 장애가 되는 것이다."

-'정치는 타고나야 한다.'혹은'정치의 근본은 야(野)에 있으니 젊어서 들판에서 시작하라'대목의 뜻은

"정치는 용기가 있는 젊은 때에, 현 정치의 비판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치를 하려면 머리나 학벌이 아니라 타고난 끼가 있어야 한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가 어찌 돌아갈 지 미래를 예측하는 눈이다. 그런 안목을 키워야 한다."

-인생을 살다 일이 안 풀리거나 때가 아직 오지 않았을 땐 어찌해야 하는가

"사람은 형무소도 가고 부도도 나고 때론 다치기도 하고 병에도 걸린다. 주역은 이런 어려움을 구덩이에 빠진 것에 비유한다. 그럴 땐 함정에서 버둥거리며 아무리 버둥대도 못 벗어난다. 침착하게 때를 기다려야 한다."

-대축(大畜)과 소축(小畜), 즉 큰 성공을 이루려는 사람과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보통 사람을 나누는 대목이 있는데

"대축은 주로 정치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치든 사업이든 대축은 불가식(不家食), 즉 '집에서 먹지 말라', 또는'가족을 먹이지 못한다'고 했다.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의 일상사를 일반인처럼 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게 가정사를 등한히 할 수밖에 없으므로 오히려 밖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가정에서 강력히 지지 받을 수 있는 확고한 신뢰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역설이다. 대축은 섭대천(涉大川), 즉 큰 강을 건너는 모험과 결단이 이롭다고도 했다. 소축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이고 부부 사이의 합심이다."

-주역의 마지막 구절인 '有孚于飮酒(유부우음주) 无咎(무구) 濡基首(유기수) 有孚失是(유부실시)' 를 술을 조심하라고 푼 것이 흥미로운데

"술을 마시고도 서로 믿으면 허물이 없지만, 주사나 술주정을 부리며 정신이 해이해져 믿음을 깨뜨리는 행위를 하면 모든 믿음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주역의 대단원은 자연의 섭리나 인간의 운명이 아니라 이처럼 그저 술 조심하며 살라는 현실적인 경고로 막을 내린다."

-평생의 주역공부를 통해 얻은, 국운을 읽는 지혜라면

"우리는 열강의 한 가운데라는 공간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그런가 하면 모든 국민의 마음가장 저변에는 일본보다 발전했으면 하는 심리가 있다. 역사의 큰 싸움에서 한번도 제대로 이겨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 마음에는 독도가 대한민국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일본 입장 또한 마찬가지다. 대지진이 났을 때 한국 국민의 지원이 한국의 자존심을 세우고 일본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자, 일본측에서 독도 문제를 제기하여 한국으로부터의 지원 자체가 중단되는 상황이 생겼던 것을 잘 돌이켜보라. 그런 점에서 우리는 아직도 해결할 역사적 과제가 있고 또 그래서 희망이 있다. 현재 중국이나 일본보다 한국경제가 어려운 것은 경제정책을 상대적으로 못해서가 아니겠는가· 정부가 시대흐름을 더 앞서보면서 좋은 정책을 폈으면 한다. 국제적으로는 여전히 미국이 세계최강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빈부격차 등 심각한 내부문제를 안은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려면 한참을 지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한반도 통일의 열쇠를 쥐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열강과의 관계를 풀어가는 것이 최대과제이다. 지금 모든 국민은 대통령의 에너지가 부족한 것을 절감하고 있고, 야당 또한 대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주역은 정말 점술서가 아닌가·"

다시 묻자, 돌아온 저자의 답이 흥미롭다.

"평생 주역을 공부한 결과, 주역은 점술서가 아니라는 결론을 얻게 되니 어느덧 세상을 바라보는 제 3의 눈이 열려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세상을 보는 눈을 열어주니 사람들이 이래서 주역이 점서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말에 과연 진정한 미래예측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공자가 그렇게 치열하게 주역을 읽으며 얻고자 했던 것은 신묘한 점술의 기법이 아니라, 세상의 이치를 분별하는 가장 근원적인 지혜와 통찰력이 아니었을까.

◇ 저자 서대원은?

1949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법학도이던 그는 평생 역술인으로 살아온 부친의 뜻에 따라 역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점치는 방법이라곤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주역이 최고의 점서'라는 이야기 하나만 믿고 최고의 점술사가 되기 위해 30년 이상 붓으로 주역을 필사하며 독학으로 주역에 몰두했다. 결국'주역은 점술서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얻고 운명상담을 접었다.

지금까지 한국역리학회 부산시 지부와 부산역리학회에서 학술위원장, 명리학, 복서학 강사를 지냈다. 현재 여러 기업체 등에서 『주역』을 주제로 활발한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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