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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7.20 09:49:54
  • 최종수정2023.07.20 09:49:54

주민현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

주민현 지음 / 188쪽 / 창비

주민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됐다. "언어 스스로 사회성을 발산하는, 우리 시로서는 매우 드문 가능성"(신동엽문학상 심사평)을 보여온 시인은,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의 '차세대 예술가'로도 선정되는 등 주목받는 젊은 시인으로서 활발한 집필 활동을 펼쳐왔다. 4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는 "우리의 일상에 스미고 새겨진 항상적 재난의 이야기들, 각기 다른 존재자들의 고통을 평평하고 납작하게 만드는 거대 서사에 맞서 올록볼록 솟아나는 작은 이야기들"(오연경, 해설)이 조밀하게 담겨 있다. 묵직한 메시지를 경직된 결연함으로 풀어내기보다는 친근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전하는 주민현 시의 특장점이 이번 시집에 이르러 더욱 깊어지고 풍성해졌다. 온갖 모순과 불합리로 얼룩진 세계의 실체를 환기하고 불안한 현실 너머를 다채롭게 상상하는 시편들이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보게 한다.

이하늬 '나의 조현병 삼촌'

△나의 조현병 삼촌

이하늬 지음 / 242쪽 / 아몬드

오랫동안 정신질환·장애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온 이하늬 기자. 올해 65세인 그의 삼촌은 40년간 조현병을 앓았다. 삼촌의 병은 가족에게 "죽을힘을 다해 숨겨온 이야기"다. 그동안 감춰온 삼촌 이야기를 공개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그의 할머니부터 엄마 그리고 자신들에게까지 이어진 오랜 부끄러움과 거짓말을 이제는 멈추고 싶어서다. 또 삼촌의 일생이 "평생 정신병원만 들락날락하다가 불쌍하게 죽었다"로 남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다. 당사자 가족으로서만 글을 쓴 것은 아니다. '기자'라는 정체성이 추가됐다. 이번 책에서 그의 취재력은 특히 빛난다. 더 다양한 목소리를 싣기 위해 조현병 당사자 쉴라와 재규어, 동료지원가 유영, 당사자 동생 희수와 당사자 엄마 은영을 만났다. 정신과 전문의 3인과 사회복지학자 등 전문가를 인터뷰해 당사자와 가족에게 꼭 필요한 조언과 실용적인 정보도 살뜰히 실었다. 저자는 "더 많은 사람이 자신과 가족의 병, 장애를 오픈할 때 낙인이 더 옅어질 것"이라 믿는다.

장강명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장강명 지음 / 404쪽 / 문학동네

표제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은 증강현실 기술 '옵터'를 사용해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여지고 싶은 대로 출력값을 조정하는 세계에 대해 다룬다. 내가 원하지 않는 자가 대통령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 대체역사의 세계를 살며 크루즈를 타고 국경선을 배회하는 세계가 있다면, 5년만 대피하고 싶은 사람들은 더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우주 개발의 위험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몸과 머리를 분리하는 세계('당신은 뜨거운 별에'), '악의 평범함' 아이히만과 아우슈비츠 피해자의 경험을 '체험 기계'로 맞바꾸어 죄책감을 이식하는 세계('알래스카의 아이히만')는 어떨까. 타이타닉호를 관람하기 위해 심해를 여행하던 백만장자들이 사고를 당하고, AI 기술로 배우의 얼굴을 복제해 인건비를 줄여 드라마를 제작할 미래의 환경을 우려하며 배우 조합이 파업을 하는 시대다. 소설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창문이 없는 사무실에서 이 리뷰를 적는 나 역시 '옵터'를 사용해 내가 보고 싶어하는 푸른 하늘을 이 천장 너머로 보고 싶다. 그 세상의 명암을 장강명의 소설과 함께 미리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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