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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관의 현대미술산책 - 하동철(1942~2006)

빛의 화가가 신비한 빛으로 그린 '이데아의 세계'

  • 웹출고시간2011.04.03 17:35:0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미술사에서 현대미술이라 하면 20세기의 미술을 지칭한다. 그 전의 미술, 소위 19세기 미술은 근대미술이라 한다. 19세기 미술을 대표하는 특징이 구상미술이라고 한다면 20세기 미술의 특징은 추상미술이라 할 수 있다. 19세기 미술의 주요 테마는 인물과 풍경이다. 그리고 그동안 간간이 보이던 '풍경'이 그림의 가장 중요한 주제로 지위가 승격된 시기도 근대미술에서 이었다.

그러나 이 시대의 미술도 고전주의, 자연주의, 사실주의, 낭만주의, 인상주의 등으로 형식의 차이를 보이면서 새로운 미술을 향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근대미술 마지막에 나타난 후기인상파 작가들, 소위 세잔, 고호, 고갱의 작품세계에서 자아의 발견이라는 중요한 현상이 나타난다. 구상미술이 대상중심의 회화라 한다면 추상미술은 비대상 미술이다. 구상미술은 자연에 대상이 있다면 추상미술은 대상이 작가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추상미술에서 회화의 '이원성(二元性)'을 조형과 표현이라 한다. 이것은 20세기 초, 현대미술의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원리로 적용하게 되는데 기하학적 추상 같은 이성적 작품은 '조형'으로, 액숀페인팅 같은 감성적 작품은 '표현'으로 구분되어진다.

여기서 소개하고 있는 빛의 작가 하동철은 한국의 현대미술사에서 본격적인 추상회화의 2세대의 맏형에 해당된다 하겠다. 하동철은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지만, 대전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을 진학하게 되면서 우리 지방 문화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청주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작가이다. 그렇다고 대전에서 활동한 작가도 아니기 때문에 그의 화가로서의 성장의 배경은 서울이라 함이 옳을 것 같다.

하동철 화백은 서울대에서 우리고장 출신 화가 정창섭 교수를 만나면서 추상미술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 템플대학 타일러 미술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하면서 한국미술계의 엘리트 판화 작가로 더 많은 명성을 쌓게 된다.

하 화백은 회화와 판화라는 두 가지 종류의 장르를 통하여 활동하면서 국전에서 여섯 차례의 특선을 거쳐 추천작가, 운영위원, 심사위원이라는 위치에까지 이르게 되고 국제 회단의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베니스비엔날레 출품 작가로 선정되는 등 화가로서의 최고의 영예에 오르게 된다.

Light 90-15

하동철 作, 90×120cm, Acrylic on canvas, 1990년 작

그의 작품의 성격은 빛의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볼 때에 직선을 주로 사용하지만, 색채의 표현이 화면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에 회화의 이원성에서 볼 때, 이성적 · 감성적의 어느 쪽 작가로 구분하기가 매우 힘들다. 미술사에서 그를 말할 때 뜨거운 추상의 마지막 세대이자 기하학 추상의 주역으로 매우 애매하게 표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쨌든 한국의 현대미술사에서 하 화백만큼 자신의 작품세계의 예술적 견해와 표현방식에 대한 확신을 가진 작가가 그리 많지 않다. 그가 평생 빛을 주제로 하여 빛의 현상을 시각적으로 삶의 근원과 이데아를 구현하고자 한 수도자적 삶이었다고 볼 수 있다.

오수광(미술평론가)는 그의 과제는 "비 물질적 현상인 빛을 물질적인 안료를 통해 구현했을 때 일어나는 모순률을 극복하는 것이다."하였다. 그러나 오히려 하 화백은 개념적이고 비(非) 물질적인 빛을 물질적인 안료로 극복하려는 모순에서 조형적 이치를 해결하려고 한 듯싶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하 화백에게서 빛은 물리적 차원을 넘어 종교적 상징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중세 미술에서 생명의 빛을 실현하기 위해 교회의 모든 창(窓)을 스테인드그라스로 만들어서 시지각 대상으로 전환했듯이, 하 화백은 물감의 색상으로 빛을 만들어 자신의 화면에 진동과 에너지를 발산하게 함으로써 시각적 자연이 아니라 본질적 자연의 신비한 세계를 창조하려고 한 것 같다.

그는 모교 서울미대의 교수로 미대학장이라는 영예의 지위에 오르지만, 말년에 오방색(五方色 : 靑, 白, 赤, 黑, 黃)을 통하여 동양사상의 근원을 상징하는 빛을 만들고자 하던 꿈을 접고 정년퇴임 1년을 남긴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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