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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관의 현대미술 산책 - 윤형근 화백(1928~2007)

단순함 속에 숨어있는 거대한 우주의 풍경

  • 웹출고시간2011.02.06 17:53:0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윤형근 화백은 충북 청원군 미원에서 출생하였다. 청원군이 행정구역 개편으로 청주읍에서 분리되었으니 청주 출신 작가라 함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더구나 윤 화백은 청주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였기 때문에 우리 고장 출신 작가 누구보다도 청주에 대한 애정이 지극했던 분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미대를 진학하였으나 6.25동란 중 홍익대학 미술학부로 편입하게 되면서 화가로서의 윤형근이 형성하게 된다. 그중 가장 중요한 사건은 한국 근·현대 화단의 거장인 樹話 金煥基(홍익대학 미대 학장 역임) 화백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며 훗날 그의 사위가 된다.

추상화가 윤형근의 역사의 또 하나의 중요한 동인은 모노크롬 회화(단색 회화)의 리더인 박서보 화백과의 만남일 것이다. 윤 화백이 한 때 작품에 대한 고뇌에 빠져있을 때 그의 작품에 용기를 불어넣어 준 작가가 박서보 화백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 후 그의 화력의 대부분이 한국모더니즘 회화의 대표적 양식을 이룩한 소위 '한국적 모노크롬이즘'을 선도한 박서보, 정창섭 화백 등과 함께 40여 년간 현대미술 운동에 동참한다. 그래서 미술사에서 윤 화백을 평가할 때 가장 큰 업적은 한국 모더니즘 미학을 이룩한 대표적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기록하고 있다. 또한 윤 화백은 화가로서 최초의 대학 총장(경원대학교)이 되어 화제의 인물이 되기도 하였다. 윤 화백의 세대가 그러하듯이 한국 화단은 종전 이후 사실주의의 퇴조와 함께 모더니즘 미술 또는 추상미술이라 불리는 새로운 현상이 전개된다. 여기서 추상미술의 특성을 간략하게 언급하자면 사실주의 회화 또는 구상회화와 달리 추상화는 자연적 형태가 화면 위에서 소멸되고 조형적 질서와 물질 자체에 대한 관심을 수반하게 된다.

그래서 전후(戰後) 유럽의 추상회화를 상징하는 앵포르멜 회화(비정형 추상회화)는 붓질과 마티에르(표면의 질감)에 의존하듯이 물질적, 물성적 요소가 강하다. 허지만 한국의 추상회화는 화면의 컴퍼지션 등 순수조형에 대한 관심보다는 추상회화에 담긴 정신성에 관심을 둔다. 비록 회화에서의 추상이 20세기의 서양미술의 양식을 대표하지만 심상의 표현을 중시했던 동양화의 세계에는 추상의 세계가 이미 존재하였다고 볼 수 있다. 윤 화백의 회화는 50년대 후반 잠시 앵포르멜 양식의 특성을 보이기도 하고, 60년대에는 붉은 색과 청색 선으로 마치 단청 등 한국적 전통을 연상시키는 회화를 만들지만 결과적으로 반복적인 선의 사용에 의한 겹침의 효과와 선염법에 의한 번짐의 방법을 고수하며 그의 기법의 트레이드마크가 된다.

Umber-Blue 75

130×97cm, Oil on canvas, 제작연도-1975년

ⓒ 윤형근 作
70년대 이후 그의 회화는 표면 위에 짙고 굵은 단색의 갈색(UMBER 또는 UMBER-BLUE)의 비정형 색 띠가 반복된 수직에 의한 평면의 단조로운 화면을 만들어낸다. 여백과 함께 화면을 차지하고 있는 병치·대조적 단순한 구도는 '에꼴·드·서울' 현대미술운동에 참여하던 80년대 이후에 더욱 확고하게 결정된다. 혹자들은 그의 작풍을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와 모리스 루이스(Morris Louis)의 아류로 비견할지 모르나 윤 화백의 회화의 단순미는 그들의 세계에 없는 더욱 지적이고 감각적이면서 동양적 명상을 느끼게 함이 있다.

아즈마토로우(일본 미애(三重)현립미술관 학예사)는 그의 작품을 보고 한국적 전통미의 정신과 현대성의 결합의 결정체라고 표현하며, 조선의 공예미에 담긴 여유와 고상함과 운치와 당당함이 윤형근의 회화에서 재현되었다고 평론하였다, 그렇다. 윤 화백의 작품에서의 단순미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한꺼번에 아우른 거대한 우주의 풍경이라 함이 옳을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시작과 끝이 없는 풍부한 무(無)의 세계일지 모른다. 말년에 고향에 내려오고 싶어 했던 윤 화백은 2007년 연말에 운명하셨다. 그의 운명은 청주 출신 원로 화백의 죽음을 넘어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거대한 한국적 모더니즘이 마감되었음을 알리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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