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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관의 현대미술 산책 - 운보 김기창 화백(1914~2001)

화폭 속 불꽃으로 타오른 예술혼…'청산에 살리라'

  • 웹출고시간2011.01.09 21:15:3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편집자 주

기하학적 추상세계의 미술작품을 대표하는 김재관(청주대학교 예술대학 교수·쉐마미술관 이사장) 작가가 올 한해 충북일보 지면을 통해 '갤러리탐방-현대미술가 산책'을 이끌어간다.

이 코너는 충북을 중심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작가들을 찾아가 그들의 작품세계를 엿보고, 예술과 그림이 있는 장소를 찾아내 그곳의 작품과 작가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꾸며진다.

김재관

운보 김기창 화백이 서울 성북동 자택을 떠나, 어머니의 고향 청주 근교 내수에 운보미술관을 짓고 정착하게 된 가장 결정적 계기는 사랑하던 아내 우향 박래현 여사가 세상을 떠난 1976년 직후 심적 고독을 이겨내기 위해서 외가를 찾게 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운보는 1914년 서울시 종로구 운니동에서 태어났으니 그의 나이 63세가 되던 해이다. 아내와의 사별을 슬픔으로 달래던 운보는 아내와 함께 살던 성북동 자택에 자신의 아호 운보(雲甫와) 아내의 아호 우향(雨鄕)에서 한 자씩 따서 이름 지은 '운향미술관'을 짓고 난 직후이다.

82세가 되던 1995년 운보가 운명하기 전까지 그의 인생은 가히 전설적이다. 어린 시절 다섯 살 때부터 서당에서 한학을 배우기 시작한 운보는 8세에 보통학교에 입학하던 당일 불행하게도 고열에 의한 청신경 마비로 후천성 귀머거리가 된다. 어머니의 권유로 17세 때 당대 최고의 동양화가 이당 김은호 화백 슬하에서 그림을 배운지 반 년 만에 선전(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하며 미술계를 놀라게 한다.

운보(雲甫)란 그의 아호는 이 때 모친께서 지워준 운포(雲圃)에서 변형된 것이다. 운보의 인생을 만든 또 한 사람의 여성은 아내 박래현 여사이다. 운보가 청각장애자이면서도 서툴고 어눌하게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박래현 여사가 말을 가르쳐줬기 때문이다.

어머니에게 글을 배우고 아내에게 말을 배운 것이다. 필자도 종종 운보선생과 대화를 했지만, 그의 재치 있는 필담과 감정이 잘 배어 있는 서툰 어법으로 별다른 지장이 없을 만큼 의사소통에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한창 왕성한 활동을 하던 시기 그의 모습은 93kg에 이르는 거구에 빨간 남방과 빨간 양말의 모습으로 젊은 감정을 표출하려고 하였다.

그의 작품세계는 이당 김은호 화백의 영향과 잠시 일본 유학 시 일본인 스승 시즈사와 겐게즈(失澤弦月)와 노다 구보(野田 九浦)의 지도를 받은 적이 있으나, 대체로 운보 자신의 천재성에 의하여 개척되었다고 할 만큼 그의 작품세계의 변천은 독보적이다. 해방 이후 한국현대미술사에서 독자적 화법과 양식의 변천과정을 만들어낸 화가는 운보가 유일할 것이다. 그가 만들어낸 청록산수, 바보산수, 걸레추상화는 그의 독창적 예술세계를 대변할 뿐만 아니라 한국 근ㆍ현대 미술사에 가장 빛나는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장르의 경계를 떠나, 인물화, 영모화, 산수화, 풍속화, 문자도, 점과 선의 심상시리즈 등 모든 화재의 영역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던 한국화단의 유일무이 한 독보적 화가라 할 수 있다.

그의 작품 세계를 서양미술에 비교한다면, 청록산수는 근대미술을 상징하는 자연주의와 사실주의에 비견할 수 있으며, 바보산수는 선 원근법을 해체시킨 입체파 회화에 버금가는 것으로, 걸레 추상화와 점과 선에 의한 심상도(心像圖)는 서구 현대미술의 추상표현주의와 비견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장엄한 예술세계라 할 수 있으리라.

'장생도'

121×135cm, 재료 - 한지위에 먹, 제작연도 -1984

ⓒ 운보 김기창 화백
이번 충북일보 갤러리 탐방에 실린 작품은, 지난 해 연말부터 대청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충북에서 살다간 미술인들 「어제의 작가전」에 전시되고 있는 운보의 작품 < 장생도 > 시리즈 중 한 점이다. 이 작품이 그려진 1984년도는 운보가 그 동안 연구해오던 문자도(文字圖)를 본격적으로 완성한 해이기도 하고, 그동안 다루었던 자연의 모든 대상들을 선으로 해체시켜 다분히 추상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던 시기의 작품이다. 작품의 구성은 자신의 감정의 젊은 열정을 상징해왔던 빨간색 바탕에 활달한 획과 선묘로 그린 암수 산양 두 마리의 정답게 동행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이후 운보의 작품세계는 1989년부터는 점과 선을 주제로 한 심상 시리즈를 제작하면서 더욱 추상세계에 빠지게 된다. 운보는 전통화의 정신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예술을 위한 실험적 탐구를 게을리 하지 않은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임이 분명하다.

김재관 작가는

한국현대미술의 중진작가로 지난 1996년 국내 최초로 미술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쌍파울로국제비엔날레에 한국대표, 2008년 서울시립미술관이 선정한 한국미술50년사에 가장 우수한 추상미술화가(작고작가 포함) 44인에 선정됐다. 또 최근 배우 이정재·전도연 주연의 영화 '하녀'에서 극중 저택 거실에 'Relation ship-Control & Deviation 95-V'와 'Personalities 02-402' 등 다수의 작품을 걸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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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