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덕에 유명해진 이낙연 부인의 그림

2017.05.28 11:12:42

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국무총리 후보에 내정된 이낙연 전남도지사 부인의 그림이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남개발공사가 구입했다는 두 점의 그림 값이 시비에 오르더니 시간이 지나자 전시회의 그림이 가필과 대작이란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75점의 작품을 선보였던 두 번째 개인전의 규모에 대해, 3년 반 만에 도저히 그렇게 많은 작품을 양산할 수 없다는 것이 야당 의원들의 의혹인 모양이다. 이낙연 후보자는 '아내가 집에서 잠도 안자고 작업에 몰두하는 것을 늘 보고 있다'며 펄쩍 뛰었다.

배우자의 입장에서는 자신 때문에 당치않은 구설에 오른 부인의 처지가 기막힐 것이다. '정말로 심각한 모욕'이라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심정이 백 번 이해된다.

이낙연 후보의 부인인 김숙희씨가 공공기관에서 그림을 구입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화가라는 사실이 청문회를 통해 대중에 공개됐지만, 김숙희씨는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미대를 졸업했으나 미술교사생활을 했다. 교사 퇴직 후 23년만인 2013년 첫 개인전을, 그리고 지난 4월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교사와 주부로 오랫동안 붓을 놓고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

재광 영광군 향우회 카페에 올라 있는 화가 김숙희의 최신 자료를 보자. 제목은 '서양화가 김숙희 개인전(이낙연 전남도지사 부인)'이다.

"서양화가 김숙희씨가 4월 26일부터 5월 1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5층에서 '남도에서 만난 풍광'전을 열어 남도의 향기를 전한다. 두 번째 개인전이다. 이낙연 전남도지사의 부인으로 더 잘 알려진 김씨는 '부끄러워서 한걸음씩 나아가기 위해' 개인전을 갖는다고 말한다"

제목에서처럼 소개 글의 내용도 김숙희씨가 서양화가라기보다 이낙연 전남도지사의 부인임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전남개발공사는 김씨가 2013년 8월 서울에서 연 첫 개인전시회에서 문제의 그림 2점을 900만원에 구입, 골프장에 걸었다. 그 시기에 이낙연 후보자는 전남의 4선 국회의원 신분이었다. 전남개발공사는 경도 리조트와 골프장을 개관하면서 전시용 미술품이 필요했던 차, 지역작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림을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4선 국회의원을 의식해 부인의 그림을 구입한 것이 아닌가하는 질문에 대해 이 후보자는 모르는 일이라며 "초청장을 보낸 적이 없다"고 잘라 답변했다. 전남개발공사 측은 초청장은 받지 않았으나 사장의 지시로 김씨의 그림을 구입한 사실을 인정했다. 서울에서 거주하는 지역 국회의원 부인의 첫 전시작품을 공사 사장이 알아서 챙긴 게 된다.

그러나 당시 그림 구입을 주도했던 공사 관계자는 TV 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후보자 부인의 작품인줄 알고 구입을 결정했음을 밝혔다. '초청장이 왔고 연락을 받았으니까 가서 샀지 어떻게 알았겠느냐'라는 관계자의 말에 더 믿음이 간다. 초청장 부분에서 진술이 엇갈리지만 소식을 받고 그림을 사준 것이 진실인 듯하다.

그런데 개인이 아닌 공공기관이 심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전시회장에 찾아가 그림을 구입했다는 점이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서울에 살아서 지역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작가에게 '지역작가 배려 차원'이란 변명을 붙이면 더 이상해진다. 한 작가의 풍경화를 한꺼번에 두 점 구입해서 나란히 전시한 것도 상당히 드믄 예다.

중년을 넘어 미술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오랫동안 작업을 쉬고 있다가 자녀가 성장한 후 다시 그림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널려있는 평생교육원과 문화센터 등에서 몇 년 공부를 한 다음 환갑잔치 삼아 개인전을 여는 부유한 주부도 부지기수다.

놀랍게도 기성 화가들보다 아마추어 주부 화가들의 전시회 작품 판매량이 많다는 말을 들었다. 성공한 남편의 후광효과 때문이다.

사진으로 확인한 김씨의 그림은 나빠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남편의 외조가 없었다면 첫 전시회에서 공공기관에 5점의 그림을 판매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전시회에서 액자 값도 못 건지는 흙수저 화가들에겐 한없이 부러운 사모님의 전시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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