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흉내를 내는 김호중

2024.05.21 15:02:39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정황 증거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음주 사실을 부인했던 김호중이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했다. "술잔에 입은 댔지만 음주는 하지 않았다"고 우겼던 그의 황당한 변명은 지난 1999년 무면허 음주운전을 저지르고 "남자가 술 먹고 운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 헛소리를 지껄인 가수 김창렬과 2005년 음주 후 3중 추돌 뺑소니 사고를 친 뒤 "술은 마셨지만 음주 운전은 하지 않았다"며 주접을 떤 가수 김상혁과 함께 연예인 음주사고 관련 3대 망언으로 자리 잡게 됐다.

김호중은 조직적 음주운전 은폐사건으로 전 국민의 비난을 받고 있던 열흘 동안 예정된 콘서트 일정을 흔들림 없이 소화했다. 지난 11, 12일의 고양체육관 콘서트와 18, 19일의 창원 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 콘서트는 김호중을 믿고 응원하며 전국에서 몰려든 팬들로 전석매진의 대성황을 이루었다.

***사고수습보다 수익계산이 먼저

고양체육관은 약 6천 석, 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은 약 5천 석이다. 공연 티켓을 VIP석 23만 원, R석 21만 원에 판매했으니 어림잡아도 40억 원이 넘는 공연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열광하는 스타의 말을 무조건 따르는 순진한 팬들을 기만한 채 콘서트를 강행, 수익을 챙긴 뒤 음주사고 입장을 번복한 김호중의 야비한 계산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김호중이 관련된 이번 사건은 역대 최악이라 손가락질 받을 만큼 죄질이 좋지 않다. 자신이 마지막까지 발뺌하다 증거가 드러나자 어쩔 수 없이 실토한 음주운전에 차량과 운전자를 상하게 한 중앙선침범사고가 첫 번째 범죄다. 여기에 사고 후 뺑소니를 쳤으니 교통사고후 미조치와 특가법상도주치상이 추가된다.

사고 이후 경기도 구리시의 한 호텔로 도피한 그는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될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폐기한 후 매니저가 사고를 저지른 것처럼 거짓 자수했다. 조직적으로 꾸민 증거인멸과 운전자 바꿔치기는 더 중한 범죄다. 만일 소속사가 저질렀다는 공무집행방해에도 가담했다면 열손가락이 모자랄 판이다.

웃으며 죽은 시체가 가끔 검시실에 들어온다고 한다. 로또에 맞아 좋아 날뛰다 죽은 사람의 사체인가 싶지만 벼락 맞아 죽은 사람이 정답이란다. 벼락이 치는 것을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줄 알고 활짝 웃다가 죽게 됐다는데, 대체 무슨 일을 하던 사람인가 조사해 봤더니 정치인과 연예인, 두 부류였다.

***인기를 얻으면 특별한 사람인가

하는 짓이 틀에 찍은 붕어빵같이 닮은 두 직업군의 공통점을 따져보자. 우선 활동분야는 다르지만 이미지와 인기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닮았다. 습관처럼 거짓말을 날리며 대중의 시선을 잡는 재주가 있다. 이익에 부합하면 혈연보다 끈끈하게 뭉친다. 자신들이 전능한 신인줄 착각하는데, 신기하게도 하늘과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지 죄를 지어도 여간해선 벌을 받지 않는다. 벌을 받더라도 가볍게 받고 쉽게 풀려난다.

특별한 사람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특별하지 않은 보통사람들 덕에 먹고 산다. 말로는 국민을 사랑한다면서 뜨고 나면 개 무시한다. 협찬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동료의 행사장을 서로 찾아가 부지런히 품앗이한다.

대를 이어서 해 먹으려 든다. 은퇴선언을 했다가 컴백할 때는 반드시 팬과 국민 핑계를 댄다. 사생활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동료에게는 유난히 뜨거운 동료애를 발휘한다. 욕하면서도 부러워하는 직업이다. 대법원 판결 전까지 무죄라고 편드는 팬덤이 있다.

김호중은 타고난 예인이다. 불우한 환경을 이기고 성공한 그의 성장기는 영화 '파파로티'로 제작되어 큰사랑을 받기도 했다. 대중의 인기를 얻고 승승장구하던 그가 저지른 사건도 충격이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며 잇속부터 챙긴 그릇된 인성에 대한 실망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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