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소년에 대한 두려움

2024.01.30 15:33:04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배현진 의원을 가격한 소년이 현행범으로 체포되며 자신이 '촉법소년'임을 내세웠다고 한다. 여성 국회의원에게 접근해 잔인하게 상해를 입히고 나서 자신이 촉법소년이라며 경찰을 비웃은 것이다.

촉법소년(觸法少年)은 범행 당시 형사책임연령인 만 14세가 되지 않은 청소년으로 만 10세에서 13세 나이에 범죄를 저지른 소년이다. 형사책임연령이 아니라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다. 미성숙한 청소년에게 엄한 법을 적용하여 벌하는 것보다 교화와 보호처분 등을 통해 교정하는 것이 더 낫다는 형법상 판단에 의해서다.

배 의원에게 상해를 입힌 소년은 조사 결과 만 14세로 촉법소년 대상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아슬아슬하게 촉법소년을 벗어난 소년의 나이를 두고 어떤 표현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 어쩌다 겨우 중학교 2학년인 이 소년은 닳고 닳은 성인 폭력배처럼 잔인하고 뻔뻔한 성정을 지니게 됐을까.

침착하게 접근해 신분을 확인한 뒤 돌이 부서질 정도로 여러 차례 머리를 내리 친 소년의 범행도 무섭지만 범행현장에서 태연히 촉법소년임을 언급한 소년의 대처법이 더욱 두렵다.

***성인범죄를 모방하는 청소년 범죄

청소년이 정치인을 공격한 사건 중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 일본에서 벌어졌던 '아사누마 이네지로 암살사건'이다. 당시 10대였던 '야마구치 오토야'에게 피습 당한 일본 사회당 당수인 '아사누마 이네지로'는 치명상을 입고 사망해 전 일본을 충격에 빠뜨렸다.

1960년 10월, 아사누마 이네지로가 방송사 주최 3당 대표자 합동 연설회장에서 미일협정을 비판하는 요지의 연설을 하고 있을 때, 극우 소년인 야마구치 오토야가 단상에 뛰어 올랐다. 야마구치 오토야는 연설 중이던 아사누마 이네지로에게 달려들어 준비한 일본도를 세 번 휘둘렀고, 복부를 2번 찔린 아사누마 이네지로는 병원이송 중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범행 현장을 촬영한 마이니치신문 기자 '나가오 야스시'가 1961년 퓰리처상을 받았기 때문에 당시의 긴박한 현장상황은 자료사진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3당 합동 연설회장에서 연설 중이던 사회당 당수를 살해한 야마구치 오토야의 나이는 만 17세였다. 미성년자는 실명 비공개 대상이었지만 정치인 암살이라는 심각한 죄를 저질렀기에 실명이 공개됐다.

야마구치 오토야는 주머니에 살해 동기에 대한 문서를 지니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정치인에게 상해를 입힌 자들 역시 사건에 대한 생각을 적은 문서를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보며 시공을 넘은 범죄자들의 비슷한 행태에 쓴 웃음이 지어진다.

17세 범죄 소년 야마구치는 자신이 살해한 61세 원로정치인 아사누마 이네지로에게 '너에게 개인적인 원한은 없으나 일본의 적화를 도모한 책임을 물어 천벌을 내린다'라는 말을 남겼다.

***동기가 명확하지 않아 더 두려워

배현진 피습사건과 반세기 전 엽기적인 일본 청소년의 정치인 피습사건을 비교하자니 소년 범죄에 대한 우려가 더욱 짙어진다. 생명이 걸린 범행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번 사건에 대해 계획범죄를 의심하며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있고 '여성에 대한 적대감'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여성 정치인을 공격한 14세 소년의 범행에서 뚜렷한 동기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단순히 주변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이상행동이란 말인가.

일찍이 공자는 세인을 관심을 받아 유명해지고 싶어 하는 제자를 이렇게 타일렀다. "정직하고 의를 좋아하며 남의 말과 안색을 잘 헤아려 늘 사려 깊게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라야 관심을 받게 되는 법이다"

옳고 그름을 바르게 가르치지 않고 왜곡된 관종으로 소년을 방목한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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