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들과 부딪쳤다고 한다. 막말과 어깃장을 놓으며 소위 '수퍼갑질'을 한 모양이다.
이기흥 회장과 그를 수행하는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을 고발하는 글이 자원봉사자 및 계약직 운영인력 익명 커뮤니티인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라오면서 그들의 격 떨어지는 언행이 천하에 공개됐다.
'현재 진행 중인 크로스 컨트리 자원봉사자입니다'로 시작한 게시물의 내용은 이기흥 회장 등이 얼마나 막무가내 특권의식에 젖어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했다. 이회장과 수행원들은 평창 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의 VIP좌석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예약석을 무단히 점거했다고 한다. 경기 전 IOC 측에서 이미 예약을 마친 좌석인지라 자원봉사자들이 예약된 좌석임을 알리며 3분가량이나 이 회장 측을 만류했지만 이 회장은 "토마스 바흐 회장이 오면 비키겠다."며 팔짱을 끼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IOC에서도 항의가 들어왔다. 자원봉사자가 재차 비켜줄 것을 부탁하자 갑자기 선글라스와 평창비니, 검은색 외투를 착용한 수행원 중 한 사람이 제지를 하던 자원봉사자들에게 "야!"라고 세 번 고함을 질렀다.
"국제올림픽위원회 별거 아니야, 우리가 개최국이야" 고성과 함께 이어진 막말이 진정 대한체육회관계자들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믿기지가 않는다. "머리를 좀 써라"라는 질책도 덧붙였다고 한다.
곁에서 지켜보던 다른 자원봉사자가 이어서 올린 게시물을 보면 이회장 측의 부적절한 처신이 얼마나 봉사자들에게 한심하게 비쳤을까 싶다.
'심지어 자리가 없는 상황도 아니었고 경기 시작 전이어서 좌석이 텅텅 비었는데 그냥 몇 칸만 옆으로 가주셨으면 한다고 말씀 드릴 때마다 "알겠다고!!!"라며 그만 좀 비키라고 소리나 지르시고 자기가 누군지에 대해 설명하시며 꼼짝도 안하시더군요.'
못 비킨다고 고성을 지르는 와중에서도 자기가 얼마나 높은 사람인지를 자원봉사자들에게 과시하는 것은 잊지 않았던 모양이다. 대한체육회장 자리가 그렇게 대단한 위치였던가. 알아서 머리 조아려야 할 신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도 되는 줄 아는 특권의식이 대단한 사람임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바흐가 오면 비키겠다며 버틴 이기흥회장의 행동이 독립기념관을 찾은 시골 할머니의 행동과 겹쳐져 실소가 터진다.
어느 시골 할머니가 독립기념관에 나들이를 왔다가 빈 의자에 앉았는데 관리인이 달려와 앉으시면 안 된다고 말렸다. "할머니, 그 의자는 김구 선생님의 의자거든요." 관리인의 설명에 할머니가 버럭 화를 냈다. "그것 참, 야박도 하네. 김구라는 주인이 오면 내가 어련히 일어나 비켜줄 거구만, 잠시도 못 앉아 있는 단 말이요·"
VIP좌석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예약석 무단 점거 논란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는 입장이다. 먼저 이기흥 회장의 AD카드는 문제가 된 올림픽 패밀리(OF)석에 앉을 권한이 있는 카드라고 해명했다. 이 회장이 무단으로 OF석을 점거했다는 것은 오해라는 주장이다.
예약석 표시가 없어서 그 자리에 앉았으며 '바흐 위원장이 오면 만나고 가겠다'라고 말한 부분이 확대 해석됐고, 예약석 표시가 없는 것에 대해 '머리를 써서 예약석 표시라도 좀 해두지 그랬냐'라고 한 말은 '머리를 쓰라는 말'로 와전 됐다고 했다.
대한체육회의 항명처럼 개최국 올림픽위원회 회장이 OF석에 앉는 것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자리는 예약석이었다. 더구나 'IOC 위원장이 오기로 한 예약석'이라며 다른 빈 좌석을 권하는 자원봉사자에게 막말과 고성을 지른 행위는 스스로의 격을 깎는 행동이었다. 처음에 했던 말을 돌려 실언을 포장한 해명 역시 실망스럽다. 논란을 수습하려 직접 자원봉사자들을 만나 사과를 했다지만 엎질러진 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