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공천에 대해 '더 더러운 물로 채워 넣는 구정물 공천'이라고 선제공격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여 있는 썩은 물 공천, 입틀막 공천'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쯤에서 분을 삭일 이대표가 아니다.
그는 국민의힘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 패륜 공천으로 국민을 능멸하고 있다며 조목조목 공천을 받은 국민의힘 후보들을 지적했다. 사면 공천, 음란 공천, 친일 공천, 돈 봉투 공천, 극우공천, 양평고속도로 게이트 공천 등이 이대표가 열거한 패륜공천의 증거 항목들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패륜공천 발언을 비웃음으로 대응했다.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패륜공천, 부패공천, 음란공천에 해당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이재명 대표 한 사람 밖에 없다'는 비판 수위가 아슬아슬하다.
여기서 그냥 지나치기 힘든 부분이 야당의 장예찬 전 최고위원에 대한 음란 공천 지적이다. 이대표는 장예찬에 대해 '입에 올리기도 거북한, 국민이 부끄러울 음란 표현을 했다'고 공격했다. 도대체 장예찬은 얼마나 부끄러운 음란표현을 어디서, 왜? 한 것인가.
장예찬은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준비하며 영입한 1호 참모로 선거대책본부 청년본부장을 맡으며 정치판에 합류했다. 방송에 패널로 출연하며 얼굴을 널리 알린 그는 청년답지 않은 원색적 강성발언으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사람이다. 보수층에겐 속이 뚫리는 사이다로 환영받는 장예찬의 발언이 비보수층에겐 함부로 뱉는 막말로 들리니 말이다.
1988년생으로 이제 35살인 그의 전력이 독특하다. 사회교육원인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음악학교에서 재즈드럼을 공부하다 중도에 내려놓고 귀국한 그는 드럼 레슨강사, 웹소설 작가 등으로 활동했다.
웹소설 작가 장예찬은 묘재라는 필명으로 여러 편의 웹소설을 발표했는데 이들 작품 중 '강남화타'라는 작품이 성적인 장면에 실존 연예인을 모티브로 한 인물을 등장시켰다하여 논란이 됐다. 작품에 선정적인 내용이 포함되어서라기보다 요염한 등장인물의 이름이 유명 연예인의 이름과 같아서였다.
한의학을 소재로 한 판타지 웹소설로 선전하고 있지만 '강남화타'의 내용은 옛날 만화방에서 빌려 읽던 무협지 수준이다. 화타의 제자였던 전생의 기억이 되살아난 29살의 한의사 한지호는 고대의 신비한 의술을 이용해 강남에서 크게 성공한다. 부와 명예를 거머쥔 한지호는 명품을 두르고 수많은 연예인을 섭렵하는데, 현재 활동하는 인기스타의 본명을 주인공이 상대한 연예인에게 붙여 다수 연예인을 성적 대상화하였다는 논란이 초래된 것이다.
작년 이맘때 정치권을 달구던 강남화타 사건이 대충 사그라지고 난 뒤 이번엔 장예찬이 2014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소위 '난교 예찬'이 논란의 불씨를 다시 일으켰다.
"매일 밤 난교를 즐기며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집적대는 사람이라도 맡은 직무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이면 프로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게재내용이 까발려졌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말이냐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고 국민의힘은 과거 발언을 끄집어내 사퇴를 주장한다면 이재명 대표는 어떠하겠는지 걱정된다고 반박했다. 난교발언을 두고 붙은 두 정당의 설전에 대해 이재명도 했는데 장예찬이 뭐가 문제냐는 다툼의 정답은 '둘 다 사퇴'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개혁신당의 논평이 제일 걸작이다. 두 정당의 입을 동시에 틀어막은 셈이니.
아무튼 말 많은 이번 부산 수영 총선에서 만일 장예찬이 당선된다면 그는 웹소설 작가 출신 국회의원이라는 이름을 얻게 될 것이다. 좋은 작품인가보다 잘 팔리는 작품인가가 중요한 기준인 웹소설가 출신의 정치인 장예찬이 어떤 정치를 하게 될지 행보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