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미투가 밝힌 한만삼 신부의 정의구현

2018.02.25 14:00:18

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민낯을 공개한 미투의 불길이 종교계로 옮겨 붙었다.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 한만삼 신부가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봉사활동 중 여성신도를 성폭행 하려 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종교계 미투의 시위를 당긴 김 소피아씨는 지난 24일 KBS 9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폭로했다. 맑고 참한 가톨릭 신자 소피아씨는 폭행을 당하면서도 큰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신부가 여신도를 성폭행을 하려는 것이 현지인들에게 알려지면 몇 년 동안의 전교 노력이 허사가 될까 두려워서였다.

신부님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되는 줄 알고 복종하며 따랐던 순수한 신도를 욕정에 눈이 먼 신부는 가책 없이 유린했다.

식당 문을 잠그고 새벽까지 강간을 시도한 신부에게 손목을 잡힌 채 저항하다가 제 팔에 눈이 맞아 눈에 멍이 든 김씨는 다음날 한신부의 후배 신부에게 피해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선배 사제의 막강한 파워 앞에서 여신도의 호소를 외면한 후배 신부의 행동이 이윤택, 오태석 등 문화계 대부들의 눈 밖에 날까 두려워 눈앞의 성범죄를 외면하거나 동조했던 예술인들의 행동과 판에 박은 듯 닮았다. 그래서 더 무섭다.

이후에도 한 신부는 클립 같은 도구로 잠긴 여신도의 문을 수없이 따고 들어와 완력으로 제압하며 거룩한 입을 놀렸다고 한다. "내가 내 몸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네가 이해를 좀 해달라" 옮기기조차 부끄러운 한신부의 수작은 국민 유행어가 될 조짐이다.

한만석 신부는 '수단의 슈바이처'로 칭송되는 고 이태석 신부의 뒤를 이어 2008년부터 4년 동안 아프리카 남 수단에서 선교활동을 펼친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유명사제다. 지난 2010년 세상을 떠난 이태석 신부의 뒷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에도 이태석 신부와 함께 등장해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 여간 아프리카 남 수단 선교사제로 다녀 온 그는 해외오지에서 선교사로 살아가는 사제와 수도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큰비 신부님'을 펴낸 바 있다. '큰비 신부님'은 선교사제의 일상을 기록한 편지글 형식의 책이다. 남 수단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었던 가난한 사제의 고민이 담긴 책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민중운동의 조직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진보성향의 종교인이다. 지난해 12월 성탄절을 앞두고 구 통진당 이석기 전 의원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성탄절 특사로 석방하라며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하는 등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2016년 11월 28일 저녁 수원역 광장에서 열렸던·수원촛불문화제에서 그는 고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대해 "목숨을 잃어버린 억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오히려 진실을 덮으려는, 국민을 개돼지보다 못한 존재로, 국민을 하나의 수단으로 보는 박근혜 정권의 사악함에 소름이 돋아오를 정도"라며 정권의 사악함을 극렬히 비판했다.

촛불문화제 현장에서 환호를 받았던 그의 발언을 목적어만 바꾸니 그에게 꼭 맞는 욕이 된다. '여신도를 개돼지보다 못한 존재로, 여신도를 하나의 수단으로 보는 한만삼 신부의 사악함에 소름이 돋아오를 정도다.'

미투로 자신의 범행이 밝혀진 당일, 한신부는 수원 광교1동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제 똥을 뭉개고 앉아 남의 방귀를 지적한 꼴이다.

피해자 김씨는 7년여 동안 피해사실을 숨기고 혼자 괴로워하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에 용기를 얻어 방송에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하게 됐다고 했다.

"내 딸이 나중에 커서 이런 일을 안 당했으면 좋겠지만 만약에 당한다면, 나처럼 침묵하지 말고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바람은 당연히 실현되어야 한다. 아니, 꼭 실현될 것이다. 당신과 같은 사람의 의지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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